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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민 Sep 08. 2018

권태에 빠진 모험가

Oe Kenzabu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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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를 다시 만난 장소는 학교였다. 혼자 교실 청소를 하고 있던 겐자부로에게 다가온 아이는 대뜸 겐자부로에게 물었다.


“네가 오에니?”


빗질을 하다말고 고개를 들어보니 미국 문학센터에서 본 그 아이가 서 있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당황한 눈빛으로 그렇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이 나를 찾는 걸까?’ 겐자부로가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은 그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의 다음 대사는 겐자부로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는 것이었다.


“네가 쓴 글 재미있게 읽었어.”


뜻하지 않게 자신의 첫 번째 독자와 마주한 카지노 게임 추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 아이는 전학을 오기 전 회지에 실었던 글을 찾아 읽고 재밌었다는 말을 해주기 위해 방과 후 겐자부로에게 온 것이었다. 이런 적극적인 독자라니…. 카지노 게임 추천 처음 느껴보는 쾌감에 손끝이 떨려왔다. 그는 자신을 이타미 주조라고 소개했다. 단단해 보이는 그 이름을 통해 카지노 게임 추천 더 넓은 문학의 세계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 날 이후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미국 문학센터를 비롯해 책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책방에서는 없는 돈을 끌어모아 간신히 한 권의 책을 샀고, 헌책방에 들러서는 남은 돈으로 여러 권의 책을 구했다. 어느 날엔가는 헌책방의 쌓여있는 책 중에서 <프랑스 르네상스 단장이라는 책을 고르게 되었는데 그것은 이타미를 만난 것에 못지않은 행운이었다. 책의 표지에는 와타나베 가즈오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는데 책을 탐독하기 시작하던 때의 겐자부로 였기에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겐자부로는 이 낯선 책과 저자의 이름을 품에 안고 돌아와 쉬지 않고 책을 읽었다. 쉬고 싶지 않았다고 말해야 더 알맞을 것이다. 결석하면서까지 책을 완독한 겐자부로는 다음 날, 이타미를 찾아갔다.


“너무나 훌륭한 책을 만났어. 와타나베 가즈오의 <프랑스 르네상스 단장. 이걸 읽느라 어제 학교에 오지도 못했지 뭐야.”


겐자부로의 말에 이타미는 와타나베 가즈오가 도쿄 대학 불문과에 재직 중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타미의 말은 <프랑스 르네상스 단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받은 충격의 배는 넘을 만큼의 충격이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그 순간 결심을 하게 되었다. 도쿄대 불문과에 진학하겠다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를 만나는 것 같았죠.

옷부터 손짓까지 무엇하나 빛나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학생 시절 내내 책만 보던 겐자부로에게 도쿄 대학 진학은 높은 벽이었다. 이타미와의 만남도 끊고 오로지 합격을 위한 공부에 집중했지만, 첫 번째 시험에서 낙방하고 만다. 결국, 재수 끝에 도쿄 대학 문과2류에 들어간 카지노 게임 추천 동경하던 와타나베 가즈오 교수를 만날 일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운명의 날. 그토록 떨리는 만남은 그의 인생을 통틀어 마크 트웨인, 이타미 주조에 이어 세 번째였다. 강의실에 앉아 초조한 시간을 보내자 마침내 와타나베 가즈오 교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처음 마주한 와타나베 가즈오 교수의 얼굴은 품위가 넘쳤다. 목소리에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담겨 있었고 끝을 알 수 없는 지적 분위기 역시 겐자부로에게 그대로 전달 되었다. 심지어 교실에 들어와 외투를 벗어 던지는 모습마저 멋있게 보였으니 겐자부로의 대학 생활 목표는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와타나베 가즈오 교수의 수업을 잘 따라갔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와타나베 가즈오 교수처럼 학자가 되는 일은 말이다. 같은 강의를 듣는 동기 중에는 뛰어난, 그러니까 학자의 이름을 붙이기에 알맞은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성실했고 섬세한 발자국을 남기는 편이었는데 그것이야 말로 학자에게 필요한 자질이었다.


안타깝게도 겐자부로에게 그런 면모는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겐자부로의 마음 한편에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카지노 게임 추천 그런 마음을 달래려 이타미를 찾아갔다. 하지만 이타미는 누군가를 위로해주거나 훌륭한 조언을 해줄 상태가 아니었다. 상업미술 사무소에서 일하던 이타미는 자신의 교양 수준과 현격히 차이가 나는 동료들과의 생활에서 따분함을 느끼고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겐자부로와 같은 이가 주변에 없었던 것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 그런 이타미를 보자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는 대신 친구의 처진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카지노 게임 추천 펜을 들었다. 오래전, 자신의 글을 재밌었다고 해준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위로로 가장 적당해 보였다.


처음으로 쓰는 소설. 그것은 일종의 장난과도 같은 일이었지만 겐자부로는 온전히 한 편의 탐정소설을 완성해 냈다. 겐자부로의 첫 소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는 사이 불안감은 어느새 사라졌다.




"좋아, 지옥에는 내가 간다!”

선택의 순간 카지노 게임 추천 버릇처럼 이 말을 중얼거렸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 나오는 대사였다. 이번 선택지는 졸업 후의 자신에 관한 것이었다. 대학을 다니는 내내 고민을 했지만, 애당초 ‘학자의 미니어처 정도도 되지 못할 인간’이라고 스스로 규정지은 겐자부로 였기에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그러자 그의 눈에 지금껏 쓴 작품들이 들어왔다. 계속한다면 지금이라고 카지노 게임 추천 생각했다. 분명 어려운 선택이었다. 게다가 어느 길을 선택하더라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은 평생 남을 것이었다. 카지노 게임 추천 긴 시간을 끌어봤자 나아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그의 입에서 자연스레 “좋아, 지옥에는 내가 간다!”는 말이 흘러나왔고 카지노 게임 추천 쌓여있는 작품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확신이 없는 결정은 무모함일 수도 있지만 무모함을 결과로 바꾸어 내는 재능이 있는 이들에게는 해당하지 않았다. 겐자부로 스스로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자 그의 작품은 금세 인쇄기에 들어갔다. 겐자부로는 도쿄대학신문에 단편 <기묘한 작업이 발표되며 자신의 이름을 문단에 알린다. 그리고는 마치 한 번의 도약을 위해 몇 년을 움츠리고 있었다는 듯 작품을 쏟아낸다.


첫 작품이 발표된 다음 해 겐자부로는 단편집 <죽은 자의 사치를 발표하고 첫 장편소설 <짓밟히는 싹들을 발표한다. 마치 100m 달리기 선수처럼 빠르게 달린 겐자부로에게 ‘아쿠타가와상’이라는 금메달이 수여되었다. 2등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완벽하고 눈부신 데뷔였다. 갑작스레 하늘 높이 떠오른 겐자부로는 처음 맛보는 높은 세계의 공기가 시원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래도 되는가? 라는 생각에 숨이 막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하늘로 떠오른 이상 지금은 시원한 공기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 얼떨떨한 감정에 집중하다가는 곧장 추락해 모든 게 산산이 조각날 것이었다. 겐자부로는 지옥을 빠져나갈 비상문은 애당초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펜을 집어 들었다.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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