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소산,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녀 1-2
”우리는 발전된 뇌-기계 인터페이스(BCI)로 뇌에 직접 명령어를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인공 눈처럼 기존 신경에 연결해야 했던 인공장기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가 포착한 정보를 대뇌피질의 시각영역으로 보내면 실제로 보는 것과 동일하게 처리됩니다. 수만 리 떨어진 곳이나 깊은 바닷속도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통신만 원활하다면 로봇의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달 표면을 걷는 느낌’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인류는 한때 불가사의했던 뇌의 구조를 기계처럼 이해해 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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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J는 조급한 마음에 옷도 갈아입지 않고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다른 사람의 몸을 빌리는 일과 아소산에 대해서 찾아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 뒤로 도무지 짬이 나지 않았다. 컴퓨터의 전원을 올리고 나니, 홈 AI 시스템이 딸칵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 Hello James, what kind of music would you like me to play for you? (J 님, 음악은 어떤 것으로 틀어드릴까요?)
급한 마음에 대충 'shuffle'이라고 말했더니 천장에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What Are You Doing the Rest of Your Life?'가 시작된다. J는 오랜만에 듣는 노래에 또 방해를 받았다.
"아이참, 하필이면“
영화에도 나왔던 유명한 이 곡은 부인 엘리자베스가 폐암으로 죽기 전에 즐겨 듣던 노래였다. 사실 J는 이 곡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가사를 듣다 보면 왠지 모르게 삐뚤어지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엘리자베스가 자신에게 ‘내가 죽어도 넌 나를 못 잊을 거야’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그렇게 자주 들었나? 싶어졌다. 자기가 죽고 난 다음(Rest of your life)에 어떻게 살지(what are you doing)가 걱정됐으면 '죽지 않으면 될 거' 아니냐며 매몰차게 되묻고 싶은 기분도 들었다.
엘리자베스가 원했던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J는 여전히 홀로 지내고 있었다. 비록 하루하루를 모두 그녀로 채운 나날들은 이미 지나간 지 오래였지만 (Let the reasons and the rhymes of your days, All begin and end with me) J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유일한 여자는 엘리자베스뿐이긴 했다. (All I ever will recall of my life Is all my life with you) 갑자기 자신을 홀아비로 지내게 만든 엘리자베스가 괘씸한 마음이 들어서 J는 자기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이렇게 처량하니 좋으냐'라면서
J는 머리를 흔들어 엘리자베스에 관한 생각을 지우려 노력했으나 곡이 끝나고서야 아소산에 대해서 찾아볼 수 있었다.
찾아보니 아소산은 지질학적으로 꽤 유명한 곳이었다. 수십만 년 전 최초의 화산활동 규모는 지구적으로 봐도 제법 큰 규모였다고 나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장 높은 봉우리조차 1,600m도 채 되지 않았고, 활화산이라고 하지만 실제 화산활동이 일어나는 건, 나카다케 화구 하나뿐이어서 '겨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냉정하게 말하면 아소산의 전성기는 이미 지나갔다고 봐야 할 것 같았다, 근처에서 가장 큰 아소시조차 인구가 2만 명 남짓한 평범한 일본의 소도시로, 관광객으로 북적이기는커녕 약간은 쇠락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었다. (J는 반드시 현금을 가지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타러 아소산을 간다고 하면 이야기가 크게 달라졌다. 일본 라이더들 사이에서 북해도와 더불어 아소산은 가장 가보고 싶은 여행지 중 하나로 꼽혔다. 찾아본 자료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언급하지 않은 곳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게다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은 하나같이 20년은 됨직한 구형 모델들뿐이었다. 전부 J의 눈에 익숙한, 반가운 그때 그 모델들이었다.
거기에 하필 홈 AI도 J가 별 조작을 하지 않고 놔뒀더니 주야장천 '그때 그 노래'만 늘어놓고 있었다. 전 지구적으로 알아주던 화산이었으나 이젠 들러주면 감사한 관광지, 수십 년이 지나도 그때 그대로인 보수적인 나라의 발전이 더딘 소도시, 언제 고장 나도 이상하지 않을 온라인 카지노 게임, 거기에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라니. 이젠 구닥다리로 취급받는 것들의 조합에 자기를 빼놓으면 섭섭해질 것 같았다.
