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관통하는 핵심 이슈
이번에는 뭘 쓸지 조금 고민했다.
세부적인 사항을 이야기하려니 너무 디테일하고, 그렇다고 시즌 2의 여러 가지 '거대 서사'들에 대해 이야기하려니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시즌 2 마지막 에피소드 '드레드노트'를 보며 떠오른 여러 가지 주제들을 한꺼번에 수박 겉핥기식으로나마 다뤄볼까 했는데.. 쓰다 보니 길어져버려 몇 개의 소주제로 나눌까 한다.
우선 이번 글에서는 마지막 에피소드의 제목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특정 명칭, 이름을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간접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을 테니,
아래부터 스포일러 얼럿!!!
드레드노트 (Dreadnought), 그 영광스러운 이름.
시즌 2의 마지막 에피소드 제목은 '드레드노트'다. 시즌 전체의 대단원을 맞이하고 이 시점까지의 모든 일들이 벌어지게 된 배경을 완벽하게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목이다.
드레드노트는 작중 직접 언급되지는 않지만, 매우 역사적인 카지노 게임의 해군 함명이다.
이 함명의 역사는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수백 년의 역사 속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1906년 카지노 게임이 도입했던 당시 최신 '전함'으로서의 드레드노트이며, "Fear God and Dread Nought (=nothing)," 즉 '신을 경외하되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20세기 초 드레드노트 전함은 당시 안 그래도 우월했던 카지노 게임 해군을 더더욱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인식되도록 만들었던 전함으로서 12인치(305mm) 주포를 갖추고 최대 21노트(약 시속 39-40km), 최장 6,620 해리(약 12,260km), 그러니까 거의 지구 1/3 바퀴를 항해할 수 있었다.
전투 형태가 완전히 달라진 오늘날의 군함과 의미 있는 비교는 어렵지만, 최장 순항거리가 오늘날 우리 해군이 자랑하는 세종대왕급 구축함 보다도 더 길다.
이름 그대로 등장 당시에는 잠시나마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을 지경인 '드레드노트'는 전함 설계의 새로운 공식을 제시하였으며, 모두에게 너무나도 깊은 인상을 남긴 나머지 이후 한동안 다른 나라의 비슷한 전함들까지 '드레드노트'라고 불리게 만들었다.
드레드노트라는 명칭이 이후 다시 등장한 것은 1960년으로서, 이 역사적인 이름은 카지노 게임 최초 핵추진 잠수함에게 부여되었다. 이 잠수함은 약 20년간 운용되다 1980년에 퇴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56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2016년 드레드노트라는 영광의 칭호가 다시 등장했으니, 바로 현재 카지노 게임이 운용 중인 뱅가드급 전략핵잠(SSBN)*을 2030년부터 대체할 차기 잠수함의 함명으로서다.
* SSBN은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뜻한다.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원자력을 이용해 동력을 얻는 잠수함은 탄도미사일을 뜻하는 'B(=ballistic missile)'가 빠져 공격핵잠, 'SSN (Ship Submersible Nuclear)'으로 표기하며, 현재 카지노 게임이 운용 중인 SSN은 카지노 게임 답게 형용사를 함명으로 채택한애스튜트급이다. 한국어로는 '아'스튜트라고 주로 표기하는 것 같은데, 나는 카지노 게임식 A 발음의 뻘쭘함이 어쩔 수 없나 보다.
총 4척을 건조하는데 '일단' 310억 파운드(지금 환율 기준으로는 한화 약 55조 원)라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계획된 이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에 '드레드노트'라는 이름이 등장한 것은 카지노 게임이 이 프로젝트에 부여하는 중요성을 보여준다.
