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미술관 카지노 게임 추천 공간을 다녀와서
이것은 2023년 사망한 류이치 사카모토(1952~2023)의 유작 앨범(LP) '12'로 표지 그림은 카지노 게임 추천 작가의 작품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 작가의 그림이 어떻게 류이치 사카모토의 유작 앨범에 그려졌을까? 두 사람의 인연은 시간을 거슬러 1970년 전후로 올라간다.
그즈음 일본 예술계는 모더니즘 미술에 대한 저항으로 모노파가 등장했다. 모노(もの)는 '물(物)'을 뜻하는 일본어로 모더니즘이 예술가의 시각으로 대상을 정의한다면, 모노파 작가들은 사물(돌이나 철판 등)을 있는 그대로 전시해 그것들이 전시장에서 상호 의존적 관계를 맺도록 했다. 1968년 카지노 게임 추천은 세키네 노부오의 작품론 '존재와 무를 넘어서'를 써서 모노파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고, 이어 1970년에는 장상시라는 책을 내 모노파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당시 18살이던 사카모토는 이때 카지노 게임 추천을 접하고 그의 사상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모노(もの)로서의 음악을 생각한 건 큰 병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환갑을 지난 나이였다. 이후 2019년 프랑스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의 대대적인 회고전이 열렸는데, 이때 카지노 게임 추천은 사카모토에게 전시 음악을 의뢰했고, 사카모토는 "무척 황송한 마음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을 위해 모노파를 구현하는 한 시간짜리 음악을 만들었다.
다시 시간은 흘러 2022년 사카모토는 직장암이 여기저기 전이된 상태에서 마지막 예술혼을 태워 12곡이 담긴 음반을 만들었다. 그리곤 아주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에게 음반 표지를 의뢰했고, 카지노 게임 추천이 흔쾌히 받아들여 위 앨범이 탄생했다. 사카모토는 사망하기 직전 가족들에게 자신의 침대 위에 이 그림(유화 작품)을 걸어달라고 요청했고 다음 날 새벽, 이 그림 아래서 숨을 거두었다.
한국인인 이우환이 어떻게 일본의 현대미술 운동을 이끌었을까? 그는 1936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유년기를 보냈는데 그 시절 동초 황현룡 선생에게 서예와 한학을 공부했다. 서울대 미대를 입학했으나 두어 달 만에 학교를 나와 일본 니혼대학교 철학과에 진학했다. 그가 돌연 미대를 그만두고 철학을 공부한 이유는 "미학이나 사회사상을 튼튼하게 알아 놓아야 나중에 무엇이든 제대로 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철학과를 졸업한 후 그는 철학에 기반한 작품과 비평 활동을 이어갔고, 그때 갓 대학에 입학했던 사카모토가 그를 접했던 거다. 이우환의 이력을 살펴보면, 파리 비엔날레, 베니스 비엔날레 등에 출품,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베르사유궁, 일본 신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전시했으며 에콜 데 보자르 초빙교수, 타마 미술대학 교수직을 역임, 레지옹 도뇌르 훈장, 세계 문화상, 금관문화훈장, 이사무 노구치 상을 받은 자타공인 가장 세계적인 국내 작가다. 동시에 그는 철학자이며 비평가이고 여러 권의 책을 쓴 문학가이기도 하다.
이우환은 전 세계 세 곳에 그의 미술관이 있다. 먼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일본 나오시마 이우환 미술관, 프랑스 아를에 이우환 아를, 그리고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 공간이 그것이다. 이우환 공간은 2015년 개관했는데, 건물 설계부터 이우환이 직접 참여해 공간 자체가 그의 작품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 공간 앞 잔디 정원에는 그의 조형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는 주로 돌멩이나 철판을 이용해 '관계항' 시리즈를 만들었는데, 이는 자연적인(돌멩이) 것과 비자연적인(철판) 것을 함께 놓아 사물의 본질과 그 관계를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함이다. 즉, 그는 같은 속성을 가진 물질이라도 그것이 놓인 시간과 공간에 의해, 혹은 여러 가지 "관계" 속에서 그 의미가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나의 작업은 간단히 말해 다리에요. 다리는 다리로서만 존재할 수 없어요. 양쪽이나 여러 가지가 있어야 성립되거든요. 그러니까 내 가장 중요한 모티브는 연결 고리예요. 연관. 그래서 내 조각 작품의 타이틀이 관계항이에요."- 카지노 게임 추천의 인터뷰 중.
