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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Feb 09. 2025

유리진주

2020.04.12

기사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갑작스러운 해체....이유는 결국, 콘서트장 사고?’』


사고 소식을 다룬 기사 하나를 발견하게 됐다.


하지만


“무대가 무너지면서 일어난 사고로 소녀팬 하나가 크게 다쳐 응급실행. 다행히도 보컬 프린스는 가벼운 타박상만 입어.”


기사 내용은 어린왕자 밴드나 보컬의 소식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소녀에 대한 자세한 정보나 신상은 나와 있지 않았다.


“어떤 소녀였을까?”


고 상무를 살리고 어린 나이에 죽음을 맞이한 소녀는...예뻤을까?


키는? 목소리는 어땠을까? 물거품처럼 사라진 인어공주처럼 영원히 찾을 수 없겠지?


인어공주를 찾는 애달픈 왕자처럼. 고 상무의 눈이 슬퍼보였던 건 그 때문인 것 같았다.


유리구슬은 그의 눈물이었다.


**


고 상무와 나.


우린 ‘욕조 사건’ 이후로 서로의 구역을 더 확실히 구분하며 거의 마주치는 일이 없었고,


하고 싶은 말은 카톡이나 전화 연락으로만 주고받을 뿐 나도 3층 다락방에서 거의 나가는 일이 없었다.


“캬아!! 이 맛이야!!!”

난 냉장고에서 꺼내온 맥주 한 캔을 음미하며 노트북 앞에 앉았고


“하....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써볼까?”


『“타닥, 타닥!카지노 게임

노트북을 킨 다음 바로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다.


"아핫!! 그래!! 감 잡았으!!"

이 그지 같은 집구석에서 나의 유일한 탈출구는 바로 웹소설 쓰기!!


창고 같은 나의 다락방에서 고 상무 몰래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제일 편하고 아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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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슬픈 내용으로 써야지!”


비록 아나운서란 꿈이 있었지만, 대학생활을 마무리하자마자 전업 가정부로 이 집에 들어앉게 되면서 꺾여 버린 나의 꿈.


그래서 난!!! 취미 삼아 끄적거렸던 글쓰기 실력을 발휘해 웹소설 작가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왕비를 사랑한 저승사자.’』

이 소설은 얼마전 내가 ‘브런치웹소설’에 쓰기 시작한 글이다.


배경은 1683년 숙종 재위 시기, 뭐 이쯤 되면 모두가 다 아는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스토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난 여기에 판타지적 요소를 더해 저승사자를 투입시켰고,


숙종에게 버림받은 인현왕후가 저승사자와 사랑을 나눈다는 다소(?) 파격적인 스토리다.


조선시대 왕가의 불륜! 그것도 저승사자와의 바람이라니!


그래도


“죽어라!!! 네 이뇬!!!!”

신혜정 그 애를 생각하면 소설이 잘 써진다.


“사약 먹고 죽어! 죽어!!!!”

파렴치하고 독기 가득한 악녀!! 장희빈을 신혜정이라 생각하고,


난 가련하고 불쌍한 인현왕후에 감정을 이입시켜서 한껏 써나가는 중이다.


지금까지 100편 정도를 썼는데,


“허억.....눈물겹다 진짜.”

조회수 100에 관심수 1. 이번에도 인기 작가가 되긴 글러 먹은 것 같다.


그런데 그때

『“카톡카지노 게임


“고 상무?”

한창 집중 잘 되고 있을 때 고 상무에게서 카톡이 왔다.


『“잠깐 얼굴 좀 보자. 2층에서.카지노 게임


“쳇.....”

갑자기 얼굴 좀 보자니? 고 상무가 웬일이지?“


『“타닥, 타닥, 타닥카지노 게임

난 2층으로 내려갔다.


**


“오랜만이네 집에서.”

“용건만 빨리 얘기해, 나 지금 바빠.”


“요즘 무슨 일 있어? 3층에 틀어 박혀서 잘 나오지도 않고.”


