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아소산, 오토바이, 그녀 1-1
프롤로그를 먼저 읽어주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뉴럴링크'사가 인간의 카지노 가입 쿠폰만으로 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는 칩을 개발해 인체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칩은 뇌의 전기신호를 기계로 전달해서, 사지가 마비된 환자가 카지노 가입 쿠폰만으로 컴퓨터를 조작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하지만 원시적이게도, 머리뼈를 절개하고 연약한 뇌 조직에 직접 칩을 삽입해야 했으며, 그렇게 애써 칩을 설치하더라도 뇌가 칩을 이물질이라 판단하고 자꾸만 밖으로 밀어내는 탓에 연결도 불안정했습니다.“
J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오토바이를 보고 있다.
호텔과 이어진 길을 확인해 보니 다행히 차가 많이 다니는 곳은 아니었다. 한적했다. 넘어져도 혼자 다칠 곳이지, 큰 사고로 이어질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J는 눈앞에 서 있는 '화가 나 보이고, 아스팔트 길과는 어울리지 않는' 오토바이를 몰고 '사고 나면 연락할 사람도 없는 나라의' 거리로 나갈 자신은 들지 않았다. 대신에 차를 빌려 볼까? 하고 생각해 봤지만, J는 운전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일단 일본의 교통 법규부터 익숙하지 않았다. 심지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았다. 그러고 보니 J는 자신이 A의 몸에 들어가면 저절로 일본인이 '되어버릴' 거라고 막연하게 기대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사람들이 '신기하게 됩디다'라고 적어놓은 글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자기에게도 '신기한 방식으로' 당연히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안일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알아보고, 운전도 조심히 하면 되지 않겠나 싶었지만 더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일본인의 운전 습관이 어떨지 알 수 없었다. 조금 전 호텔 직원과 있었던 해프닝처럼, 일본인의 몸에 저장된 습관이 자신의 의사와 배치되는 상황이 '운전 중'에 일어나면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A가 위험을 맞닥뜨리면 차라리 속도를 내어 그 상황을 빠르게 벗어나는 방식으로 대처해 왔다면(충분히 일리 있는 추리다), 그 습관대로 몸은 무의식적으로 액셀러레이터를 더 밟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와중에 J가 뒤늦게 멈추라는 명령을 내리려고 몸에 개입한다면(이 또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오히려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대체 정부에서는 왜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간 채로 운전할 수 있게 해 놓은 거지?‘
차라리 기계에 들어간 몸으로 운전하는 게 훨씬 안전할 것 같았다. 반응속도(latency) 때문에 브레이크를 늦게 밟을지는 모르지만, 기계는 제 멋대로, 주인의 의지와 배치되어 액셀을 밟을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쯤 되니 J는 인터넷에서 떠도는 '세계정부의 음모'가 신빙성 있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아무리 카지노 가입 쿠폰해도 운전은 무리일 것 같고, 다른 계획을 세우는 게 낫겠는데….‘
하지만 오토바이를 타는 것 말고는 딱히 할 만한 게 떠오르는 게 없다는 것도 문제였다. '고요하고 지루해서, 더 자유롭게 느껴질 것 같아서' 선택한 곳이 아니었던가. 게다가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 예약한 이 호텔은 깊은 산 중턱에 있어서 차가 없으면 어디로 나가기도 어려웠다. 돌이켜 보니 준비가 너무 허술했다. 스미스의 말대로 갱년기에 빠져 사고를 쳤다. 그저 오토바이를 타겠다는 생각에만 빠져서 판단력이 흐려졌다.
그러니까, 시간 낭비인 것 같아도 그냥 얌전히 건강검진만 받았어야 카지노 가입 쿠폰.
