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올 수 있는 나이
‘스틸 엘카지노 게임’ 리사 제노바
손윗동서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다고 했다. 대형할인점 식품 코너에서 일하던 동서는 위생 관련 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그걸 통과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때 동서 나이 오십이었다. 동서의 학력이 정확히 어디까지인지 알지 못하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서 무심코 지나갔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온 동서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칼국수와 만두를 파는 분식집을 차렸다. 그렇게 잘 지내는가 싶었는데 자꾸만 했던 말을 반복하며 같은 자리를 뱅뱅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제삼자인 나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부부 사이가 극도로 악화하였다.
동서는 시숙이 술을 마시는 게 문제라고 하기도 하고 시숙이 장사하는 자신이 불륜을 저지른다고 의심한다고 하기도 했다. 점점 부부 사이가 악화하면서 동서의 상태도 이상했다. 우울과 분노가 폭발하는 듯싶더니 어느 날 MRI를 찍었는데 뇌 일부분이 죽었다는 말을 했다. 이후의 모습은 참혹했다. 그녀는 조발성 치매였고 병의 진행은 너무 빨랐다.
어쩌면 인지기능이 저하될 때 우리가 제대로 상태를 파악하지 못해서 더 빠르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인지기능이 떨어졌고 다음에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했으며 결국, 음식을 삼키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파킨슨병이 아님에도 불구카지노 게임 동서는 연하장애 수준을 넘어 음식을 삼키는 방법을 망각 속에 떠나보낸듯싶었다.
조발성 치매에 걸린 주인공의 이야기를 쓴 리사 제노바의 '스틸 앨리스' 141P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알츠하이머병은 지발성보다 조발성이 더 빠른 진행을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보통 조발성 환자들이 더 오래 산다. 그들이 지발성 환자보다 젊고 건강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잔혹한 알츠하이머병 말기까지 살아남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서 먹지도 못카지노 게임, 존과 아이들을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다. 태아 자세로 잔뜩 웅크려 지내고 삼키는 법을 잊어버려 폐렴에 걸릴 것이다.
동서는 60이 되기도 전에 리사 제노바가 말한 것처럼 정확히 저런 모습으로 살아간다. 처음에 요양원에 들어갈 때는 영화에 나오는 외계인 미라처럼 보였다. 집에서 시숙이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해 더 참혹한 모습이었다. 요양원에 들어간 이후에 콧줄을 끼우고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이제 동서는 살이 붙어 사람의 형상으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말도 하지 못하고 오직 눈만 껌뻑이며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끝나지 않는 미로 속에 갇힌 치매 환자의 삶을 오늘까지 이어오고 있다.
리사 제노바의 소설 '스틸 앨리스'에 등장하는 조발성 치매환자 앨리스는 우리 동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지적인 사람이었다. 하버드에서 박사를 마치고 심리학과 종신 교수까지 된 앨리스 하울랜드. 결코 치매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녀도 50살에 조발성 알츠하이머진단을 받는다.
'스틸 앨카지노 게임'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앨카지노 게임가 화자로 등장해 조금씩 조금씩 베타 아밀로이드에 뇌를 침식당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수준이었으나 곧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길을 잃었으며 급기야는 집안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해 소변 실수를 한다.
하버드 교수직을 내려놓고 사람들의 어쩔 줄 몰라하는 시선과 마주하며 앨카지노 게임는 차라리 암에 걸렸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누구나 앨카지노 게임처럼 생각할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었고 결정적인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 모아 두었던 수면제를 먹고 죽겠다고 생각한다.
아침이면 블랙베리의 알람을 들으며 1. 지금은 몇 월인가? 2. 어디에 살고 있는가? 3. 연구실은 어디에 있나? 4. 안나의 생일은 언제인가? 5. 자녀가 몇 명인가? 이 질문에 답을 했다. 앨카지노 게임는 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면 노트북의 나비 폴더를 열어 그녀가 정신이 명료했을 때 지시한 상황대로 따르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그건 아무 쓸모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위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할 지경이 되었을 때는 나비 폴더의 내용도 이해하지 못했다. 거기까지는 미처 앨카지노 게임도 예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앨카지노 게임의 알츠하이머 증세는 점점 심해진다. 나는 동서를 통해 그 과정을 적나라하게 경험했다. 앨카지노 게임의 모습은 과장이 전혀 없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내의 병을 직시하지 못하고 외면하며 도망가려는 남편 존의 모습 또한 현실적이었다.
동서의 남편 그러니까 나의 시숙은 아내의 조발성 알츠하이머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병으로 인식하지도 않았다. 그저 회피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래서 술로 회피했고 결국 그도 이른 나이에 알콜성 치매에 걸리고 말았다. 너무 참혹하고 끔찍한 결말이었다. 존은 연구를 핑계로 아내에게서 도망쳐 뉴욕으로 가버렸고 앨리스는 자식과 보호사의 도움으로 지낸다. 나는 나의 남편도 존이나 시숙과 별반 다를 바 없으리라 생각한다.
알츠하이머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이렇게 암울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다. 리사 제노바가 쓴 '기억의 뇌과학'에서 그녀는 우리가 80대가 되면 알츠하이머에 걸렸거나 알츠하이머 환자를 보살피고 있을 거라고 했다. 나이가 들며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치매일 것이다.
노화의 초입에 선 우리는 치매를 피하고자 저속노화 식단을 하고 어떤 시인처럼 아침마다 각국의 수도를 외울 수도 있을 것이다. 다소 논란이 있으나 알츠하이머병이 여성, 낮은 학력, 우울증 병력이나 두부 손상 과거력 등이 위험도를 높인다고 하니 여성인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마도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일흔아홉 인 나의 어머니도 치매가 꽤 많이 진행되어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는 처지다. 중년에 들어서며 한층 가까워진 치매에 우리는 그저 무력할 뿐이다. 열심히 운동하고 식단관리를 하며 피해 보려 애를 쓴다면 위험도를 낮출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완전히 피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내가 나의 어머니 나이가 되어 치매에 걸린다면? 그때 어떤 마음씨 좋은 신이 나타나 지금의 나로 돌려보내 주면서 무얼 하겠냐고 물어본다면? 아마도 나는 앞에 놓인 하루하루를 조금 더 기쁜 마음으로 온몸으로 느끼며 살겠다고 할 것이다.
세계 일주를 하는 것도 아니고 사과나무를 심는 것도 아니다. 따스한 햇살을, 눈부신 벚꽃을, 제철을 맞아 향긋한 봄나물을, 적당히 숙성되어 알맞게 고소한 원두커피를 기쁜 마음으로 즐기겠다고 할 것이다. 우리가 치매에 걸릴지 걸리지 않을지는 알 수 없다.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온전한 정신으로 중년의 시기를 건너고 있다. 더 나이 들어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무심코 지나치는 순간들을 소중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