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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Jan 21. 2025

국어쌤 카지노 게임?

공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해도 결국 ‘공부’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쯤하고 넘어가야만 할 것 같다. 아주 오래전부터 목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불편하게 만든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학창 시절에 공부를 꽤나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였다. (선생님들 중에 공부 못한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느냐마는) 좋아서 공부하는 쪽에 가까웠는데 중3 때에는 공부하는 게 너무 즐겁고 재밌어서 잠을 줄일 정도였다. 중학교 3학년 때에는 전교 5등 밖으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었으며 고등학교는 수석으로 입학했다. (비평준화 지역이어서 시험을 보고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임용고시는 1년 8개월 정도 공부하고 바로 합격했다. 국어교육과 전공이 아님에도 2년 안에 합격한 것은 꽤 칭찬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국어교사 1정 연수에서는 차석을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솔직히 말하자.




맞다. 나는 공부가 좋다. 가만히 앉아서 배우고 익히고 그것을 평가받는 것이 너무 좋다. 객관식은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서술형, 논술형 상관없이 좋다. 단 하나,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만 줄인다면 공부와 시험에 아주 특화된 인간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중학교 때에는 선생님의 농담까지도 필기하던 아이였다. (샘들이 우리 반에서는 농담도 못한다고 할 정도.) 카지노 게임이 좋았다. 새롭게 배울 수 있어서. 필기하며 정리할 수 있어서. 그 시간엔 오롯이 선생님과 나의 대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와 공부, 카지노 게임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이상하게도 발령받는 학교마다 학업성취도가 낮은 편이었다. 그나마 두 번째 발령지는 신도시 근처 학교여서 특목고 준비생들 덕분에 학력이 높고 학부모님의 관심이 뜨거운 곳이었는데 지금 일하는 곳은 첫 발령지보다도 학력이 낮은 곳이다.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있던 시절에 50~60%의 성취도를 보이던 곳이다. 가만히 앉아서 강의식 카지노 게임을 듣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카지노 게임 중에 돌아다니거나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이 30%가 넘는 곳이다.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카지노 게임태도’, ‘공부 방식’에 대해서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적이 많았다. 분명 내가 봤을 땐 그렇게 공부하면 머릿속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데 아이들은 부득불 그렇게 공부했다. 국어 시간에 영어 문제 푸는 것은 양반. 중요한 핵심 단어를 고르지 못하고 ‘서술어’에만 형광펜을 치는 아이, 카지노 게임 시간엔 자고 선생님 학습지만 따로 친구에게 복사해서 공부하는 아이, 그마저도 안 하고 카지노 게임을 포기한 채 잠들어 버리는 아이.




그런 아이들이 모여 있는 교실에서 카지노 게임할 때면 가르치고 싶은 열정이 스멀스멀 사라지곤 했다. 분명 임용고시 준비할 때 본 영상에선 아이들이 서로 협력하며 모둠활동을 하고 과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아무리 침을 튀어가며 설명해도 절반은 잠들어버리거나 딴짓을 했고, 아무리 새벽까지 학습지를 만들어 카지노 게임을 해도 쉬는 시간에 가보면 나의 학습지에는 실내화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을 뿐이었다.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 어차피, 내가 아무리 열심히 카지노 게임 자료를 준비해 와도 아무도 듣지 않을 텐데?

- 맞춤법도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에게 수준 높은 책을 읽힐 필요가 있나?

- 이런 글을 좋아할 리가 없어. 분명 다 잠들 거야.

- 시험에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만 궁금해할걸?





하는 말들이 머릿속을 맴돌자 조금씩 덜 열심히 만들기 시작했다. 아주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학력이 낮은 아이들이니 내가 카지노 게임 준비를 하지 않고 들어가도 잘 모를 거야,라는 생각에 정말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카지노 게임을 시작한 적이 많다. 무슨 내용이 책에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교과서도 한 번 읽어보지 않은 채 카지노 게임을 시작했다. 뭐라고 말해도 어차피 애들은 모를 테니까. 내가 카지노 게임 준비 안 한 줄 모를 테니까.





연차가 쌓일수록 썰을 푸는 능력도 좋아졌다. 분필 하나만으로도 아이들 앞에서 뭔가 ‘있는 척’ 말할 수 있게 되자 조금 더 대충 살아졌다. 준비 하나 하지 않고 무작정 카지노 게임에 들어간 날엔 어쩐지 마음이 불편했지만 그냥 무시했다. 그 마음만 숨기면 모두가 편했으니까. 그래도 아무도 몰랐으니까.





심지어 행정 업무도 많았다. 밤늦게까지 일을 하다 보면 카지노 게임 준비를 할 물리적인 시간도 부족했다. 늘 행정업무가 1순위. 일을 마치면 자정이 넘었다. 카지노 게임 준비하기엔 체력이 부족해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하고 학교에 허겁지겁 가는 삶이었다. 당연히 카지노 게임에 소홀해질 수밖에.




심리적 면죄부는 ‘상담’에서 찾았다. 담임교사로서 상담 하나는 기똥차게 했다. 수시로, 혹은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만나 상담하니 관계가 좋아졌다. 카지노 게임 준비를 하지 않아도, 대충 가르쳐도 아이들은 나를 좋아해 주었다.




- 국어쌤은 재밌어. (당연하지. 카지노 게임 시간에 맨날 잡담하니까.)

- 국어쌤은 친절해. (그건 나의 본투비 성격)

- 국어쌤은 상담을 잘해 줘. (사실 상담하는 게 나도 더 좋아.)

- 그런데 국어쌤 카지노 게임... (???)





익숙함에 젖어 판단력을 잃어버린 그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10년 전, 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국어의 시제에 대해 가르치고 있었다. 당장 다음 주가 시험이었고, 시험 전까지 국어 카지노 게임은 1시간 밖에 남지 않았고, 진도는 꽤 많이 남은, 상황이었다.





아직도 기억한다.

나은이의 목소리.

그리고 나은이가 속삭였던 그 말을.





사진:UnsplashTra Nguy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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