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양민학살 사건의 추억
연필로 명상하기는 한 달에 한번 근교의 오지 시골 마을 방문해 아이들과 책 읽는 문학 봉사를 했다. 에녹이 처음 배정받은 마을은 ‘신원’이었다. 당시 신원은 읍내에서 댐 상류를 지나, 수십 번의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넘어야 겨우 도착할 수 있는 두메산골이었다. 낡은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야 했고, 길은 언제나 안개와 함께였다. 차창 밖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마음 한켠은 늘 무거웠다.
‘내가 이걸 왜 시작했을까?’
아이들은 우리를 낯설게 바라보았다. 첫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연필과 노트만 꺼냈다. 아이들과 나란히 앉아, 말없이 하늘을 그리고, 바람을 그렸다. 아무 말 없이, 함께 있었다.
며칠 후, 택산이라는 아이가 조심스럽게 내 옆에 앉았다. 손에는 사탕이 들려 있었다. 눈을 맞추자 그는 툭 내뱉듯 말카지노 게임.
“내는… 사탕 때문에 오는 거는 아이다. 진짜로.”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 순간, 문득 알았다. 이 아이가 지금 쥐고 있는 사탕이, 어쩌면 이곳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선의였다는 것을. 그날부터 택산이는 내게 그림을 보여주고, 글을 써서 읽어달라고 했고, 내 질문에 처음으로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카지노 게임.
아이들과 우리는 그렇게 마음을 조금씩 나누기 시작카지노 게임. 누구도 가르치려 하지 않았고, 누구도 이기려 하지 않았다. 그냥, 함께 앉아 연필을 들고, 사는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어미 닭을 따라 걷던 병아리 이야기, 물속에 빠진 강아지를 구한 형 이야기, 그리고 '하늘에는 별이 많고 나는 그중에 하나다'라고 쓴 민지의 짧은 시. 그 모든 것이 내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신원 가는 길은 여전히 험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마다 내 마음은 가벼워졌다. 나는 나를 도우러 간 줄 알았는데, 정작 치유받고 있던 건 나 자신이었다.
이제 돌이켜보면, 신원 가는 길은 단지 산골마을로 향한 여정이 아니었다. 그건 내 마음속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길이었다. 문학은 그렇게 나에게 말을 걸었고, 사람은 그렇게 나를 사람으로 만들었다.
신원에 다닌 지 세 달쯤 되었을까. 봄이 가고 여름이 오려는 시기였다. 한참 택산이와 다른 아이들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트기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그날은 유독 안개가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아이들과 시를 쓰던 중, 택산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저기… 저 산 위 카지노 게임 있잖아요. 거기… 우리 할매 할배 묻힌 데예요.”
그 말이 무심히 던진 단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이의 눈은 어딘가 깊고 어두운 곳을 보고 있었다.
“어릴 적 들었어요. 전쟁통에… 군인들이… 거기서 마을 사람들 다 죽였대요. 할매도, 할배도… 그냥 데리고 가더니, 안 돌아왔대요.”
그날 밤, 숙소에서 조용히 검색을 해보았다. 그리고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신원학살 사건은 한국전쟁 중 민간인이 자국 군에 의해 조직적으로 학살당한 대표적 사례이다.
1951년 2월 9일. 경남 거창군 신원면 일대. 국군 제11사단 9연대 3대대는 인민군과 빨치산에 협조했다는 혐의로 이 지역 주민 약 719명을 연행했다. 그중 대부분이 여성과 노인이었고, 심지어 7세 미만 어린이도 385명에 달했다. 그들은 마을 뒷산인 죽전리 골짜기, 오늘날 ‘붉은 언덕’이라 불리는 곳에서 집단 총살되었다. 군은 시신을 불태우거나 묻어버렸다. 사건 직후 군부는 ‘양민이 아니라 빨치산 가족’이라고 은폐하려 했고, 진실을 밝히려던 국회의원 조봉암과 장면은 군의 압력으로 입을 닫아야 했다.
이 사건은 단지 과거의 상처가 아니다. 국가 폭력이 어떻게 민간인을 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이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본질을 되묻는 상징적 비극이다
그날의 기록을 바라보며, 숨이 막혔다. 매달 아이들과 글을 쓰던 그 마을, 택산이 뛰놀던 그 풀밭, 내가 자주 지나던 그 언덕… 그 모든 곳이 한때 피로 물들었던 땅이라는 것을, 그 조용한 하늘 아래 가슴 터질 듯 비명을 삼켜야 했던 수백 명의 고통이 잠들어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쉽게 잊으며 산다. 땅이 기억하고, 하늘이 기억하고, 후손이 마음에 묻고 사는 그날을, 교과서도, 뉴스도 말해주지 않는다.