카지노 게임에게 신규 전략핵잠 사업이 특히 중요한 것은 카지노 게임의 다소 특이한 핵전력 구조 때문이다. 핵 억지는 가능하다면, 미국이 표준화했다고 할 수 있는 3축 체제(triad)를 개념적으로 상정할 수 있다. '3축'인 이유는 핵탄두를 목표물까지 운송하는 방법으로 전폭기를 포함한 폭격기 (공중), 그리고 지상 기반 탄도미사일, 마지막으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등 3가지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지노 게임은 핵보유국 중 유일하게 전략핵잠(SSBN)을 통한 해상 기반 핵억지만을 활용하고 있다. 카지노 게임은 2021년 발표 당시 약 180 여기의 핵탄두를 보유 상한선으로 정하고 있었으나, 2025년까지 44% 정도 늘어난 260 여기로 핵탄두 보유 상한선을 늘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늘어나는 핵탄두도 마찬가지로 전략핵잠을 활용해 운용할 것이기 때문에 신형 드레드노트급 전략핵잠이 시간표에 맞춰 건조, 취역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카지노 게임이 해상 기반 억지력만을 운용하는 아주 정확한 이유는 카지노 게임만 알겠지만, 몇 가지 이유를 짐작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첫째로 경제성이다. 뭐든 대체로 '한 가지로 통일'하면 비용이 내려간다. 지상, 공중, 해상의 3가지 시스템을 운용하는 것에 비해 해상 단일 핵억지는 무기체계 개발, 관련 시스템의 정비, 인력 훈련 등과 관련된 운영과 비용에 걸친 여러 측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러시아에 비해 비교적 소수의 핵탄두만을 보유하고 최소억지(minimum deterrence)*를 채택하고 있는 카지노 게임으로서는 해상 단일 핵억지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 간단하게 말하면, "당신이 나를 핵으로 공격할 경우, 내가 비록 죽더라도 당신도 나의 핵공격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위협을 기반으로 상대가 핵공격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이를 담보할 수 있을 만큼의 핵전력을 갖추는 것." 그럼 그 외의 전략이 있을까? 하고 질문해 볼 수도 있겠다. 너무 극단적 예시지만, 핵을 극히 일부 국가만 소유하고 있던 핵억지의 초기 역사에서는 "심지어 당신이 나를 핵이 아닌 수단으로 공격하더라도 나는 핵을 쏠 것이다"라는 전략도 있었고 카지노 게임도 원래는 이런 쪽이었다. 처음에는 그게 더 경제적으로 보였기 때문에.
두 번째로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고려다. 카지노 게임의 핵억지력은 카지노 게임의 핵보유 초기 시기부터 미국, 그리고 NATO와의 유기적 운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 카지노 게임의 핵억지가 기본적으로 잠재적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는 러시아에 비해 카지노 게임의 핵전력은 조촐해 보이지만, 카지노 게임은 혼자가 아니다.
세 번째로는 비교적 안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상에 보유한 핵 미사일은 적의 우선적 핵공격 목표물이 될 수 있다. 항공기 기반의 핵운용 역시 공군기지가 필요한데, 공군기지도 결국 땅 위에 있고 마찬가지로 적의 핵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영토대국들에 비해 카지노 게임은 국토의 크기가 한반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비교적 작다. 이를 감안하면 도시에 비해 공격의 윤리적 부담이 덜한 핵공격 대상 '군사 목표물'이 지상에 있다는 것은 카지노 게임 국토가 적의 지상 핵공격의 직. 간접적 공격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일 여지가 있다.
반면, 핵잠수함은 엄한 바다를 다 두드려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적의 핵공격에도 생존하여 확정적인 보복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카지노 게임은 4척의 전략핵잠 중 적어도 한 척은 항시 바닷속 어딘가에서 핵 공격에 대응할 태세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이를 'CASD (Continuous at Sea Deterrence),' 지속해상억지라고 한다.
* 카지노 게임은 어떤 조건 하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의도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물론 상식 선에서 생각해 보더라도 핵무기로 공격당할 경우, 핵무기로 반격할 가능성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확정적일 것이다.
사실 드라마의 이 모든 사건이 발생한 근본 원인은 비록 영국의 핵억지는 아니지만, 중심 사건이 잠수함, 핵무기와 너무나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레드노트'에서 시작해 조금 이야기가 샌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평화롭고 전원적인 분위기를 생각하고 시작했던 '영국 일기' 매거진이 갑자기 화약 냄새(를 넘어 우라늄..)로 가득 차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드라마와 관련된 연재 속의 연재를 시작한 이상, 이 드라마의 핵심을 구성하는 이슈를 더 이상 피해 가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 이 점을 고려하여, 쿠루의 영국일기에 작성되었던 이 글을 포함한 넷플릭스 외교관 TMI 시리즈는 2025.1.12(일) 쿠루의 미디어 국제정치 매거진으로 이동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원래 이 글에서 다루려 했으나 너무 글이 길어져 그렇게 하지 못한 AUKUS, 그리고 넷플릭스 외교관 시즌 2까지의 감상을 (hopefully) 마무리하는 글들을 적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