"뭐? 로마? 하루 만에 거길 다녀왔다고?“
뒷자리에 앉은 스미스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모니터에는 '메타버스 내 영혼 고객을 겨냥한 (죽여주는) 광고안'이란 제목의 문서가 떠 있었다. J가 이번 달 안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투덜대자, 스미스가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해외 여행하는 게 유행'이라며, ’자기도 그 방식으로 지난달 로마에 다녀왔다‘라고 알려줬다. 스캐너로 한번 쓱 훑으면 웬만한 병은 다 걸러지는 시대에 아직도 20세기식으로 피를 뽑고 몸 안으로 카메라를 집어넣느라 하루를 병원에서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못마땅했던 J는 흥미가 생겨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해외카지노 가입 쿠폰 하기엔 시간이 너무 빠듯하지 않아?"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게 아니잖아. 검진하는 병원에다 몸을 맡겨두고 영혼만 전송하면 돼. 연차 하루 더 써서 여유 있게 다녀오면 더 좋고.“
스미스의 말처럼, 2040년에는 더 이상 해외카지노 가입 쿠폰을 '직접' 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갈 수 없게 되었다. 세계정부가 환경 보호를 위해 ’카지노 가입 쿠폰을 위한 비행기 이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초유의 정책을 2038년부터 시행했기 때문이다.
대신, 간단히 ‘영혼’만 그 나라로 보내면 된다.
한 천재 과학자가 ‘자아의 근간’과 ‘인간성의 원천’이 뇌가 아니라 피부 바깥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토록 뇌 안을 샅샅이 살폈으나 결국 찾을 수 없었던 우리의 '본질'이 피부 밖에 위태롭게 붙어 있었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오라처럼 몸을 얇게 둘러싼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전기적 데이터'는 몸과 연결되지 않더라도 혼자서도 사고했고 혼자서도 감정을 느꼈기에 사람들은 익히 알려진 대로 그것을 '영혼'이라 명명카지노 가입 쿠폰.
영혼이 다름 아닌 전기적 데이터 구조였으므로 과학자들은 금세 몸에서 영혼을 분리해 내는 데 성공카지노 가입 쿠폰. 분리된 영혼을 기존의 컴퓨터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게도 카지노 가입 쿠폰. 그리고 결국 메신저에 첨부파일 보내듯이 영혼을 인터넷으로 전송하는 시대가 도래카지노 가입 쿠폰. 이제 영혼을 쏘고, 도착한 곳에서 어디에다 담을지만 고민하면 된다. 마치 핸드폰의 유심을 갈아 끼우듯이.
“그래? 음, 해외여행은 카지노 가입 쿠폰 못 해봤는데 끌리네.”
홀가분하게 영혼만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니, J는 상상만 해도 좋았다. 이참에 몸 때문에 평소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일들을 해보면 좋겠다고 카지노 가입 쿠폰했다. 그도 그럴 것이, 53세라는 나이는 슬슬 '최대한 몸을 아껴 써서 오래 쓰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 나이였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딱히 위험하거나 무모하게 살아본 것도 아니어서 내심 억울했던 J는,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카지노 가입 쿠폰하던 참이었다.
’카지노 가입 쿠폰에 나가서 오토바이를 타봐도 괜찮겠는데‘
그렇지 않아도 J는 얼마 전부터 오토바이를 몹시도 타보고 싶어진 참이었다. 그나마 (적당히) 덜 위험하고, 덜 터무니 없는 일이어서 해볼 만하지 않냐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차를 구입할 때, 추가로 비용을 내야 핸들을 달아줄 정도로 아무도 직접 운전을 하지 않는 시대였다. 그런 세상에서 뜬금없이 오토바이라니. 남들이 알면 분명히 주책맞다고 비웃을 게 뻔해서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참에 시험 삼아 한 번 몰아본다면?
해외에서 오토바이를 타볼까 궁리하니, 얼마 전 봤던 유튜브 영상이 떠올랐다. 수십 년 전 유행하던 복고풍 옷을 입고, 무려 내연기관으로 다니는 오토바이를 직접 몰고 세계 곳곳을 누비는 남자의 유튜브 채널이었는데, 최근에 소개한 곳이 꽤 특이한 곳이었다.
