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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민 May 26. 2018

작가의 삶을 카지노 게임한 남자

Raymond Carver 4.

카지노 게임




그런 진통 끝에 카버의 두 번째 단카지노 게임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이 그의 나이 43살에 출간되었다. 거대한 첫 성공은 출간 직전까지 카버에게 엄청난 부담감을 안겨주었다. 거기에 더해 작품의 최종 원고를 마무리 할 때까지 무수히 많은 선택의 갈등을 겪은 카버였다. 그는 성공을 확신할 수 없었다. 누구도 그의 연이은 성공을 장담하지 않았다. 고든 리시, 그를 제외하고 말이다.


리시는 자신의 편집 철학을 주장하기 위해 끊임없는 설득 과정을 거쳤다. 그는 자신의 편집본으로 작품을 발표하지 않으면 카버의 작품이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그렇게 자신이 발견한 원석 중의 원석, 미국 문학에 바람을 일으킬 마지막 퍼즐 조각을 그렇게 잃을 수는 없었다. 리시는 카버가 그토록 독자들에게 희망의 민낯을 보여주고 싶다면 자신의 뜻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지난한 설득 과정의 끝에 카버는 리시의 편집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물론 카버가 리시의 설득에 100% 동의하여 고개를 끄덕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리시에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오로지 하나. 뛰어난 생산물을 남기는 일이었다. 리시는 카버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부터 확신할 수 있었다. 카버는 연타석 홈런을 쳐내리라는 것을.


그의 확신은 결과로 나타났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확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카버의 두 번째 단편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연타석 홈런을 쳐냈다. 하지만 그 홈런은 솔로 홈런이 아닌 그랜드슬램이었다. 리시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다. 카버의 두 번째 단편집은 미국 문학계에 바람을 일으켰다는 말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다. 카버는 이제 미국 문단의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끌어안아야 하는 작가가 되었다. 카버는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의 몸이 작다고 느꼈다. 두 단편집이 이룬 성공의 크기는 190cm가 넘는 거구의 카버로서도 다 끌어안지 못할 정도로 거대했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보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제 모든 곳에서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고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겠다. 이렇게 확신할 수 있었죠.”


카버가 처음으로 갖게 된 자신감은 서랍 속 종이 뭉치가 주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작품의 외적 폭발력이 주는 것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독자의 환호와 평단의 찬사. 그때까지 카버에게 없었던 것은 작품의 완성도나 메시지 같은 것이 아니었다. 카버에게 유일하게 없었던 것은 성공의 얼굴, 바로 그것이었다. 리시가 카버에게 선물한 것 역시 바로 그것이었다.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리시가 한 일은 간단했다. 카버의 작품을 인정하고, 서랍에서 끌어냈으며 절대 의심하지 않은 것. 그것이 전부였다. 물론 그는 자신의 편집 철학을 바탕으로 카버의 작품을 수없이 재단했다. 하지만 그것은 카버의 작품을 의심해서가 아니었다. 그는 카버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을 의심할 때에도 끝까지 카버의 작품을 믿어준 사람이었다.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리시의 거대한 퍼즐은 최종 단계에 이르렀다. 카버가 쓰고 리시가 편집한 작품. 리시가 꿈꾼 문학의 새로운 그림, 그 마지막 퍼즐은 그것으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카버는 서랍 밖의 ‘작가'가 되었다.


“당신은 내가 아는 최고의 카지노 게임자입니다. 내가 아는 당신의 실력으로 이 책에 도움을 주길 바랍니다. 이번에는 내 유령으로서는 말고 말입니다.

카버는 다음 단편집 <대성당을 준비했다. 이번 단편집의 메인 카지노 게임자는 리시가 아니었다. 카버는 리시에게 표지 디자인과 작품 배열에 관해 최종적인 결정을 부탁했지만, 본문에 관한 것은 모두 자신이 통제하였다. 리시는 카버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여 편집했다. 그는 소설집에 수록될 작품 중 하나인 <내가 전화를 거는 곳의 편집본을 보내왔다. 짧은 메시지와 함께였다.


“지금 보내는 편집본 보다 덜 손댄다면 글쎄요. 그건 당신의 모습을 너무 많이 노출하는 게 될 겁니다.”

그는 여전히 만만한 카지노 게임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카버의 작품을 가장 잘 이해하는 카지노 게임자였다.




세상에,잔이넘치고,넘치고,넘치네.”

카버가말했다.

저에게벌어진모든일은그레이버였어요.”

카버가말했다.


카버는 인생에 있어 절정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작가로서 인정받고 많은 돈을 벌었다. 알콜 중독에서 벗어났으며 안정된 인간관계가 이어졌다. 게다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진짜 이야기를 세상은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더는 바랄 것이 없었다. 카버는 타자기를 두드리던 손을 잠시 멈추고 책상 서랍을 열었다. 아직 발표되지 못한 원고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카버는 그중 하나를 꺼내 들었다. 문득 불을 지르기로 마음먹었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는 훌륭한 카지노 게임자예요. 정말 영리하고 편집에 있어 매우 예리한 사람이었죠. 그래요. 아마도 그는 위대한 카지노 게임자일 겁니다. 그리고 확실한 건 그가 제 카지노 게임자이면서 친구라는 점입니다. 이 두 사실은 저에게 있어 거대한 행운입니다.”


카버의 말처럼 리시는 미국의 많은 작가에게 영리하고 훌륭하며 위대한 카지노 게임자였다. 그리고 카버에게는 그의 문학이 거쳐야 할 길의 이정표를 보여준 카지노 게임자였다. 게다가 그는 카지노 게임자이기에 앞서 카버의 열렬한 독자였고 카버의 작품을 정확히 이해하고 열광해주는 인물이기도 했다. 과하다 말할 수 있는 편집에도 카버의 작품이 절묘하게 본질을 잃지 않았던 것, 그리고 가능한 최대한의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 이 두 가지는 고든 리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약 카버의 문학 세계에 리시가 제시한 이정표가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예측할 수는 있을 것이다. 카버의 삶은 더욱 처참했을 것이고 빈 술병은 바닥을 굴렀을 것이다. 그 끝에 남은 것이라고는 서랍 속에 잔뜩 쌓인 종이뭉치가 전부였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어땠을까? 자신의 옆집에 카버가 산다는 것을 모른 채, 일상의 바로 옆에 희망이 문장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무거운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든 리시는 카버의 삶에서 이 짧은 질문을 삭제한 카지노 게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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