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를 갈지 몰라도
"어딜 가시나이까? 주인 나리." "모른다." 내가 대답했다. "그냥 여기를 떠난다. 그냥 여기를 떠난다. 그냥 여기를 떠나 내처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래야만 나의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노라." "그렇다면 나리의 목적지를 알고 계시는 거지요?" 그가 물었다. "그렇다." 내가 대답했다. "내가 '여기를 떠난다.'라고 했으렷다. 그것이 나의 목적지이니라."
- 프란츠 카프카 『돌연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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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온라인 카지노 게임. 왜 공업수학 원서 옆에 이렇게 떡하니 '천재 오드리 헵번'(인 이유가 궁금하다면 지난 편을 보길)이라고 크게 쓴 것인가?!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대학생이, 자기 전공 서적에다 저런 어이없는 걸 썼나 부끄러움이 앞서지만, 스무 살의 나는 그런 것보다 '돈' 생각이 앞섰다(하긴 부끄러움을 알았으면 저렇게 안 썼겠지. 허허허). 대신, 나는 생각온라인 카지노 게임. 난 이제 필요 없는데! 이 책이 무려 6만 원이 넘는데!! 중고는 없어서 못 사는데!!! 아, 아깝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더 이상 내게는 소용없는 물건인 것을. 미련 없이 공대 수학을 버렸다(다행히 공대용 계산기는 비싸게 잘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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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전기공학부에 들어간 건 오기였다. 아니, 허세였다. 바꾸고 싶은 나의 끝에는 더 당당하고 멋진 내가 있었다. 실상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살아오는 내내, 나는 주눅 들어있었다. 경상도, 장남, 아들을 원했던 집의 셋째 딸. 누가 봐도, 딱 각이 나왔다. 태생적으로 환영받지 못했다. 타고난 성향도 이를 더온라인 카지노 게임.
고등학교 시절 나를 나름 새롭게 빚는 시간(이 내용도 궁금하면 지난 편을 보길)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자, 자신감이 붙었다. 내가 바라는 내 모습이 조금씩 되어 온라인 카지노 게임고 느낄수록, 욕심이 났다. 더 당당해지고 싶었다. 못나고 빈약한 내 모습을 들키기 싫어 허세를 부렸다. 그래서 수학도 못하고 물리도 못하는데, 이과를 가고, 공대를 진학했다. 어린 마음에 막연히 더 멋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취직도 잘하고, 더 잘 살 수 있을 거라 생각온라인 카지노 게임. 무엇보다 '여자라서 못해' 이런 말을 듣기가 너무 싫었다. 그러나 대학에 가자마자 알게 되었다. 아, 나는 성별이 무엇이든, 공대와 너무 안 맞는구나. 여기서 당당하기는커녕 더 쪼그라들겠구나. 이해하기도 힘든 일을 억지로 하다가 나는 말라버리겠구나. 이건 내가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다시 태어나는 정도는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다시 태어날 수는 없으니...,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2학년이 됐다. 전공 대신, 수업을 교양으로 다 채우고, 학교에서 학점을 주는 자원봉사를 신청온라인 카지노 게임. 계산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 그렇게 선택한 곳이 <한국 여성의 전화였다. 그곳에서 나는 거의 일 년 간 자원봉사를 온라인 카지노 게임. 학기가 끝나도, 학점과 상관없이 계속온라인 카지노 게임. 선생님들과 함께피해자 편에 서서 성폭력 사건을 도왔다. 재판에 따라가 사건을 얼마나 낱낱이 복귀하는지를 듣고 놀랐다. 다 떠나 그곳이 2차 가해 현장이었다. 법정에서 그리고 센터에서 만난 가해자들의 평범함을넘어 순박한얼굴에 경악했다. 그들이 받을 가해자 교육 자료를 함께 만들었다. 직접 상담을 하진 않았지만, 사례를 듣고 배웠다. 선생님들과 함께 처음으로 수요 집회에도 참석했고, 성교육 강사 과정을 이수해, 청소년들도 가르쳤다. 그 시간 동안 마음이 아프고, 악몽을 꾸기도 했고, 대단히분노하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힘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치유가 됐다. 막연했지만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 거기에 있었다. 배우고 싶은 삶의 태도가 거기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자라는 동안 받았던 수많은 폭력들을 해석할 힘을, 언어를 찾을 수 있었다. 주눅 들 사람은 내가 아니라는 것도, 그때 배웠다. 선생님들, 함께 활동했던 언니들과 주고받았던 말과 시간들이 나를 조금씩 이끌었다. 고등학교 때처럼 '다른 나'가 되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 대신, 나 스스로라도 괜찮고, 인정받는 곳을 제대로 찾아가고 싶었다. 나를 더 나답게 하는 법을, 더 잘 배우고 싶었다. 그 방향성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학과(그리고 10년 뒤에는 인류학)로 진로가 결정됐다. 대구에서 서울로, 공대에서 사회대로. 나의 삶의 무대가 달라졌다. 그렇게 서서히 나답지만, 다른 내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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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관장 일을 공대 수학을 펼치고, 억지로 하던 수업같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 그때의 나는 남들의 시선, 그러니까 '있어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찾아간 <한국 여성의 전화에서 일하던 시간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도서관 관장도 나답게 자연스럽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편하게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된다. 그러면, 그 과정 속에서 나도 성장하고, 배워갈 수 있다. 이왕 할 거라면 즐겁고, 재미있게, 그러나 의미도 있게 하자.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답답했던 속이 시원하게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목탁을 꺼내왔다. 베란다에 서서 하늘을 보며 목탁을 쳤다. 갑자기 뭔가 이룬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침, 내가 거의 3년째 쓰고 있던 책 탈고를 끝낸 시점이었다. 갑자기 눈이 떠졌다. 그래, 다음 책으로 도서관 관장 일을 쓰면 되겠다! 우리 도서관에서는 어차피 늘 뭔가를 하고 있다. 억지로 그 활동에 끌려가지 말고, 내가 끌고 가자! 내가 관장으로 있는 동안 주제를 정해서, 일 년 간 활동을 에세이를 쓰면 좋지 않을까! 관장직을 인류학에서 배운 참여 관찰처럼 하자! 갑자기, 목탁에 장단이 실렸다. 손이 훨씬 가벼워졌다. 나는 '죽지도 않고 돌아온 각설이'처럼 신나게 목탁을 쳤다. 그래! 이것이야말로, 나의 진정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전략이다. 기뻤다. 그러나 불과 몇 분 뒤, 목탁을 치던 손이 스르르 멈췄다. 아니, 이 사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
근데, 주제를 뭘로 하지?
탕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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