J는 아소산이 마음에 들었다. 고요하고 지루해서 더 자유로울 것 같았다. 이제 사람을 빌리는 것만 결정하면 됐다.
"영혼 유지장치를 줄 거야 아마. 그것만 잘 가지고 있으면 영혼은 무사해.“
다음 날, 스미스는 다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몸에 들어가 있다가 사고가 나면 어떡하냐는 J의 질문에 별일 아니란 듯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반대로 자기 몸을 빌려줬다가, 빌린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자기 몸을 죽여버려서 돌아갈 곳이 없어진 영혼들 처리가 골치 아프다고 하잖아. 자기였다면 죽지 않았을 거라고 주장하니 뾰족한 수가 없는 것 같던데.“
"그게 무슨 말이야?" J는 눈이 동그래져서 스미스에게 되물었다.
"아니 왜, 얼마 전에 뉴스로도 나왔잖아. 나이 많은 백만장자가 젊은 운동선수의 몸을, 큰돈을 들여 빌리고는, 신나는 마음에 그 선수도 처음 해보는 스카이다이빙까지 해버리다가 결국 그 운동선수의 몸을 죽여버린 거야. 그때 그 선수가 몸을 보상해 내라고 소송을 걸었잖아.“
스미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J도 기억났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다가 어쩐지 요즘엔 잠잠해진 소식이었다.
"그때 나이 많은 부자 쪽 변호사는 '이건 자연사'라고 억지를 부려서 엄청 욕을 얻어먹었지. 어차피 위험한 운동을 하다 보면 보통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보다 수명이 짧아질 거라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폈다가 재판도 말아먹었잖아.“
"그래서 그 선수는 어떻게 되었어?"
"그 뒤로 메타버스에서 지내면서 가끔 휴머노이드를 타고 TV 같은 데 나오는 것 같던데?“
"그런데 그렇게 오랫동안 메타버스에서 영혼으로만 지낼 수가 있었던 거였어?"
"그러니까 내 말이, 자기가 죽은 게 아니라고 하니까 메타버스에서 내보낼 방법이 없잖아. 원래는 길어야 한 달 이내고 그 뒤엔 일괄적으로 삭제해 버릴 텐데. 그 선수가 최초로 메타버스에서 '합법적으로' 영원히 지낼 수 있게 된 케이스라면서 부러워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도 있고 그랬었어.“
스미스의 이야기를 들은 J는 ‘아무래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안 되겠군.‘라고 생각했다. 자기 영혼은 유지장치에 보관되니 괜찮다고, 백만장자처럼 남의 몸을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었다. 아쉬워하는 J를 보며 스미스가 웃으며 말했다.
"걱정 안 해도 돼. 영혼이 바뀌어도 몸이 할 줄 아는 건 똑같이 해볼 수 있으니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탈 줄 아는 사람으로 빌리면 되지.”
"그게 무슨 말이야?"
"아,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빌리면 제일 좋은 건 말이야. 그 몸이 익숙한 일들은 우리도 자연스럽게 해볼 수 있게 해주거든. 예를 들면 물에 뜨지도 못하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수영선수의 몸에 들어가면 자기도 모르게 수영을 할 수 있게 돼. 그것 때문에 일부러 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몸을 빌리려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들도 많아.“
"아 그래?"
”응, 난 네가 그걸 알아서 일본 가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운전하려는 줄 알았는데?“
”아냐, 처음 들었어.“
”그래서 세계 정부에서도 휴머노이드를 빌리는 것 보다는 다른 온라인 카지노 게임 몸을 빌리라고 권고하잖아. 그걸 두고 음모니 뭐니 떠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있지만 말야.“
스미스는 J의 어깨를 툭 치며 걱정하지 말고, 얼른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탈 줄 아는 사람이나 찾아서 빨리 예약해 두라고 조언해 주었다. '돈이 좀 들 테니 각오하라'는 이야기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