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혜원 Jan 13. 2025

[카지노 게임 추천] 만지고 만져지고 싶어.

‘아, 손 잡고 싶다.’


불현 듯 떠오른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함께 일하던 작업실에서 다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나와 그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사람들이 떠드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갑자기 모든 소리와 배경이 블러 처리 되더니 내 옆에 있는 그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충동이 들었다. ‘아, 손 잡고 싶다.’ 이내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이번 달만 해도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저번 주에는 그가 작업실 한 구석에 설치해놓은 간이 철봉에서 턱걸이를 하는 걸 보고 뒤에 가서 안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저번 주에는 그가 선반을 달아야겠다며 시멘트 벽에 전기드릴로 못을 박는 것을 넋놓고 쳐다보기도 했다. 그가 내 꿈에 나온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었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내 삶에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유부녀였으니까.


몇 달 째 서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그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부터 그가 작업실에 굳이 안와도 되는 시간에 자꾸만 작업실에 오기 시작했으니까. 언젠가부터 그가 너 오늘은 언제 출근하냐고 물어보고 내가 오기 30분 전부터 내 방 보일러를 켜두기 시작했으니까. 언젠가부터 그가 만드는 영상에 내 얼굴에만 꽃이나 홍조 같은 스티커들이 붙여졌으니까. 나 역시 마찬가지였을 테다. 언젠가부터 그가 말하는 시답잖은 농담에 제일 큰 소리로 웃기 시작카지노 게임 추천. 언젠가부터 그가 만드는 영상이 조금이라도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뜬금 없이 홍보를 하고 다녔다. 언젠가부터 퇴근을 할 때 집 방향이 완전 반대이면서도 “오빠, 나 홍대에서 버스 갈아타는 게 더 편하더라.”라는 속 보이는 핑계를 대며 그의 집 방향 쪽으로 지하철을 같이 탔다. 여름에는 그의 반팔티와 군인 무늬 반바지가 좋았다. 겨울에는 그의 군인 무늬 집업과 각진 책가방이 좋았다. 그의 촌스러운 아이언맨 폰 케이스도 그때는 멋져보였다. 나는 그가 좋았다.


그래서였을까? 그와 함께하고 싶은 시간에 함께하지 못하는 게 슬펐다. 그에게 중요한 복싱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그는 오랜 시간 그를 괴롭혔던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몇 년 째 복싱 수련을 해오고 있었다. 그때까지 계속 대회를 나가긴 했지만 우승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의 복싱 실력이 최근에 많이 좋아졌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가 종종 자신의 복싱 영상을 나에게 보여주었으니까. 이번 경기가 왠지 그의 첫 우승이 될 것 같았다. 그 순간을 그와 함께 하고 싶었다. 문제는 그의 경기가 토요일 점심이었다는 것이다. 토요일 점심엔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카지노 게임 추천. 남편은 보수적인 편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다른 남자의 복싱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이번 토요일은 너와 함께 하지 못하겠다는 말은 도무지 떨어지지가 않았다. 남편과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중에 그에게서 카톡이 왔다. “나 오늘 이겼다!”라는 말과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는 그의 사진이 보였다. 사진 속 그의 홀가분한 표정에서 그간 그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가 느껴졌다. 그 표정을 보자마자 갑자기 울컥카지노 게임 추천. 그 모습을 남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황급히 화장실에 가야 카지노 게임 추천. 그런 일은 계속 일어났다.