또 그의 카지노 게임 추천엔 여백이 중요한데, 이는 동양화에서 말하는 여백의 의미와는 다르다. 동양화에서의 여백은 그림을 그리지 않은 부분이라면 그에게 있어 여백이란 "그린 것과 그리지 않는 것이 부딪혀 일어나는 총체적 울림"이다.
그림 자체가 카지노 게임 추천이라기보다는 그 공간에서 느껴지는 울림이 카지노 게임 추천의 본질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카지노 게임 추천을 어떻게 배치하느냐도 중요했다. 카지노 게임 추천의 배치에 따라 여백이 달라지기 때문에 공간을 설계할 때 그는 이미 어떤 카지노 게임 추천을 설치할지 미리 결정했다.
위 카지노 게임 추천은 1층에서 만날 수 있는 카지노 게임 추천 '관계항-좁은 문'이다. 기다란 철판이 양쪽으로 세워져 있고, 그 앞으로 커다란 돌이 출입구에 놓여있다. 바닥에도 같은 철판이 카펫처럼 깔려있는데, 이 길을 따라 좁은 문을 통과하면 같은 풍경이 뒷면에도 설치되어 있다.
작가는 철과 돌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생각했다. 돌에 있는 철을 축출해 철판을 만들었으니 그 본질이 다르다고 할 수 없다는 거다. 같은 본질을 가졌지만, 가공되지 않은 자연물과 가공품인 철판을 만나게 해 둘 사이 팽팽한 긴장감이 생겼고 하얀 벽과 인공조명 아래 두 물질은 전시실이라는 공간을 만나 본래 갖고 있는 물성과는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물질과 공간의 '관계'가 만들어 내는 울림인 것이다.
2014년,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 카지노 게임 추천의 전시를 열었는데 아래 작품은 그가 궁에 설치한 '무한의 문'이라는 작품이다. 사실 프랑스 베르사유궁에서 전시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예술에 관해 콧대 높기로 유명한 프랑스에서, 그것도 프랑스의 상징과도 같은 베르사유궁에서 전시를 연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작가인지를 반증한다.
하늘이 비치는 커다란 스테인리스 철판을 바닥에 깔고 거대한 철판을 구부려 무지개 모양의 아치를 만들었다. 그리곤 구부러진 철판이 잘 고정되도록 양쪽에 커다란 돌을 놓았다. 전시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이 카지노 게임 추천이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으로 착각했다. 그리고 아치가 있어 오히려 궁전이 더 잘 보인다고도 했다. 그만큼 그 자리에 그 카지노 게임 추천이 잘 어우러진 것이다. 이렇듯 그는 카지노 게임 추천을 통해 공간 너머의 세계를 더 잘 보이게 하는 마법을 부렸고, 사람들은 그가 부린 마법에 걸려 공간 너머의 세상을 만끽했다.
본격적으로 그의 회화카지노 게임 추천을 만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다. 그의 70,80년대 대표작인 점으로부터와 선으로부터를 만날 수 있었다. 그에게 점은 존재이고 선은 산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점,선 시리즈들은 존재와 소멸, 생명의 유한함을 표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캔버스에 진한 점을 찍은 다음 물감이 소진될 때까지 계속해서 점을 찍어나갔다. 그러다 더 이상 물감이 묻어나지 않으면(소멸하면) 다시 물감을 묻혀 점을 찍어 생성과 소멸이 무한 반복됨을 표현했다. 마치 우리의 생이 그러한 것처럼.
