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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예진 Apr 28. 2025

카지노 게임 기쁨

'카지노 게임 기쁨'

프랭크 브루니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모든 사달은 아침에 잠을 깬 후에 일어난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를 쓴 질 볼트 테일러가 그날 아침 눈을 뜬 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갑자기 세상이 뒤바뀌고 말았다. 서른일곱 살의 젊은 뇌과학자에게 뇌출혈이 온 것이다. 그리고 ‘카지노 게임 기쁨’ 쓴 프랭크 부르니도 그런 아침을 맞이한다. 그는 다음 문장으로 책을 시작했다.


<흔히 죽음은 밤손님처럼 찾아온다고 한다. 죽음보다 덜 한 도둑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내 시력을 앗아간 불행도 잠이 든 사이에 그렇게 다녀갔다. 아침에 일어나니 내게 세상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펼쳐졌다.


밤사이 뇌출혈이 일어났고 그 후유증으로 프랭크는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여느 아침과 다를 바 없는 아침, 무언가를 잃어본 나는 그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안다. 나 또한 우리 몸의 균형을 맞춰주고 직립보행이 가능하게 해주는 전정신경의 한쪽을 그렇게 잃었다.


매일 아침 사과 한 조각과 빵 한쪽 그리고 달걀 하나를 먹는 게 나의 아침 식사다. 눈을 떴을 때 머리가 좀 무겁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양이 적어 언제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었던 아침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가끔 이석증과 원인 모를 어지럼증에 시달리던 나는 오늘도 그런 날인가 보다 생각하며 침대에 누웠다. 아무래도 출근이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잠시 침대에 누웠다 일어나는 순간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극심한 어지럼증에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폭포수처럼 토사물이 솟구쳤다. 바닥과 땅이 뒤집혔고 구토가 멈추지 않았다. 위에서 올리는 압력이 너무 세서 머리가 터지는 것만 같았다. 겨우 핸드폰을 들어 119에 전화했는데 구급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문을 열어 주는 게 큰 문제였다. 문을 열기 위해 걸어가는 길이 온통 구토의 흔적이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나도 모르는 온갖 검사들이 끝나고 입원실에 누워 있을 때였다. 하루에 스테로이드를 열 알씩 먹으며 일주일을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사람이 직립보행을 카지노 게임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 알았다. 나는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없어서 똑바로 설 수도 걸을 수도 없었다.


사람의 몸은 신비해서 망가진 신경을 다른 신경이 대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단 망가진 전정신경은 회복 불가능하지만, 소뇌가 전정신경을 대체해서 몸의 균형을 잡아갔다. 오늘 아침에도 병원 신경과에 들러 두 달 치 약을 받아왔다. 지난번에 읽은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에 치매를 예방하는 물질 아세틸콜린에 대해 나왔다. 두뇌활동을 촉진해 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부족하면 치매가 오는데 아세틸콜린 분비를 막는 약이 항히스타민 계통이라고 한다.


나는 전정신경염으로 쓰러진 이후로 항히스타민을 계속 먹고 어지러울 때는 추가로 먹고, 항히스타민이 들어간 진통제도 엄청나게 먹는다. 이렇게 본다면 치매 당첨이다. 더군다나 친정어머니도 비교적 젊은 나이에 치매를 앓고 있으니 고위험군에 속카지노 게임고 할 것이다. 갑자기 두려움에 등골이 오싹하다. 두려움은 마치 그림자 괴물 같다. 실제로는 별것 아닌 것이 그림자로 몸집을 부풀리며 나를 집어삼키려고 카지노 게임. 그럴 때는 재빨리 방에 불을 환하게 밝혀 그림자의 실체를 확인해야 카지노 게임. 틀림없이 별거 아닌 게 장난질을 칠 확률이 높다. 두려움은 대부분 그런 것이다.


‘카지노 게임 기쁨’을 쓴 플랭크 브루니도 그런 두려움 앞에 섰다. 이미 한쪽 눈이 실명했지만 나머지 눈도 언제 실명할지 알 수 없다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졌다. 평생 글을 써서 먹고 산 <뉴욕 타임스 간판 칼럼니스트가 시각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그림자 괴물에게 머리가 먹히기 직전이었다. 더군다나 그 시점에 십 년을 같이 지낸 연인과 헤어졌다. 아버지는 치매를 앓기 시작하며 예전의 아버지가 아니었다. 플랭크는 한쪽 눈과 연인과 그가 알던 아버지를 상실했다. 이제 비행기를 타려면 엄청난 고민이 필요하고 운전이 쉽지 않으며 눈앞의 글자들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그리고 기쁜 일, 이상한 사건, 기분 나빴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떠들며 일상을 함께할 연인 또한 없다.


프랭크는 대학 시절 심리학 교수에게 ‘삶이란 상실에 적응하는 일입니다.’라는 말을 듣고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년의 시간을 통과하며 그는 삶의 도전은 상실에 적응하는 것, 더 구체적으로 판단력과 품위를 키워서 상실은 불가피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삶의 유일한 궤적임을 아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상실 이면에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이 있고 그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살아남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유인경의 ‘오십 너머에도 천 개의 태양이 빛나고 있지’라는 책에서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유인경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는 말에 그녀의 책을 덮자마자 읽기 시작했다. (사실은 오디오 북이었기 때문에 플레이가 끝나자마자라고 해야 한다. 카지노 게임 기쁨은 책으로 읽었다) 같은 저널리스트 출신이며 중년을 살아내고 있는 처지에서 그녀가 이 책을 왜 좋아하는 알 수 있었다. 프랭크 브루니는 상실을 이겨내고 남아 있는 것들이 주는 카지노 게임을 차곡차곡 모아 새로운 삶을 잘 살아내고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가 가진 ‘신경 가소성’ 덕분이다. 아무리 늙어도 인간은 죽을 때까지 성장할 수 있다. 신체적 성장은 멈추지만, 정신적 성장은 끝까지 할 수 있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우리는 평생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고, 심오한 경험을 하며, 생생한 기억을 간직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할 수 있다. 노화는 쇠퇴가 아니라 변형의 과정일 뿐이다. 우리는 삶의 후반전에도 깊이를 다 헤아릴 수 없는 능력의 발달, 새로운 근육의 활용, 유연성, 성장을 경험할 수 있다. 프랭크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시력의 악화에 대해 두려움을 털어냈다. 그림자 괴물이 있는 방에 불을 켠 카지노 게임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정말 힘들 때, 도움이 될만한 책을 찾아 헤맬 때는 눈에 띄지 않던 책들이 이제 한숨 돌리고 살아났다고 느끼는 시점에는 잘도 나타나 위로카지노 게임. 잃는 만큼 얻는 것도 있다고 말이다. 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꼰대 같은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 겪어봐서 알고 해 봐서 안다. 육십이 되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아니, 오히려 더 잘할 수도 있으니 나이 드는 것에 기죽지 말지어다.


마지막으로 책에 나온 50세 이상의 사람들이 강점을 보이는 심리적 정서적 습관에 대해 옮겨 본다.


“현재에 살기. 하루하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긍정성의 진가를 음미하기. 부정적인 것을 덜 생각하기. 과잉반응하지 않기.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기.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사람들이나 관계들을 우선시하기.”


나한테 지금 꼭 필요한 책을 읽었다. 우리는 몸이 아프거나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면 삶이 불행해질 거라고 믿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연구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어떤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삶을 누리려는 자세만 있다면 겁날 카지노 게임 없다. 얼마나 아프던 몸은 우리가 가야 할 곳에 데려간다. 몸은 우리를 데리고 세상을 헤쳐나간다. 그러니 당신도 힘을 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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