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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rden Mar 16. 2025

안녕하세요, 온라인 카지노 게임잡니다!

한 분야에서 극단에 닿을 정도로 치열하게 몰두하면 어떤 경지에 도달한다. 평생 달리기만 한 사람, 평생 구두만 고친 사람, 그런 사람들은 단 두 줄의 단순한 문장안에 삶의 본질이나 인간에 대한 통찰을 담아낼 줄 알았다. 구두는 꼭 마누라예요. 발에 맞으면 편하지만 맞지 않으면 평생 애물단집니다. 마라톤은 인생하고 똑같아요. 편안한 지점도 있고 주저하고 싶은 고비도 있는거죠.

김형경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사실 풍류와 방탕은 한끗차다. 마치 예술과 외설이, 사랑과 집착이 한끗차인 것처럼. 철학이 있는, 소위 점잖고 품위있는 이들이 술을 마시면 그건 풍류고 난봉꾼이나 협잡이 주제파악못하고 술을 퍼마시면 그건 방탕이다. 적당히 마시면서 조근조근 이야기를 나누고 마무리가 되면 그건 풍류고 끝까지 간다는 마음으로 내가 술을 마시는게 아니라 끝간 데 없이 술에게 내가 먹히고 있을 때 그건 방탕이다. 아름다움과 고아함에 대해 이야기나누면 그건 풍류고, 시궁창과 막장속을 헤매는 대화가 오간다면 그건 방탕이다.


뭐, 풍류냐 방탕이냐, 그래서 결국 너는 주정뱅이냐 애주가냐, 한편으로 그래서 너는 한량이냐 백수냐 그것 역시 한끗차이고 그걸 가를 절대적 기준이라는 건 세상에 없다.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나한테 너는 풍류를 즐길줄 아는구나, 라고 하든 너는 방탕하게 사는구나, 라고 하든 너는 애주가가 아니라 술꾼이라고 하든 그게 나의 음주생활에 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지도 않다. 다시말해 타격감 제로. 나는 마시고 싶은만큼 마시고 마시고 싶은대로 마셔왔고 앞으로도 그럴테다.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하는가, 한끗차에 불과할 그말장난보다 이 지점에서 나에게는 일종의 열등감 비슷한 것이 있어왔다. 그게 내가 술을 즐길줄 아는 진정한 애주가가 아니라 나는 단순한 알콜의존증 환자인건가, 라는 자괴감을 종종 느끼게 했고, 그 마음이 나를 향한 타인의 잣대들보다도 나를 멈칫거리게 만들었다. 그건 아마도 나의 지적허영심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한다. 그 열등감과 찜찜함의 정체는 바로 나의 정확한 음주취향을 학술적으로, 이론적으로,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다시말해 나에게는 철학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는 그냥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정확히는 캔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좋아한다. 그냥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다 좋아한다고 여겼지만 좋아하는 브랜드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명확한 편이다. 편의점에 존재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대부분 다 마셔보았다. 그러다보니 그 중에 좋아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생겨 (이제는 물가상승률탓에 더이상 만원은 아니지만) 세트처럼 되어버린 '네 캔'을 능숙하게 고르느라 편의점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냉장고 앞에서 오랜 시간 서성이지 않지만, 그게 어떤 종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인지, 어느 나라에서 제조되었는지 그런걸 잘 몰랐다. 계통도 소속도 배경도 모르면서 계속해서 마신다는게 왠지 나를 멍청한 중독자로 느끼게 했다.


와인을 마시는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동경같은 것이 나에게 있는데 그 이유 역시 그들의 지적 충만함때문이다. 와인을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맞는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와인은 사실 이론적으로 웬만큼 알지 못하면 즐기기가 힘든 술이라, 뭘 좀 알고 공부를 해야한다. 물론 그저 주정뱅이이기를 자처할 때 아무거나 아무때나 아무렇게나 마실 수는 있다. 그러나 나의 지적허영심이 그건 허락하지 않았다. 초보자에게 쉽게들 권하는 와인을 시작으로 주종을 바꿔 와인에 도전해볼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와인은 혼자 즐기기 힘든 술일 뿐이었다. 좋은 안주, 그보다 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천천히 음미하고 즐겨야하는 술이 와인이었다. '천천히 젖어든다' 는 표현이 어울린달까. 한 번 선물로 받은 와인 한 병을 혼자 밤새 홀짝거리다가 다음날 최악의 숙취와 최악의 토사물을 동시에 경험했다. 그 후로 나는 와인을 마시지 않게 되었다.