또 선으로부터는 한번 찍은 물감이 사라질 때까지 길게 선을 내리그어 한 선 안에 생성과 소멸을 표현했다. 그가 이런 선을 그은 것은 그가 어린 시절 배운 서예와 관련이 있다. 아래로 내려긋는 선이 붓글씨를 쓰듯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의 카지노 게임 추천 중 가장 인기 있는 점과 선 시리즈가 위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그의 예술가로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것도 한 개가 아닌 다수의 카지노 게임 추천이어서 더 그랬다. 특이한 건 그의 위작 사건은 천경자 화백의 위작과 정반대의 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경자의 경우 작가가 자기 작품이 아니라는데 감정원과 검찰은 진품이라고 했고, 카지노 게임 추천은 감정원과 검찰이 위작이라는데, 작가 본인은 진품이라고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두 사건 다 위작범이 잡혔다는 데 있다. 대체 왜 그 그림들이 진품이어야 했을까?(이 사건에 관해서는 관련 기사와 다큐가 다수 존재함으로 더 언급하진 않겠다).
점과 선을 무한히 그리던 그의 내면에 바람이 불었다. 규격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회화에 대한 갈망에서 오는 바람이었다. 그리하여 점과 선을 바람에 흩날리듯이 마구 흩트린 '바람과 함께' 시리즈가 탄생했다. 이후 캔버스에 구멍을 뚫거나 찍는 실험적인 카지노 게임 추천들도 내놓았다.
최근 그는 대화 시리즈를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작년 석파정 미술관에서 그의 최근작으로 최초 공개한 작품(대화)을 보며 감탄했었는데, 이곳에도 그에 못지않은 대화 시리즈가 여러 점 있었다. 작품 한 점 한 점 모두 감탄할 만한 것이어서 한 개만 골라 소개하는 일은 무척 난감하다.
고민 끝에 나의 원픽은 2015년 작 '대화'이다. 이 작품은 캔버스에 그린 작품이 아니라 벽면에 직접 그린 작품이다. 컵 모양의 점 하나가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전시실 하나를 온전히 차지하고 있다. 때마침 관람객은 나 혼자뿐이었고 방 안에 들어서니 고요한 울림이 온몸에 전해졌다. 침묵 속에서 점 하나를 마주하는 일은 다분히 명상적이었다.
빛을 받은 점 하나가 등불이 되어 어두운 내면에 이르는 길을 밝혀주는 것 같았다. 시시때때로 잘 살고 있는 건지 이대로 괜찮은 건지 의심하는 나에게, 흔들리는 게 나라고, 그렇게 흔들린 채로 갈 길을 가라고 내 안의 내가 답했다. 문득 그의 카지노 게임 추천은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 깔린 하얀 자갈, 한쪽 귀퉁이가 네모나게 드러난 흙도 공간을 단조롭지 않게 하는 힘이 있었다. 네모난 흙과 벽에 그려진 점과의 대화를 상상해도 좋을 것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은 고령에도 현재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기대된다. 부디 그가 건강하게 오랫동안 작품을 만들 수 있기를.
부산시립미술관은 지금 대대적인 리모델링 중이라 주차가 불가하다. 인근 유료 주차장에 주차하거나 지하철을 이용하면 좋고, 한시적으로 입장료가 무료다.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무료로 보는 것이 죄스러울 정도로 작품들이 좋았다.
전시를 보고 정원에 나와 그의 조각 작품들을 눈으로 음미하며 이어폰으로 류이치 사카모토의 유작 앨범 '12'를 들었다. 그의 음악과 나와 카지노 게임 추천의 작품이 한 시공간에 머무르니 어쩐지 기분이 가라앉았다.
존재와 소멸, 그사이 내가 서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카지노 게임 추천 공간의 오디오 클립, 카지노 게임 추천의 저서 ‘양의의 표현’, 류이치 사카모토의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