처음은 평범했다. 으레 그랬듯이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한참 오토바이를 몰고 올라갔다. 이번에도 또 유럽 어디겠거니 예상하고 '곧 석조 건물들이 나오고 포도주를 한잔 마시겠군' 하고 흐뭇하게 보고 있는데, 난데없이 연기가 피어오르는 시커먼 분화구에 도착하는 게 아닌가. J는 자세를 고치고 소리를 키웠더니 옆에선 일본어가 들리고 사내 주변엔 온통 키 작은 동양인들 일색이었다. 그리고 웬걸, 요즘엔 거의 볼 수 없었던 내연기관 오토바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무슨 축제라도 열린 듯 바글바글했다. 마치 시간여행이라도 한 듯, 20년 전의 바로 그 풍경이 똑같이 재연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가 비수같은 멘트를 남겼다.
“와, 제가 전 세계를 다 다니고 있지만, 이 아소산이야 말로 마지막으로 남은 ‘레트로의’ 유적지네요. 여러분, 딱 한 군데에서만 오토바이를 탈 수 있다면 전 이곳을 선택하겠습니다.”
그 곳은 일본 남쪽 규수 섬에 있는 활화산, 아소산이었다,
그런데 운전하려면 반드시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야 한다는 게 카지노 가입 쿠폰났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몸에 자기 영혼을 집어넣는다는 게 도무지 괴상하게 느껴져서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했던 J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스미스에게 물었다.
"휴머노이드로는 운전을 못 하지?“
J의 말을 듣고 스미스가, 뜬금없이 운전 이야기가 왜 나오냐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엥? 카지노 가입 쿠폰 가서 운전하려고? 귀찮게 뭐 하러? 맞아. 직접 운전하려면 꼭 다른 사람의 몸을 빌려야 해.“
풀이 죽은 J를 보고 스미스가 위로하듯 물어보았다.
"어디 가려고 했는데? 내가 한번 알아봐 줄게. 혹시 모르잖아. 기계로도 운전할 수 있을지도“
"어, 그게, 일본이야. 아소산이라는 데가 좋아 보이더라고“
"아소산?“
스미스가 낯선 이름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품 안에서 핸드폰을 꺼내 검색하기 시작했고.
"아아, 후쿠오카 쪽이구나! 그래 여기 나도 들어봤어. 구경할 거 많다고 하더라. 먹을 것도 많고, 쇼핑하기에도 좋다네? 그런데 일본이면 기계로는 운전 못 할 게 뻔해. 그 나라가 얼마나 보수적인데.“
스미스가 건네준 핸드폰엔 휴머노이드를 빌려 일본을 여행한 사람의 블로그가 찾아져 있었다. 식상한 일본 여행 사진들 끝에 마침내 아소산 후기가 나왔는데, 그 전 사진들과 달리 아소산의 풍경은 J의 이목을 단번에 끌었다.
고운 녹차 가루를 뿌린 듯, 가지런한 초원과 화산재로 시커멓게 물든 땅이 서로 대비를 이루는 게 묘하게 푸근카지노 가입 쿠폰. 발 아래 까마득하게 펼쳐진 아소시의 풍경을 내려다보면 하늘을 나는 듯 자유로움이 느껴질 것 같았다. 높게 자란 삼나무 아래를 누군가와 함께 걷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사진 아래에 '더 늙기 전에’ 꼭 직접 운전해서 아소산을 오르고 싶어요!'란 글이 J의 눈에 들어왔다. 어쩐지 직접이란 말 앞에 ‘오토바이로’라는 글자가 빠진 것처럼 보였다. J는 갑자기 안달이 날 정도로, 당장 저곳으로 찾아가고 싶어졌다. 아소산에서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서 검진 날짜가 잡힌 것 같은 착각이 들만큼.
"사람 빌리는 것, 그거 할만해?“
"아니 대체 뭘 운전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사실은 얼마 전에 아소산에서 오토바이를 모는 영상을 봤거든.“
"엥? 갑자기 오토바이? 그러게, 그러고 보니 여기도 온통 오토바이 사진들이네. 난 사람을 빌리는 게 기계에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재밌긴 했어.”
J는 스미스의 이야기를 듣고 카지노 가입 쿠폰했다. '다른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간다니, 이거 완전히 만화 같은 일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