최근 우연한 기회에 나도 '자칭' 술주정뱅이나 술꾼, 알코올중독자라는 자칭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되었다. 제주의 작은 마을 안 독립서점에서 만난 이 책은 내가 서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이미 온몸을 반짝이며 자신을 어필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걸 알았냐고? 표지와 제목이 한껏 원초적이고 직관적이라서였다. 캔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그려진 캔온라인 카지노 게임책이라니, 아이스크림이 그려진 아이스크림이라든가, 커피라고 써진 커피라면 누구든 호기심을 느낄만하지 않은가. 책은 내게 한줄기 빛이 되어 주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테라다. 그 다음은 버드와이저다. 세번째로는 하이네캔이다. 그밖에는 , 칭따오, 기린 등이 있어서 편의점에 네 캔을 사러 가면 보통 테라 두 캔과 하이네캔, 버드와이저의 조합으로 고른다. 가끔 테라, 버드와이저, 하이네캔, 그리고 기타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각각 한 캔씩 고르기도 한다. 테라는 국산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자존심이고, 버드와이저는 미국산, 하이네캔은 네덜란드산이다. 그리고 앞에 나열한 모든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묶는 카테고리는 '페일라거'다. 보리의 고소한 향과 함께 탄산감이 강점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페일라거다. 내가 좋아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모조리 페일라거였다. 첫모금을 마셨을 때 목에 찌르르하는 자극을 주며 첫목넘김으로 승부를 보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다. 시원하고 톡쏘는 느낌을 극대화해 젊음과 궁합이 좋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며 더운 여름밤에 잘 어울리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에도. 실은 언제라도 첫모금에 나를 매료시켜 두 모금을 부르는 게 라거의 매력이다.


그에 반해 내가 선호하지 않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도 한결같았다. 여타 과일향이나 풍미가 진해 음미하면서 마실 수 있는 에일 계열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독특한 향으로 미각을 사로잡는 탓인지 몇모금 이상을 마시거나 미지근해지면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인기의 이유는 알겠지만 성격급하고 참을성없는 나에게는 주저없이 꿀떡꿀떡 삼킨뒤 캬! 할 수 있는 라거가 제격인 것이다. 결국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그걸 마시는 사람의 성격과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제주의 서점에서 <캔온라인 카지노 게임책을 당당하게 결제하는 나에게 서점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운이 좋으시네요. 여기 지금 캔온라인 카지노 게임책의 저자이자 출판시 사장님이신 작가님 와 계신데 친필 사인받으시겠어요?"


"네!!"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고, 작가님이 내게 이렇게 써주셨다.


캔온라인 카지노 게임의자가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가든님만의 네 캔을 찾으시길



온라인 카지노 게임자라. 박애주의자, 채식주의자할때처럼캔온라인 카지노 게임의자라니. 그 글씨를 나는 행여 닳기라도 할세라 오래도록 쓰다듬으며 바라보았다.


철학을 갖는다는 건 경험만으로는 어렵다. 그 경험을 다른이들이게 나누어주고 나도 꺼내어 쓸 수 있는 내 삶의 무기로 벼리어 주는 건, 경험이 쌓여 만든 이론이다. 인생과 닮은 점이랄지, 내 삶의 목표라든지 적용될 수 있는 지점은 결국 숱한 훈련끝에 이론으로 정립될 때 나올 수 있다. 캔온라인 카지노 게임책의 가장 마지막장을 읽고나서 캔온라인 카지노 게임의자가 된 나는 이런 말이 떠올랐다.


"인생은 갓 딴 라거 한 캔과 같은 것이지. 톡쏘고 시원한 이벤트는 찰나고 미지근한 순간은 일상처럼 오래가는 법이거든"


그래서 우리는 따분하고 지난한 인생을 견디는 법을 알아내야한다고. 희열의 순간은 캔을 막 따 거품이 차오르는 그 짧은 때이지만, 결국 한 캔을 비우게 되는 때는 캔을 따고 나서 꽤 시간이 지나 미지근해져버린 시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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