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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Mar 24. 2025

3장 어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읽어야 해?

3학년을 앞둔 겨울방학에 엄마랑 뮤지컬 <영웅을 보러 갔어. 어린이 뮤지컬이 아니라서 좀 무섭기도 하고, 이해하기 힘들어서 지루한 부분도 있었지만 무척 재미있었어. 어른들 틈에서 뮤지컬을 보니까 내가 수준이 막 높아지는 느낌이 들었다니까. 일본 헌병이 웃기는 대사를 하고, 웃기는 행동을 해서 재미있었어. 웃긴 장면만 찾지 말고 진지하게 보라고 엄마는 말했지만, 너무 진지하면 무섭다고. 안중근 선생님이 손가락을 자르는 것도 그렇고, 총으로 사람을 막 죽이는 것도 그렇고, 그러다 사형까지 당하잖아. 나라면 생각도 못 할 일인걸. 다녀와서 쓴 일기에 이런 대목이 있었어.


“이 <영웅을 보고 나서 안중근 선생님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재미있던 것은 일본 헌병이 가장 재미있었어요. 지금의 일본도 전처럼 나쁜 걸까요?”


그땐 어려서 안중근 선생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 그러다 4학년이 되어 조정래 할아버지가 자기 손자를 위해 썼다는 위인전 시리즈 중에서 《안중근》을 읽게 되었어. <영웅에서 이미 다 본 건데 왜 또 이 책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하는 건지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지. 엄마는 김훈이라는 소설가가 쓴 《하얼빈》을 읽을 테니, 나더러는 《안중근》을 다시 읽으래. 자기가 한석봉 엄마야 뭐야. 나는 떡을 썰 테니 너는 글씨를 써라, 도 아니고. 나는 하얼빈, 너는 안중근, 그러더라고. 아무튼 그래서 또 읽게 되었지 뭐야.


엄마는 《하얼빈》을 읽으면서 책 여기저기 밑줄을 그어 댔어. 아, 소설 쓰는 김훈 아저씨는 정발산에서 본 적 있어. 나는 친구들이랑 놀고 있는데, 아저씨는, 할아버진가?, 암튼 그 소설가는 맨발로 씩씩하게 걷고 있더라고. 그렇게 건강 관리를 해서 그 긴 소설도 막 써내고 그러는 건가 봐. 좀 더 크면 소설 《하얼빈》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 보고 싶긴 해. 그 소설을 원작으로 이번에 영화도 개봉했으니까, 엄마는 또 그러겠다. 영화 보러 가자고 말이야. 엄마, 내가 미리 찾아봤는데, 그 영화 15세 관람가라고요. 내가 몇 살인지 잊은 건 아니지? 하긴, 보호자와 함께 가면 그 연령은 참고만 해도 된다는 게 우리 엄마 주장이니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되는 기준은 뭐야?


그나저나 이쯤 되면 나는 궁금해지는 거야. 엄마가 4학년 되면서부터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읽어야 한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작품들을 하나씩 읽어 나가야 할 때다, 막 그랬거든. 입에서 침도 튀겼다니까. 진짜루. 그런데 《안중근》 같은 것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 들어간다는 거야.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되려면 작가가 이미 오래전에 돌아가시고 막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조정래 할아버지는 멀쩡하게 살아 계신데 말이지. 게다가 이 책은 처음 나온 게 2007년이니까 이제 겨우 20년 가까이 된 작품인데, 이런 것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거야? 엄마한테 따졌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읽으라더니 왜 아무거나 엄마 좋은 걸로 읽으라고 하는 거냐고. 아니래, 이 책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고, 현대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으니까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라는 느낌적 느낌이라나 뭐라나.


엄마를 무턱대고 믿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사전을 찾아봤어.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문학’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


“예로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가치 있고 훌륭한 문학.”


나는 또 궁금해졌지. ‘예로부터’면 도대체 얼마나 오래되어야 ‘예로부터’라고 인정되는 건지 말이야. 그걸 알려면 뭔가 더 검색해 봐야 했어. 컴퓨터를 열고 또 칮이봤어. 와, 진짜 내가 이런 것까지 공부해 가면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읽어야 하는 걸까?


암튼 어떤 사람*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문학과 현대문학으로 나눌 때, 뚜렷한 시기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19세기 중반을 경계로 해서 그 이전 건 카지노 게임 사이트문학, 그 이후 건 현대문학이라고 나눈다고 설명하더라. 세계문학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현대로 나눌 때는 산업혁명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설명도 있더라고. 산업혁명이 뭔지 내가 알 게 뭐야. 휴, 어떡해. 또 찾아봤지. 산업혁명은 18세기 후반부터 100년 정도 이어진 건데, 사람들이 손으로 생산하던 걸 기계로 만들게 되면서 이익이 많이 남게 되었고, 그 남는 돈 덕에 지금의 자본주의 경제가 생겨날 수 있었다는 걸로 겨우겨우 이해했어.


