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터울 형이 있는 나는 형의 옷을 물려 입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같은 중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교복 카지노 게임 물려 입기 딱 좋았다. 체구가 비슷하거나 내가 더 컸다면 상황이 달랐겠지만 난 항상 형보다 작고 왜소했기 때문에 형의 옷이 곧 미래의 내 옷이었다. 방도 마찬가지다. 형이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날 때까지 우린 같은 방을 썼다. 세상의 모든 막내가 그렇겠지만 나 카지노 게임 온전한 내 것이 별로 없었다. 숙명이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나는 내 물건에 집착카지노 게임 경향이 있다. 물건을 하나 사면 잃어버리거나 망가트리는 일이 없다. 일례로 아무리 낡은 운동화라도 꺾어 신는 경우가 없고, 우산 하나도 잃어버려본 적이 없다. 올해 열 살이 된 소형 자동차도, 역시 열 살이 된 애착 카메라도 여전히 소중하다. 아내를 제외한 누군가에게 내 물건을 빌려준다는 것은 굉장한 스트레스 유발 행위이고, 누군가의 물건을 빌리는 것 또한 부담스러운 일이다.
집이라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집은 오롯이 카지노 게임 둘만의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확고했고 아내 역시 생각이 같았다. 결혼 후 7년의 도시 생활 동안 카지노 게임 집을 찾았던 손님이라고는 부모 형제를 제외하고는 아내의 고등학교 친구 한 명과 내 대학 친구 한 명이 다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귀촌 후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졌다. 시골로 내려갔다는 소식에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이 차례로 연락을 건네왔다. 나에게 관심을 두고 축하해 주는 것이야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기분 좋게 싱그러운 대화를 이어가다가도 마지막에 항상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다 같이 귀촌한 친구와 통화하는 학원이라도 다녔는지 통화 끄트머리에 똑같은 말 한마디를 내뱉어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언제 한번 놀러 갈게!”
순간 잠시 멈췄던 뇌가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언제’는 도대체 언제란 말인가? 다음 주가 될 수도, 다음 달이 될 수도 혹은 내년이 될 수도 있는 건가? 언제인지 모르는 그 ‘언제’ 때문에 이 시간부터 가슴 한구석에 불안감을 품고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건가? ‘한번’은 정말 한 번일까?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그땐 어쩌지? ‘놀러 갈게!’의 주체는 당신이잖아. 손님맞이 하는 건 노는 게 카지노 게임라 일이라고…
물론 ‘언제 밥 한번 먹자!’ 같은 별 뜻 없는 인사치레일 수도 있다. 확신의 인사치레라면 나 역시 ‘그래, 언제 한번 놀러 와!’ 정도로 받아칠 수 있겠지만 그게 카지노 게임라면 뜻하지 않은 약속을 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갑자기 언젠가 라디오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떤 남자가 호감 가는 여자에게 작업 멘트를 날렸단다.
“언제 카지노 게임 밥 한번 먹어요.”
그러자 0.1초 만에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고 한다.
“배 안 고파요!”
지금 당장 먹자는 것도 카지노 게임고 언제가 한번 먹자는데 배가 안 고프다니… 이렇게 훌륭한 철벽이 또 있을까? 그렇다면 나도 ‘언제 한번 놀러 갈게!’에 대한 대답으로 ‘몸이 안 좋아’라던가 ‘집에 일이 있어’ 정도로 받아쳐야 하는 건가? 이렇게까지 생각하는 내 정신 상태를 누구도 온전하게 보지 않을 것이다. 나도 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생겨먹길 이렇게 생겨먹은 것을… 사람은 안 변하는 게 카지노 게임라 못 변하는 거다.