“고 상무가 원하던 게 이런 거 아니었어? 서로 얼굴 안 보는 거!”


“하긴....”

나의 말투는, 차갑고 냉소적인 그의 말투와 닮아 있었다.


“용건이 뭔데?”

“내가 만든 스타트업 주주명단에, 네 이름 넣었어.”


“뭐? 고 상무 맘대로?”


“합의금 25억에 주식도 포함되어 있어. 계약서 읽어 봤으면 알거 아냐?”


“뭐?”

벽돌만큼 두꺼웠던 계약서를!! 글씨도 깨알 같아서 읽기도 어려웠는데?


“우리 회사 주식의 35%가 네 몫이야. 우리 어머니보다 지분이 많을 거야.”


“미쳤어? 그걸 왜 고 상무 맘대로 결정해!!”


“애초에 25억 이라는 금액도 네 맘대로 결정한 거잖아!!”


“뭐?”


“조만간 정부 투자도 들어 올 예정이고, 해외 투자금도 100억 원 가까이 유치했어. 주식은 오를 거니까 계약기간 전까지 갖고 있다가 그 후에 팔 든 어쩌든 그건 네 맘대로 해.”


“25억이 되긴 되는 거야? 고 상무, 회장님 투자도 못 받아서 대출로 회사 차린 거잖아? 주식 가치가 그 정도나 돼?”


“주식이 그렇게 싫으면 내가 주는 월급으로 25억 받아가든가.”

이 지긋지긋한 가정부 노예생활을 더 하란 말이야?


“그런데!! 고 상무네 회사 망하면? 나까지 깡통 차는 거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그깟 주식이 25억이 된다는 보장이 어디 있는데!!”


“그러니까 내가 준 계약서를 잘 봤어야지!! 그 눈은 뒀다 뭐해?”


“난 25억 제대로 지급해주기 전까지! 이혼 안 해줄 거야!”


“주식 계약서는 다시 정리해서 보내줄게.”

‘젠장! 잘못하면 그지 되게 생겼네.’


“후......”

계약서 좀 잘 살펴볼걸.합의금을 주식으로 준다는 생각은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


“이러다 정말! 나 길바닥에 나 앉는 거 아냐?”

주식 값이 똥값이 되면!! 난 정말 새 직업을 찾기 전까지!! 이 집 가정부로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고 상무랑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단 보장도 없고! 날 이 집에서 쫓아내기 위해 매일매일 벼르고 있는 사람인데!!


정말 ‘진퇴양난’이란 말은 이럴 때 써야 되는 것 같다.


‘25억 안 주면, 절대 이혼 안 해줄거야!! 네버!! 에버!!’


25억을 떠나서 저 못된 고 상무랑 한 집에 있는 것도 너무 싫었다.


“에잇!!!”

『“타닥, 타닥!카지노 게임


결국 난 늦은 새벽까지 소설 쓰는 걸로 스트레스를 풀었고


‘역시! 웹소설 쓰기로 나의 길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해가 뜰 무렵 잠자리에 들었다.


밤낮이 바뀐 생활

『“벨렐렐렐레, 벨렐렐레레.카지노 게임


‘누구지? 이른 아침부터...’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


잠결에 나도 모르게


“여보세요?”

전화를 받아 버렸다.


그런데

『“거기 로즈마리씨 핸드폰 맞나요?카지노 게임


“네, 맞는데요?”

친절하면서도 싹싹한 젊은 여자의 목소리. 로즈마리는 내 필명이다.


『'혹시 브런치웹소설에 '왕비를 사랑한 저승사자' 쓰신 로즈마리씨?』


"네....그게 전데요...."


『"아!! 여기 CBC 방송국 드라마 제작산데요. 로즈마리씨 소설을 드라마로 만들고 싶어서 연락드렸어요. 혹시 지금 통화되실까요?카지노 게임


“네?”

드라마라니!!!!


『“벌떡!!!카지노 게임

잠이 확 깨는 소리!!


‘이거 꿈은 아니겠지?’

