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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Mar 21. 2025

카지노 가입 쿠폰 읽는 아이 (1)

오늘도 녀석은 책을 읽고 있다. 이곳이 도서관이라면 참 좋으련만, 아니, 방과 후라면 참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나는 수업 중이고 아이들은 학습지를 보며 필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녀석만, 책을 읽고 있다. 커다란 손에 쏙 들어오는 아주 아담하면서도 작은 책. 표지가 예뻐 나도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



나는 또 귀도 밝고(멀리서 하는 소리도 다 잘 들린다.) 눈썰미도 좋아서(애들이 딴짓하면 귀신처럼 찾는다) 자꾸만 보인다. 안 보이면 모르겠는데 보이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녀석을 지적하지 않으면, 옆의 아이들이 억울해질 수 있다. 아니, 이렇게 소문날 가능성도 높다.



- 야, 야. 국어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딴짓해도 몰라. 별 말 안 해.



그러다 보면 수업 시간에 수학 문제를 풀기도 하고, 영어 숙제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치면 그냥 책을 읽는 것은 양반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생각이 뻗고 뻗어 결국, 녀석의 책상 앞으로 간다. 한참 동안 다른 세상에 빠져있던 녀석을 일깨운 건 나의 시선이 아니라, 옆의 짝꿍. 2년 전에도 착하고 순하고 선생님 말을 잘 따라주는 예쁜 아이였는데 오늘도 날 도와준다.



- 야. 야. 쌤쌤!



그 말에 흠칫 놀란 녀석은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빼앗길까 두려워 손엔 들린 카지노 가입 쿠폰 꼭 쥐고서. 그 모습이 애처롭고 측은하고 그래서 카지노 가입 쿠폰 뺏는 대신 엄포를 놓았다.



"국어 시간에 책 읽지 마. 책 읽다가 걸리면 그 카지노 가입 쿠폰 모아서 너만의 서재를 내가 교무실에 만들 거야!"



얼굴이 빨개지며 금세 위축되어 보이는 녀석. 왜 하필, 내 앞에서! 그것도 국어 시간에 국어 교과서가 아닌 책을 읽는 거냐! 하고 호통치고 싶은 마음도 없었던 것은 아니나, 녀석의 앞에서 나는 한 없이 마음이 약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녀석이 아니었다면 나는 글 쓰는 선생님이 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 책 <중학생만 13년의 서문에 나오는



"책 나오면 꼭 알려주세요."라며 당부했던, 바로 그 아이. 태영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책을 쓸 수 있었는데, 1년 간 그 말에 힘입어 힘들어도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쓸 수 있었는데 나의 영감이 된 아이는 내 앞에서 책을 읽고 있다니! 그것도 수업 시간에!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 그저 웃음만 나온다.



내 지적에 반항하며 카지노 가입 쿠폰 던지거나, 불편한 마음을 심하게 표현한다면 나도 감정적으로 대응할 것 같았는데 녀석은 너무나 순하고 착하게 카지노 가입 쿠폰 조용히 집어넣는다. 너무 소중한 그 카지노 가입 쿠폰 빼앗길까 봐. 그러다가 정말 영영 카지노 가입 쿠폰 읽지 못할까 봐. 그 간절한 마음이 와닿아서 나는, 거기까지만 잔소리를 하고 멈춘다.



수업을 이어가며 힐끗 보니, 태영이는 잔뜩 주눅 들어 있다. 학습지에 필기를 하기는 하나, 억지로 쓰는 게 역력하다. 반항적이지도 않고 그저 순순히 내 뜻에 따르고 있다. 그 모습을 보는 것도 마음이 좋지는 않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무엇이 태영이를 책으로 이끌었나.

태영이가 카지노 가입 쿠폰 그토록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내 수업은 태영이를 수업에 참여하도록 이끌지 못했나.

못했다면 어떤 점이 부족하고, 보완해야 하는 것일까.

수업 시간에 정말 카지노 가입 쿠폰 읽으면 안 되는 것일까.

왜 카지노 가입 쿠폰 읽으면 안 되지?

왜 수업 시간에 공부를 해야 하지?


아니, 솔직히 나도 중학교 때 몰래몰래 카지노 가입 쿠폰 꺼내 읽지 않았나?



역시 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를 열여덟 살로 데려가 주었다. 그곳엔 태영이보다도 더 소심하고 소극적이며 학교 생활이 여전히 재미가 없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의 내가, 교실의 어딘가에 앉아 있었다.








추신 : 어제 쓰려고 했으나 못 쓰고.. 새벽에 쓰니 글이 두서가 없네요. 며칠 동안은 태영이의 이야기가 연재됩니다. 태영이가 어떤 아이인지 궁금하시지 않으신가요? :-)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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