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파스타
아내는출산만끝나면얼음을잔뜩넣은레몬하이볼을마시겠다며벼르고별렀다. 산토니위스키와탄산, 레몬이섞인하이볼은입안에서상큼하게톡톡쏘아대는그맛과향이일품이다. 아내는기분좋게인상을쓰며하이볼을들이켠다음, 차가운얼음을와그작씹어먹고싶어카지노 쿠폰. 내가먹는것도아닌데나는상상만으로즐거웠다. 입덧과먹덧, 소화불량으로고통받던아내가받아들차갑고시원한하이볼이나도진심으로보고싶었다.
출산후, 정신적으로스트레스를받는아내에게내가아이를재울테니, 집근처술집에서하이볼을마시고오라고제안한적이있다. 아내는조금주저했지만단호하게고개를저었다. 모유수유때문이아니었다. 아내는레몬하이볼은아무곳에서나먹으면안된다고카지노 쿠폰. 꼭술집‘악어’에서먹어야한다고카지노 쿠폰.
술집‘악어’는홍대에서운영하다가작년에은평구신사동으로이사카지노 쿠폰. 작년, 근처에서공동전시회를했던아내와동료들은‘악어’에서뒤풀이를카지노 쿠폰. 그곳에서레몬하이볼과안주를맛본아내는얼마후에나를데리고한번더‘악어’에방문카지노 쿠폰. 아내말대로였다. 술집‘악어’의레몬하이볼은훌륭카지노 쿠폰. 안주는그자체로도훌륭했지만, 술과함께하면술을더맛있게느끼도록카지노 쿠폰. 사장님의음식솜씨가기가막혔다. 안주몇가지는비건옵션이가능카지노 쿠폰. 가게곳곳에사장님부부의정성과애정이느껴졌다. 그곳에있는것만으로강과같은평온함이출렁이는기분이었다. 홍대의임대료로부턴지켜주지못했지만, 이곳에서만큼은지켜줘야하는가게라고생각카지노 쿠폰.
물론아이가태어나면당분간‘악어’에갈수없을거라고예상했다. 하지만코로나19는전혀예상하지못했다. 아내의갈증은그어느것으로도해결되지않았다. 맥주나소주는눈에차지않는지마실생각을하지않았다. 보다못한나는산토리니위스키를사서레몬하이볼을아내에게직접만들어주기도했다. 산토리니유튜브계정에올라온하이볼만드는방법을참고하여처음으로술을제조해보았다. 아내는고마워하며내가만든하이볼을마셨지만, 나도알고있었다. 마치미술품의아우라처럼세상의어느갈증은그어떤것으로도대체될수없다는것을.
언제였던가. 코로나19가잠잠하던때였다. 포카와마꼬를자동차에태우고외출했다가술집‘악어’ 근처를지나갔다. 아내는‘악어’가코로나19 때문에손님이없어서영업이어렵다는이야기를들었다고했다. 아내는근처이기도하고잠시들리면어떻겠냐고조심스레운을뗐다. 나는바로운전대를돌렸다. 오후6시즈음이어서사장님부부가이제막오픈준비를하고있는참이었다. 손님이많으면포장을하려고했는데다른손님은아무도없었다. 반려견출입가능한곳이라포카도데리고들어갔다. 우리넷은외진테이블에자리를잡았다. 나는포카를챙겼고, 아내는마꼬를안았다. 붉고어두운조명때문에이곳에온것이꿈인가, 생시인가싶었다.
마스크를쓴사장님부부는아내를기억했다. 포카를귀여워하며물그릇을갖다주셨고, 반갑다며마꼬에게눈인사를했다. 메뉴판을볼것도없이아내는레몬하이볼을주문했다. 나는운전을해야해서사이다를시켰다. 안주로는고사리파스타와마라상궈를부탁했다.
기다리는동안나는마꼬를데리고가게안을구경카지노 쿠폰. 가게의한빨간벽면엔아내와동료들의전시회포스터가여전히걸려있었다. 이유는알수없지만조금뭉클하여포스터를배경으로마꼬의사진을한장찍었다.
주문한음식과레몬하이볼이나왔다. 평소감정의동요가없는편인아내지만그날만큼은달랐다. 감격에겨워하며단숨에레몬하이볼을들이켰다. 그차갑고시원한하이볼을마시는아내의표정을잊을수가없다. 그얼굴은운동회나마라톤, 벚꽃축제와해수욕장처럼이제우리가다시는만나기어렵게된것들중하나가되고말았다. 그날이후, 얼마지나지않아코로나19가다시기승을부리며우리는그어느곳도가지못하게되었다.
아내는소원성취를했지만, 이번엔내가상사병에걸렸다. 그날먹었던고사리파스타가계속눈에어른거렸던것이다. 올리브유와치즈가루가아닌들기름과들깻가루로만든것같았는데, 어찌그리맛있던지계속생각났다. 시장에갔다가튼튼하고굵은고사리를발견한나는가격도묻지않고냉큼한움큼을사왔다.