『“찰싹! 퍽!! 퍽!!카지노 게임


난 내 뺨을 몇 번이나 있는 힘껏 때려보았다.


“정말...CBC 방송국?”


『“정확히 말하면 제작투자 지원국이에요. 저희 국장님이랑 감독님께서 얼굴 좀 뵙고 싶어 하시는데 혹시 내일 시간되실까요?카지노 게임


“네?”


‘아!!! 신이시여!!! 드디어 저에게 기회를!!!!!’

당연히 되고말고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라도!! 지금 당장 잠옷 바람이라도 나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내일 언제?”

“시간은 오후 2시쯤에 괜찮으세요?”


“네? 아....네!!!!”


‘당연히 괜찮지요!!!’

『“장소는 상암동 저희 방송사 드라마제작국으로 오시면 되요. 주소는 문자로 보내드릴까요?카지노 게임


“아니요! 인터넷에 쳐보면 다 나오는데요! 방송국 앞에 가서 연락드릴게요.”


『“네! 그럼 낼 뵐게요!카지노 게임

『“뚝!!!카지노 게임


“이얏호!!!!!”

『“대애애애애박!!!!!!카지노 게임


드디어!!!! 날 투명인간, 유령, 가정부 취급했던 고언 상무와의 계약을 청산할!!! 절호의 기회가 다가왔다!


**


『“퍽! 퍽! 퍽! 퍽카지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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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늘 따라 쿠션이 잘 안 먹네...잠을 설쳐서 그런가?”

내 소설이 드라마가 된다는 생각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오후 2시 약속이니까, 여기서 지하철 타고 가려면 12시쯤에 출발하면 되겠네?”


‘지금 10시 20분이니까 풀메하기엔 시간 충분해!’

『“퍽! 퍽!!카지노 게임


이 집에선 존재감 없는 가정부로 미모를 뽐낼 일이 없지만!


“나름! 아직 괜찮은 미모라 이거야!”


오늘은 풀메이크업으로 잔뜩 들떠 있었다!


『“어머! 서연두씨! 실물로 보니까 더 예쁘네!카지노 게임

『“연예인 해도 되겠어요!카지노 게임

『“근데 얼굴 진짜 작다!카지노 게임

『“그 여자 아이돌 닮았어! 설현!! 키작은 설현이네!!카지노 게임


‘키 작은 설현이라니?’ 그래도 공식 자리에 나가기 전, 가끔씩 들렀던 미용실에서 연예인 누구를 닮았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는 얘기는 정말 많이 들었다.


대신

『“야! 미니언즈! 옷이 그게 뭐냐?카지노 게임


고 상무의 시도 때도 없는 타박에 약간 자신감이 떨어지긴 했지만! 나의 자존감을 떨어 뜨리는데는 선수야! 선수!


“뷰러가 어디 갔드라?”

그때


『“카톡!카지노 게임

고 상무에게서 온 카톡!


『“야!! 오늘 커피 안 내렸냐? 나 오후 출근 땐 항상 집에서 커피 마시고 나가는 거 몰라?카지노 게임


“아우씨!! 바빠 죽겠는데!!”


『“쿵! 쿵! 쿵! 쿵!카지노 게임

난 풀메이크업 상태로 2층에 내려갔고


“어이! 조강지처! 오늘 어디 나가나 봐? 집안일은 다 했어?”


지는 여유롭게 신문을 보면서 꼭 나보고 커피 내리라고 그러드라!재수 없는 놈!!!


“당연하지! 빨래랑 청소는 어제 벌써 다 해놨어!”

“정원에 물 주는 건?”


“아오씨!! 정말!! 그건 갔다 와서 해도 되잖아!! 하루 물 안 준다고 나무들이 금방 말라죽진 않아!!”

“오늘따라 왜 이렇게 승질이야? 갱년기 왔어?”


‘아직 30도 안 된 처녀에게 갱년기라니!’

너무 열이 받아서 핸드드립 주전자로 고 상무 머리를 내려치고 싶었다.



다음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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