오래도록 그 붉은 카지노 게임 앞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까지 문학으로 위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들… 정말 그것만으로 충분한가?’
택산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름조차 기록되지 않은 아이들, 어머니들, 할머니들. 그들을 죽인 총은 외세의 것도, 적의 것도 아니었다. 이 땅의 군인들이 쏜 것이었다. 나라를 지킨다며, 안보를 지킨다며.
그 순간, 에녹은 이해카지노 게임. ‘국가란 무엇인가, 군대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그 수많은 질문들이 가슴속에서 우레처럼 터져 나왔다.
에녹은 결심카지노 게임. 이 땅에 다시는 그런 비극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누군가의 명령으로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군인이 아닌, 역사의 비극을 기억하고 막아낼 수 있는 군인이 되고자 카지노 게임. 강한 무기를 가진 자가 아닌, 강한 신념과 정의를 가진 자로서. 진정한 군인이 되고 싶었다.
에녹은 자주 생각카지노 게임. 사회에서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자신이 나서서 그것을 이루어야 한다고. 그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마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더 큰 힘과 책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단순히 학문이나 철학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그는, 현실에서 구체적인 변화가 일어나려면 직접 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카지노 게임. 그것이 바로 군대였다. 군대에서 그는 국가의 안녕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실질적인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에녹의 성적은 뛰어났다. 명문대에 입학하기에 충분히 우수한 성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교사들과 친구들은 그의 진로를 둘러싸고 큰 우려를 표카지노 게임. 학교의 내신 성적이 충분히 높았고, 명문대에 진학하면 안정적인 직장과 미래가 보장될 수 있었다. 모두가 에녹이 그런 길을 택할 것이라고 믿었다.
교사와 친구들은 그의 결정을 만류카지노 게임. "에녹, 네가 이렇게 훌륭한 성적을 가지고 있는데, 왜 굳이 힘든 군인의 길을 택하려고 하니?" 한 선생님은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카지노 게임. "네가 이 길을 택하면 정말 많은 기회가 사라질 거야. 너의 재능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더 나은 길이 있어.
그러나 에녹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깊은 결심을 내리며 말카지노 게임. "나는 이 길을 가야만 해.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해. 내가 배운 것들로, 내가 가진 능력으로 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은 군대에서 시작되는 거야."
그의 눈빛은 강렬했고,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확고카지노 게임. 그는 더 이상 학문이나 철학적인 논의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믿게 되었다. 그는 세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군대에서 배울 수 있는 지도력과 전략적 사고를 통해 그는 이 사회에서 바꿀 수 있는 부분을 변화시키고자 카지노 게임. 인류의 복지와 평화를 위해, 국가의 안녕을 위해, 자신이 더 크게 헌신할 수 있는 길이 군인이라는 확신이 섰다.
에녹의 결심은 흔들림 없었다. 하지만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를 만류카지노 게임. "넌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야, 에녹. 힘든 일이 많을 거야." 그들의 목소리는 걱정과 애정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에녹은 이미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가 떠날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내가 군인이 되어 이 나라를 지키고, 이 사회를 위해 무엇인가를 바꾼다면, 그때 내 인생은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될 거야. 내가 지금까지 꿈꿔왔던 것들이 모두 내 안에서 쌓이고, 더 큰 목적을 위해 사용될 거야. 나는 그것을 원해."
그의 결심은 단순한 청년의 일시적인 열정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놓고 싶은 꿈을 더 이상 꿈으로만 두지 않기로 카지노 게임. 이제 그는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에녹의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그 길이 바로 자신이 해야 할 길이라는 것을 확신카지노 게임.
그는 이제 더 이상 기독교적 신앙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이었다. 종교와 철학, 신앙의 문제는 그의 삶에서 한 장을 넘기고, 새로운 챕터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 그의 삶의 의미는 인류의 복지와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었다. 그는 군인이 되어,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는 군대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십, 국가의 안보를 책임지는 자부심, 그리고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그는 군사적인 훈련을 통해 실천적인 지도력과 전략적 사고를 배워, 궁극적으로 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힘을 키울 것이다.
에녹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이 있었다. 그것은 폭력과 불의에 맞서 싸우겠다는 다짐이었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그의 결연한 의지였다. 그는 이제 군대라는 무대에서 그 불꽃을 더욱 크게 피워가며, 자신이 바라는 평화와 정의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군인이 되어, 나는 신원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이 땅에 일어나지 않도록 싸울 것이다. 힘없는 백성이 국가에 의해 학살당하지 않도록. 그리고, 진실이 침묵되지 않도록. 나는 잊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함께 시를 쓰던 붉은 언덕을. 택산의 사탕보다 더 뭉클했던 그날의 속삭임을. 그리고, 죽어간 이들의 마지막 한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