내가 찾아보니 이렇더라고 말했더니 우리 엄마가 뭐라는 줄 알아? 그냥 좀 오래된 느낌이면 죄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라고 생각하래. 낯설고 이상한 사고방식, 지금의 가치관과 동떨어진 옛날 생각이 지배하는 세상의 이야기는 모두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라고 말이야. 어린이책은 그렇게 생각해도 된대. 보통의 경우 지금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의 반대편에 있는 예전 작품을 뭉뚱그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지 뭐야. 음, 뭔가 이상하지만 일단 그런 걸로. 자, 그럼 이제부터가 진짜 고민이야. 그렇다면 도대체 뭘 읽어야 하는 거야?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 권영민, 열화당



그럼, 어떤 책을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해?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신이 나서 책 제목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어.


“《소공자》, 《소공녀》 무조건 카지노 게임 사이트지. 진짜 재밌거든. 《왕자와 거지》, 《보물섬》도 엄청난 얘기지! 《끝없는 이야기》, 《모모》도 빼놓으면 안 되지. 보자, 또 뭐가 있지?”


100권도 넘게 읊어대려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겨우 뜯어말리고 한 달에 한 권 꼴로 읽을 책을 골라봤어. 이미 읽은 책들은 빼고 말이지.


《15소년 표류기》, 《키다리 아저씨》, 《옹고집전》, 《박씨전》, 《빨간 머리 앤》, 《꽃들에게 희망을》, 《로빈슨 크루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장발장》, 《사랑의 학교 1》, 《명심보감》, 《홍길동전》, 《톰 소여의 모험》 같은 책들을 잔뜩 늘어놓으면서 엄마는 이건 이래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하고, 저건 저래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 한다고 일장연설을 늘어놓았어. 맞아, 또 침을 튀기면서 말이야.


나는 또 생각했지. 카지노 게임 사이트 말고 다른 사람이 권해 주는 책도 궁금하다고 말이야. 그랬더니 카지노 게임 사이트는 조금 시무룩해진 얼굴로 책 한 권을 던져 주더라. 내가 좋아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할아버지가 쓴 《책으로 가는 문》이었어. 미야자키 하야오 할아버지가 읽은 세계명작 중에서 가장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50권을 담고, 간략한 설명을 곁들인 책이야. 이 할아버지는 애니메이션만 멋지게 만드는 게 아니라 책도 재미있게 쓰더라. 아, 부러워.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아쉬웠어. 이 책 속에 들어 있는 책들은 모두 ‘이와나미문고’라는 일본의 책 시리즈 중에서 고른 거래. 이왕이면 우리나라 출판사의 좋은 시리즈 중에서 골라 권해 주는 책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우리나라의 친절한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가 이건 어떤 내용인데, 나는 이렇게 읽었다 하고 알려주는 길잡이 책 말이야. 그걸 쓴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면 더 좋겠지. 아, 노벨문학상 받은 한강 작가님이 아이랑 같이 읽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야기를 책으로 써 주면 어떨까? 너희들도 그런 책 있으면 좋겠지? 아니면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가 추천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목록집 같은 것도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또, 또래 친구들이 읽고 좋았던 책 이야길 들려주는 책이 있으면 좋겠어. 전국의 학교 선생님들이 ‘나랑 같이 공부한 아이들은 이런 책을 좋아했어요’하고 소개해 주면 더 믿고 고를 것 같아. 그림책 권해 주는 책은 많은데, 카지노 게임 사이트 권해 주는 책은 많지 않은 것 같아. 있더라도 대부분은 부보님들한테 ‘아이에게 이런 책을 읽혀 주세요’ 하는 것들이 많아서 들춰 봐도 나는 잘 모르겠더라고. 출판사 선생님들, 어린이가 어린이에게 권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야기, 이런 거 꼭 좀 내주세요. 아셨지요?



***** 함께 읽기


《안중근》, 조정래, 문학동네


4학년이 되어 다시 읽으니 독립운동가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더라. 뮤지컬을 볼 때와는 또 달랐어.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알게 되고, 안 보이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는 경험을 하니 신기했지. 같은 책을 해마다 다시 읽는다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나는 해마다 그러진 못하더라도 어떤 마음으로 그러는 건진 알 것 같아.


"책을 읽은 뒤에 안중근의 용기와 애국심을 다시 느꼈습니다. 안중근이 있어서 나라가 독립할 수 있었다는 것을 엄청나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안중근이 죽기 전에 어머니가 옷을 보내며 ‘일본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고 나라를 위해 죽어라’라는 편지를 보내는 것이 나왔을 때 안중근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저였다면, “뭐 이런 카지노 게임 사이트가 다 있어!” “나, 나는 죽기 싫어!”라고 말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안중근은 용기를 냈습니다. 그 용기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제 생각에는 아마 나라에 대한 효도나 애국심 덕분에 그런 용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제가 안중근이었다면 사형당하기 전에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안중근》은 많이 아는 이야기지만 읽을 때마다 그의 용기에 계속 놀라게 되는 책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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