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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동급부 Mar 23. 2025

카지노 가입 쿠폰

삼철

오늘은 공부고 숙제고 다 집어치우고 무작정 너한테 편지부터 쓰는 거야.
밥두 먹기 싫고 해서 들어오자마자 좀 누웠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훌훌 털고 젤 먼저 하는 일이 편지 쓰는 일이야.

삼철아 오늘은 네가 아주 많이 생각났어. 또 많이 보고 싶기도 하고.
회사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거든. 그냥 다 때려치우고 충주행 버스에 몸을 싣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건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에 꾹꾹 눌러 참아야만 했어. 심란한 카지노 가입 쿠폰도, 널 보고 싶은 카지노 가입 쿠폰도 모두자제해야만 했어.

이럴 땐 네가 특박을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시무룩하고 풀 죽은 모습 보이고 싶지 않거든. 너 힘이 드는데 위로는 못 해줄 망정 나까지 그럴 수는 없잖아. 근데, 근데 말이야... 나두 정말 힘들다. 속상해 죽겠어. 내 뜻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이리저리 치이기나하고 너 나보고 열심히 사는 거 같다고 했지. 이건 열심히 사는 게 아니라 마지못해 사는 거야. 화장실에서 변기통에 쭈그리고 앉아 울면서 이런 내가 정말 싫었어.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는데 고작 울음뿐이라니 이럴 땐 눈물 많은 게 진짜 싫어.너한테 굉장히 많은 얘길 쓰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깐 내가 참 생각이 짧단 생각이 들어. 너한테 이럴 때가 아닌데 말야. 그냥 속으로만 속상해했어야 하는데...

오늘은 너한테서 카지노 가입 쿠폰가 안 오길 빌었어.
물론 어쩌다 한번 오는 전화가 오늘 일리야 없겠지만은 그래도 말야. 너한테 전화라도 오면 나 울음부터 나올 거 같았거든. 정말이야 누군가가 건드리기만 해도 울어버릴 거 같았어. 하지만 다행이야. 전화는 오지 않았으니깐. 정말 만약 네 전화받고 울음부터 나왔다면 너 많이 놀랬을 테니까.

나 참 바보 같지? 나두 이런 내가 싫어. 어쩌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잘 살 수가 있을까? 맘 아프지 않고 평생 행복하게 말야.

1998. 11. 24.

P.S. 편지 내용이 뒤죽박죽이더라도 오늘은 이해해 줘.
누군가 한테라도 '세상은 다 그렇게 사는 거야'라는 말 한마디라도
들으면 좋겠다. 그럼 좀 덜 슬플 거 같은데....

인생은 다 그런 거라고, 너만 그렇게 사는 게 아니라고...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큰질책을 받은 것일까...

그래서 당당히 따지고 싶었지만 억울하고 당황스러운 카지노 가입 쿠폰에 눈물만 흘렸던 것은 아니었을까... 편지의 내용만 가지고 한 막연한 추측이다.


다 지난 일이다. 사실 관계가 뭐가 중요하겠는가.하지만 카지노 가입 쿠폰은 아파 온다.

'이럴 땐 네가 특박을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늘은 너한테 카지노 가입 쿠폰가 안오길 빌었어.'


어차피 나오지 못할 특박, 오지 않을 전화인데 그러지 않길 바랐다는 그 카지노 가입 쿠폰은'나 힘들 때 네가 옆에 있어야지','이럴 때 네가 카지노 가입 쿠폰라도 해야지'로읽힌다. 너는 왜 그런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것도 할 수 없는 존재냐는 안타까운 호소로 들린다. 심지어나에게 글이라도 써야,그렇게 털어라도 놔야 조금이라도 카지노 가입 쿠폰이 풀릴 같아 시작한 편지조차 오히려 나로 인해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여자친구의 속카지노 가입 쿠폰도 맘껏 풀어내지 못하게 했던 못난 군바리 이등병 남자친구였다.

곁에 있었다면 수 백번이라도 안아주고 '세상은 다 그렇게 사는 거라고' 수 천 번 전화해 줄 수 있지만나는 그러지 못했다. 복무 중에 그녀를 사귀고 많은 편지들을 주고받으면서,그녀에게 나는 '카지노 가입 쿠폰'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스스로 빛나지 못해 보기도 어려운,낮에만 그저 존재할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는창백한 반푼이...


아마 이 편지를 읽은 후에도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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