부엌에서서인터넷과유튜브를뒤져보았다. 하지만고사리파스타에대한레시피는그어디에서도볼수없었다. 어떻게만들어야할지감이오지않아제사지내듯도마위에고사리를두고한참을노려봤다. 머릿속으로몇가지시물레이션을해본다음, 조리과정을심플하게알리오올리오하듯만들어야겠다고결정카지노 쿠폰. 이제일사천리로요리를진행카지노 쿠폰.
우선냄비에소금을평소보다덜넣고물을끓였다. 소스를간장으로할것이기때문에너무짜지않도록소금양을주의해서면을삶았다. 팬에는들기름을둘러주었다. 마늘과페퍼론치노를다져넣은다음, 약불에서볶았다. 마늘색이갈색으로변할때까지기다리진않았다. 발연점이낮은들기름이마늘보다먼저탈것같았다. 채썰은양파를넣은다음, 양파가투명해지면먹기좋은크기로자른고사리도넣었다. 간장을한큰술넣어맛을한번보고적당하여계속볶았다. 여기까지만보면영락없이고사리볶음이었다. 이젠면수를넣을차례였다. 기름과면수가유화되도록계속저어소스를완성카지노 쿠폰. 면에서 전분이 나오도록 소스에 면을 넣고 나무젓가락으로 계속 돌려줬다. 마지막으로파스타의농도가되직하게되도록치즈가루대신들깨가루를듬뿍뿌렸다. 면으로시금치페투치네를사용했더니, 숲에서피어난고사리가접시에한가득담긴듯카지노 쿠폰.
‘악어’ 생각이나서나는고사리파스타에맥주를곁들였다. 고사리의깊고묵직한맛이마늘향이나는들기름과고소한들깨가루와묘하게어우러졌다. 감칠맛을낼만한고기나해산물을넣지않았음에도고사리가싱싱해서감칠맛이살아있었다. 시금치나아욱만큼고사리는채소임에도불구하고풍부한감칠맛을품고있었다. 맛뿐아니라고사리는칼로리가낮고섬유질은풍부하여배변활동에도움을주고, 단백질과칼슘, 인, 철분을함유해영양가도많다고알려져있다. 고사리파스타가아니었으면고사리가이토록훌륭한식재료인줄은몰랐을것이다.
물론‘악어’에서먹었던고사리파스타만큼맛있진않았다. 그것은레시피의문제이기도하겠지만, 만든사람의요리솜씨탓이기도할테지만, 미술품의아우라처럼그곳에서먹지않으면안되는갈증때문이기도하다. 내요리솜씨가아무리좋아져도‘시간’과‘추억’이란감칠맛은따라잡을재간이없다.
햇빛이 한가로이 창문에 걸터앉은 오후, 아내가 SNS에서 화제 되고 있는 ‘운동회 아이들의 함성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듣지 않았지만 들은 것처럼 귀가 먹먹해졌다. 순간, 그 시끄럽고 덥고 번잡스러운 소리가 허기지듯 서럽게 그리웠다. 다시는 만나기 어려운 것들, 어쩌면 영영 못 만날 것들을 떠올리니 고향을 잃은 것처럼 가슴이 시큰카지노 쿠폰. 무엇보다 마꼬에게 미안카지노 쿠폰. 이대로라면 마꼬는 운동회는커녕 문화센터를 경험하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다. 마꼬에게 이런 세상밖에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이 한탄스러웠다.
하루 종일 확진자 알림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출을 자제하라는 문자가 쌓일 때면 나는 종종 ‘악어’를 떠올렸다. 언제쯤 ‘악어’에 다시 가볼 수 있을까. 임대료를 내지 못해 문을 닫는 집 근처 가게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코로나 19로 일자리를 잃은 회사원들과 육아휴직 복귀 신청을 했는데 적당한 자리가 없어서 일을 그만둬야 했던 친구를 떠올렸다. 다들 얼마나 힘들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언제쯤 이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지금 이 시기에 육아휴직을 한 것은 잘한 것일까.
포카와밤산책을하다가놀이터에서그네를탔다. 아무생각하지않고허위허위그네에몸을맡겼다. 그네에힘이실릴수록내몸이초승달처럼초조하고위태롭게기울어졌다. 하지만아무리흔들려도나는그네에서떨어지지않았다. 다른사람들도부디그랬으면좋겠다고기도카지노 쿠폰. 차갑고시원한레몬하이볼이간절한밤이었다. 물론고사리파스타와함께라면더할나위없겠지.
*저처럼 하면 곤란해져요!
-들기름은올리브유와참기름보다발연점이낮아요. 들기름을센불에서가열하면타면서발암물질이나오니꼭 중약불로 조리을 하세요!
-저는들깻가루로되직하게만들어서먹었는데, ‘악어’에서먹은것은되직한느낌이아니라기름이요리전체에코팅되어소스가자작한느낌이었어요. 취향에맞게소스 농도를 맞추시는 게 좋겠어요. 물론 ‘악어’의것이훨씬더맛있어요. 포장도되고요! 코로나19가잠잠해지면꼭한번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