의외로 인사치레 같은 말에 진심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사 후 1년 동안 카지노 게임는 지긋지긋한 손님치레를 해야만 했다. 손님맞이의 과정은 보통 이랬다. 일단 누군가의 방문 일정이 잡히면 하루 전날 마당부터 2층까지 대청소를 해야 했다. 방문 당일 아침엔 바비큐를 위한 고기와 술, 숯과 장작 등을 넉넉하게 구입해서 채워 놓아야 했다. 가까운 편의점이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기 때문에(심지어 11시에 문을 닫는다) 혹시라도 술을 마시다가 부족한 게 생기면 낭패다. 준비가 대충 끝나면 수산시장에 가서 제철 해산물이나 회라도 떠다 놓아야 2차까지 매끄럽게 마실 수 있다. 마지막은 잠자리를 준비하는 일이었는데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였다. 도시에서야 집에서 술을 먹어도 택시 타고 집에 가면 그만이겠지만 여기서는 그게 쉽지 않았다. 일단 오면 무조건 하룻밤을 묵어야 하므로 손님을 위한 토퍼와 이불, 베개 같은 침구류가 있어야 했다. 손님이 몇 명인지, 아이가 있는지 등 구성에 따라 방 배 정도 요리조리 해야 했고 때로는 안방을 내주는 일도 감수해야 했다. 이쯤 되면 이게 집인지 펜션인지… 펜션은 돈이라도 벌지 나는 없는 살림에 왜 이러고 있나… 이러려고 내려온 게 아닌데 말이다.
보통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친구들은 서로를 잘 알고 마음도 잘 맞으니까 스트레스받을 일이 없다. 준비의 과정은 똑같이 힘들지만 오랜만에 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건 행복한 시간임이 틀림없다. 문제는 마음이 맞지 않지만 그렇다고 방문을 거절하기도 힘든 부류의 사람들이다. 주로 일로 엮여 있는 사람들이 그렇다.
최악의 손님 역시 후자였다. 프리랜서인 나에게 일을 주는 메인 클라이언트이자 전 직장 동료인 A와 역시 전 직장 동료인 B, 그리고 A의 아들 C까지 세 명이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귀촌과 동시에 A와 B가 각각 놀러 오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던 참이었다. 솔직히 B는 성격이 잘 맞는 편이라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는데 문제는 A였다. 나와 성격이 정반대인 A를 나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데 아내가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쉽게 내려오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A와 B도 친한 사이인데 B만 초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넉 달 동안 대여섯 번 거절했지만 A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대충 흐지부지 끝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A가 나에게 일거리를 던져주는 ‘갑님’이라는 점. 오랜 고민 끝에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라면 한 번에 넘기로 맘먹고 A와 B에게 같이 내려오라고 했다.
험난한 카지노 게임치레가 될 것 같다는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술이 떡이 된 A는 화장실과 복도에 토사물을 뿜어댔고 역시 술이 떡이 돼 면도기에 손을 베인 B는 피 칠갑을 하고 2층 테라스를 뛰어다녔다(B의 행위는 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취하면 바로 잠드는 나를 대신해서 아내가 홀로 수습했다는 이야기를 다음날 들었다). C는 통창에 달린 블라인드를 타고 놀다가 온 집안을 뛰어다니는 것도 모자라 씽씽이를 타고 이리저리 남의 집 마당을 누비고 다녔다(시골은 원래 대문을 잘 안 닫아 놓는다). C의 모친인 A는 숙취로 해롱대고 있어서 꼬맹이를 쫓아다니며 이웃집 마당에서 꺼내 오는 것 역시 나와 아내의 몫이었다.
폭풍 같은 카지노 게임 접대는 짬뽕 한 그릇과 커피 한 잔씩을 먹여 서울로 돌려보내고 나서야 끝났다. 카지노 게임이 빠져나간 집은 세 명의 인간이 다녀갔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처참했다. 또다시 대청소의 시작. 그 후로도 A는 두세 달에 한 번꼴로 놀러 가도 되냐고 물어왔다.
“선배! 나 여름휴가 때 놀러 가도 돼요?”
“카지노 게임, 절대 안 돼!”
“왜요?”
“몰라서 물어?”
“남편이랑 가서 C는 남편이 보라고 할게. 그러면 되지?”
“카지노 게임, 싫어 오지 마!”
“왜? 선배 집 좋은데…”
“좋으면 너도 주택에 살아!”
“난 아파트가 편해.”
“……”
“그럼, 하루는 카지노 게임에서 놀고 하루만 선배 집 가면 안 돼?”
“꺼져!”
더 이상의 대화가 불필요하다고 생각됐다. 그동안 그냥 성격이 안 맞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단순히 성격 차이가 아니었구나! 이건 염치의 문제다. 파렴치하고 몰염치한, 무례하고 무뢰한 사람과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엉망진창으로 엉클어진 내 삶을 정리하려고 선택한 귀촌인데 서비스로 인간관계까지 정리가 되니 나쁘지 않다.이제 더 이상 손님치레는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집이 펜션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