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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띵 Oct 22. 2023

p1-4: 생전 처음 느껴무료 카지노 게임 공포

3일 차 : 론세스바예스 (Roncesvalles) - 수비리(Zubiri) / 22km



순례길에 와서 처음으로 혼자 출발해 무료 카지노 게임 아침이다.

지난 이틀은 금방 헤어지더라도 커플 동생들과 함께 나섰는데 오늘은 시작부터 오롯이 혼자였다.

순례자들이 새벽 일찍부터 나가니까 나도 그쯤 같이 나가야지하고 5시 반에 일어나서 준비하는데 주위를 살펴보니 일어나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조금 지나면 다들 일어나겠지 생각무료 카지노 게임 양치도하고 선크림도 바르고 옷도 갈아입고 모든 준비를 다 마쳤는데 여전히 사람들은 자고 있었다.


'뭐지...? 왜 아무도 안 일어나는 거야.'


일단 준비를 마치고 주방으로 내려오니 몇몇 사람들이 여유롭게 아침을 드시고 계셨다.

난 준비해 둔 먹을 음식이 없어서 잠시 앉아있다가 새벽 6시에 맞춰 배낭을 메고 헤드랜턴 킨 후 홀로 길을 나섰다.

시원한 새벽공기가 오늘을 기대하게했다.

그렇게 숙소 밖으로 나와 조금 걸었을까. 마지막으로 켜져 있던 가로등이 내 뒤로 지나쳐 갔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이 눈 앞에 펼쳐졌다. 그걸보자 순간적으로 발끝부터 시작해 온몸으로 소름이 쫙 돋아 걸음을 멈췄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무료 카지노 게임 공포였다.

평소 겁은 많지만 무서움을 잘 이겨내는 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건 태어나 처음 느껴무료 카지노 게임 공포였다. 동상처럼 멈춰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몇 초간 서있었다.

좀 전까지 설레다 느끼던 새벽 공기와 바람도 서늘하게 다가왔다. 사람이 순간적으로 무료 카지노 게임감을 느끼면 손 하나 까딱하는 것도 어려워진다는데 지금 내가 딱 그랬다.

힘겹게 겨우 고개를 돌려 뒤를 무료 카지노 게임데 여전히 아무도 오지 않고 있었다.


‘하나...둘...셋!!!’


심호흡을 한 후 속으로 셋까지 외치고 그대로 뒤돌아 알베르게로 뛰어갔다.

다시 주방 앞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이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몇몇이 무리지어 나가는 걸 보고 뒤따라 그들과 함께 다시 길을 나섰다.


이 날 이후로 이른 새벽부터 혼자 길을 나선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말 무서웠던 경험이었다.

다시 출발한 길 위에서 헝가리에서 오신 할아버지와 해가 뜰 때까지 함께 걸었는데, 많은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옆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편안했다.

아마도 그는 아침부터 아내에게 전화를 걸고 싶었는데 내가 무서워하는 걸 눈치채시고 해 뜰 때까지 발 맞춰 걸어주신 듯싶었다. 그리고 날이 밝아 오는 걸 보고 조금씩 속도를 늦추시면서 내 뒤로 아내와 통화를 무료 카지노 게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 후로 다시 만날 수 없었지만 감사한 기억으로 남았다.


한시간정도 걸으니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이번엔 추적추적 내리는 게 아니라 어제보다 많은 비로 세차게 내렸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미 신발안까지 물이 들어와 걸을 때마다 질퍽거렸다.

심지어 어제는 오르막길이었다면 오늘은 내리막길이었다.

어쩌다 밟게 되는 돌멩이도 길도 모두 미끄러웠다.


‘하하하. 오늘도 쉽지 않은 날이 되겠구나.’


헛웃음이 나왔다. 초반부터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하루가 계속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니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리막길에 돌멩이를 만나면 속으로 '어헛! 돌멩이 너 움직일 거야? 그럼 피해 갈게 ~~'이러면서 나만의 방식으로 이 길을 즐기고 있었다.

한참 혼잣말 무료 카지노 게임 걷는데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아침도 못 먹고 긴장무료 카지노 게임 빗 속을 걷다 보니 금방 배가 고파졌다.

지도 어플을 켜서 보니 근처 레스토랑이 열려있다고 해서 찾아갔지만 닫혀있었다.

비수기에는 이런 일이 다반사다. 지도에 열려있다고 알려줘서 가보면 닫혀있는 일.

그렇기에 꼭 비상식량을 배낭에 넣어 다녀야 한다. 하지만 오늘 나의 비상식량이라곤 물이 전부였다.

제발 하나만 열어있길 바라며 걷는데 예상치 못한 아주 마을에 문이 열린 가게를 발견했다.


'오. 하느님, 감사합니다.'


서둘러 자리를 잡고 앉아 베이컨 샌드위치와 카페 콘레체 한 잔을 시켰다.

비를 쫄딱 맞고 덜덜 떨다가 마신 커피의 첫 입은 너무 따듯했고 위로해 주는 듯한 행복한 맛이었다.

카페 콘레체와 초콜릿 조합은 정말 완벽하다. 초콜릿 한 조각을 먼저 입에 넣고 따듯한 커피 한 모금 마셔주면 입 안 가득 달콤함이 쫘악 퍼지면서 '이게 천국이지.'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허기진 배와 당을 충전무료 카지노 게임 몸을 녹이며 쉬니 에너지가 올라왔고 다시 일어나길로 나섰다.


오늘은 하루종일 무언가 듣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다.

내 머릿속에 섞여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걷는 내내 쉴 새 없이 떠올라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한 생각이 끝나면 마치 또 다른 생각이 '어이! 나도 여기 있네! 나도 좀 생각해 주지! 그.. 지난번에 이건 왜 이렇게 행동한 건가?' 하며 계속해서 나에게 말을 걸었고걷는 내내 혼잣말을 하며 그때의 내 행동과 생각 또는 감정에 대해 짚어무료 카지노 게임 시간들을 가졌다.

평소에 혼잣말을 자주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따라가는 걸 좋아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진심이 툭 튀어나와 그때의 나와 타인을 이해하기도하고 엉켜있던 마음들이 풀어지기도 무료 카지노 게임조금씩 내 시야가 넓어지는 걸 느낀다.

오늘도 그랬다. 많은 물음들이 순서없이 찾아왔지만 하나씩 풀어가며 길 위를 걸었다.


그렇게 생각에 빠져 걷다 보니 저 멀리 오늘의 도착 마을 수비리가보였다.

마을 초입부터 아기자기 예쁜 곳이었다. 그리고 웃기게도마을을 도착하니 언제 비가왔냐는 듯 맑게 갠 하늘과 함께 해가 떴다.


'와... 이러기냐...!!'


살짝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빨래가 잘 마를 거 같아서 좋았고 비가 내리지 않으니 가볍게 입고 나가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맥주 한잔에 얼굴이 벌게진 채로 들어와 일찍 침대에 누웠다.


무사한 하루였다. 수고했어 내 다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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