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에게 굴욕감을 안겨줬어.
남편이 실습을 해보겠다며 고추잡채를 만들었다. (저희 남편은 지난주에 이어서 중식조리기능사 실기시험을 준비 중입니다.)
한번도 해본 적 없는 고추잡채를 유투브 동영상만 보고 뚝딱뚝딱 만들어 내다니! 그것도 맛이 기가막히게 좋았다.
"뭘 넣었길래?" "그냥 넣으라는 거 넣었는데."
그래, 조리기능사 실기시험에서는 딱 기본적인 양념만 쓴다. 재료 분량도 기준대로 딱 맞추서 넣었는데. 그런데도 이런 맛을 내다니!
여느 중국집에서 나는 기가막힌 향이 온 집안에 가득차면서 음식을 먹기 전부터 맛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음식 맛을 보면 굉장히 놀라웠다.
조미료 가득한 보통의 중식을 뛰어넘어 재료 본연의 향과 맛이 그득한 음식. 우리가 흔히 요리집이라고 부르는 고급 중식 레스토랑의 맛이었다.
그렇게 자극적이지도 않고, 다양한 재료의 맛들이 우러나오는 놀라운 맛. 느끼하지도 않고, 내가 딱 좋아하는 맛을 구현해냈다.
남편은 기본적인 웤질도 잘 해서 나의 기를 팍 죽여놨다. "당신...혹시? 중국집에서 일하다 왔어? 아니면 일했던 경력이라도 있는 건가?"
내가 알지 못했던 카지노 쿠폰 요리실력. 그동안 나에게 이런 실력들을 숨기고 살아왔던건가? 놀랍기도 하면서 배신감마저 들었다.
그는 고추잡채로나에게 굴욕감을 안겨줬다.심지어 내가 한 요리보다 훨씬 맛있었고, 재료 손질과 요리 시간도 엄청 빨랐다.
밥이 모자르다며 냉동실에서 비건만두를 꺼내 바싹 굽고, 남은 재료로는 계란토마토볶음을 후딱 차려냈다.해산물 가득한 짬뽕도 남편이 직접 만든거다.
우리집 식탁은 (위의 사진처럼) 동그란 모양인데 정말 중식 요릿집처럼 돌아가는 식탁으로 개조할 거라고 남편이 말했다. 당신 미쳤어?
중식에 진심인 카지노 쿠폰.그동안 내가 힘들게 밥차릴 땐 지켜만보다가 이제서야...내가 하도 비건비건하면서 고기를 내놓지 않으니 본인이 직접 해보겠다고 등판한건가?
내가 고기 넣지 말라고 했는데 기어이 돼지고기를 넣은 짬뽕. 느끼하고 비릴거라고 생각했는데...
안심을 넣어서 그런지 깔끔한 국물이 예술이었다. 꽃게와 갑오징어, 채소를 듬뿍 넣어서 맛이 정말 기가막혔다.
난 맛에 감탄하면서 반박의 여지를 찾지 못 했다. 그동안 페스코와 1일 1비건으로 순화해온 혓바닥이 다시 한 순간에 야만인으로 돌아가는 맛이었다.
당신 이런 걸 원했던 건가?
그리고 중화면 대신 사리곰탕 라면을 넣어서 나에게 맥여버리는 쎈쑤. 정말 나 맥이는 건가? 맛은 정말 훌륭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말이다.
허나 이렇게 맛있는 짬뽕은 중식조리기능사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 그냥...남편은 중식이 먹고 싶은 거다. 이왕이면 외식비를 아끼면서 말이다.
나의 일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은 어디로 가는건가? 카지노 쿠폰은 떡하니 실기시험이 붙고 나만 떨어지면 어떻게 되는 걸가?
남편은 나를 위해 기꺼이 요리 아바타가 되겠다며 나의 유투브 채널 소유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너는 레시피 개발을 하고, 내가 요리와 촬영을 할게. 편집은 네가 하고. 어때?"
나의 존재감은 주방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남편이 안겨준 굴욕감과 배신으로 나의 요리는 슬럼프를 맞고 있다.
주방과 멀어져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안락함은 결국, 게으름이란 이름으로 돌아왔다. 3월에 학원을 함께 다니면 괜찮아지려나?
여보, 그때까지만 주방을 부탁해.
사실 나...유니짜장이 너무 먹고 싶어.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