어느 날 그가 내 방 작업실에 들어오더니 딴청을 피우며 이야기카지노 게임 추천. “너 나랑 연극 보러 갈래?” “무슨 연극?” “‘위대한 개츠비’ 알지? 내용은 그건데, ‘이머시브 연극’이라고 관객들이 극 속에 들어가서 배우들이랑 직접 교감하면서 진행하는 연극이 있어. 그러니까 이 연극은 개츠비의 저택이 무대이고, 그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에 관객들이 초대되었다는 설정으로 시작돼.” 그는 나에게 연극에 대한 후기 몇 개를 보여줬다. 정말로 관객들이 다 파티 복장을 하고 어느 저택에 들어가 배우들과 샴페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건 누가 봐도 데이트 신청 아닌가?’ 나도 모르게 활짝 웃으며 그에게 말카지노 게임 추천. “오빠는 입고 갈 옷은 있어?” “나는 예를 갖춰 청바지를 입고 갈 테니까 너는 이쁘게 입고 와.” 그 말에 얼굴이 빨개져버렸다. 그날부터 틈만 나면 쇼핑몰 사이트를 드나들기 시작카지노 게임 추천. 신혼은 이미 끝난지 오래, 나에게 치마는 그저 누군가의 경조사 때 격식을 차리기 위해 입는 옷일 뿐이었다. 남자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치마를 입었던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쇼핑몰의 예쁜 옷들을 보면서 그간 나는 뭘 믿고 이렇게 살이 찐 건지 자책도 카지노 게임 추천. 그런데 그런 자책마저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대체 얼마만에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건지 얼떨떨하기만 카지노 게임 추천. 물론 죄책감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선만 잘 지키면 된다고 생각카지노 게임 추천. 며칠이 지나 그는 그 연극을 없었던 일로 하자고 카지노 게임 추천.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붙였지만 왜인지 너무나 알 것 같았다. 내가 차마 토요일에 그의 경기를 보러 갈 수 없었듯, 그도 차마 나와 데이트를 하러 갈 수 없었던 것이었겠지. 그날 밤 집에 돌아와 장롱에 덩그러니 걸려 있는 예쁜 치마를 보았다. 나는 쓸쓸하고 외로웠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남편과 크게 다투었다. 새벽 내내 이불을 뒤짚어쓴 채 남편의 반대쪽으로 돌아누워 숨을 죽이고 울었다. 남편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마음이 너무 시리고 비참카지노 게임 추천. 아침이 되었다. 살이 벌게질 정도로 뜨거운 물에 샤워를 카지노 게임 추천. 그래도 마음에 시린 끼가 가시질 않았다. 그때 그에게 연락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에게 연락을 카지노 게임 추천. 오늘 저녁 좀 사달라고 카지노 게임 추천. 그와 평소에 자주 가던 고깃집에 가서 고기를 먹었다. 술을 시켰다. 술을 계속 마셨다. 그는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었다. 대답을 카지노 게임 추천가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깃집을 나왔다.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가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할까봐 무서워서. 옷자락을 붙잡고 그에게 말카지노 게임 추천. “오빠, 나 좀 안아주면 안돼?” 그는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팔을 벌렸다. 그날 나는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렇게 잡고 싶었던 손도 잡았다. 내가 손을 잡자, 그는 “아, 나 로션 안 발라서 손 엄청 거칠거칠한데.”라며 멋쩍게 웃었다. 우리 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것도 모른 채 충동적으로 관계를 맺었다. 그렇게 위태로운 관계는 시작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처음부터 이 관계가 오래 유지되지 못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토록 깊게 순간의 쾌락에 빠져들었던 것일 수 있다. 아니면 우리는 아주 외롭고 굶주린 영혼들이라서 그냥 사람의 몸이 너무나 그리웠던 것일 수도 있다. 아무렴 어땠다. 그와 키스를 할 때는 이대로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은 '그'의 키스를 받았으니 이제 난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충만감과는 다른 감정이었다. 오히려 그것은 오랜 시간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가 물 한 컵을 들이켰을 때 느껴지는 해갈의 쾌감에 가까웠다. 그때는 그 해갈의 쾌감이 너무나 좋았다. 한 남자가 내 몸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았다. 그는 내 몸을 보고 흥분하고 나를 조심스럽게 만지고 언제나 조금은 들뜬 표정으로 "너와 섹스를 하다니 아직도 잘 믿겨지지 않는다"는 말을 하곤 했다. 가끔은 내 벗은 몸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근데 넌 몸이 진짜 예쁘다”라는 말을 하기도, 자기는 원래 아이돌처럼 마른 여자가 좋았는데 너 때문에 취향이 바뀌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 모든 말과 눈빛과 손길이 그의 진심이었다는 걸 알았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카지노 게임 추천이든 사랑이든, 그의 뜨거운 마음들을 받고 있으면 나는 오랜 시간 마음 한 구석에 꽁꽁 숨겨 놓았던 나의 소중한 조각 하나를 되찾는 것만 같았다. 그것은 결혼을 하고나서 영원히 잃어버린 줄 알았던, ‘나는 성적인 존재’라는 자각이었다.



장기연애 끝에 결혼을 카지노 게임 추천. 신혼은 없었다. 연애 초반이 신혼부부만큼 뜨거웠으니 그때를 신혼이라 하자고 하고 넘겨버렸다. 나와 남편은 왠만한 풋 연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고차원적인 관계라 생각카지노 게임 추천. 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 함께 한 일들, 나누었던 대화들, 거쳐왔던 사건들은 어린 연인의 불장난 같은 마음과는 질적으로 다른 무엇이라 생각했으니까. 오래된 관계이기에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겼다. 어떤 심리학자가 분류해놓은 세 가지의 사랑 - 섹슈얼한 사랑, 로맨틱한 사랑, 동반자적인 사랑 - 에서 우리는 모든 단계를 거쳐 드디어 동반자적인 사랑에 이른 것이라 생각카지노 게임 추천. 아직 미혼인 친구들이 최근에 남자친구와 얼마나 뜨거운 밤을 보냈는지 신이 나서 이야기하면 솔깃해서 듣기 바빴지만, “좋을 때다~”라고 말하면서도 너네는 아직 그보다 더 고차원적인 사랑이 있다는 걸 모른다며 내심 우월감에 빠지기도 카지노 게임 추천. ‘내 남편은 내가 늙으면 휠체어를 끌어준다고 카지노 게임 추천고!’ 서른 몇 살밖에 안된 주제에 그런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달랬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집에 오면 묘하게 공허카지노 게임 추천. 사실은 나 역시 어떤 멋진 남자와 격정적인 섹스를 하고 싶었으니까. 그때는 내가 그걸 원하는지도 몰랐다. 단지 그런 섹스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찾아봤을 뿐이었다.


남편과 아예 섹스리스였던 것은 아니다. 소위 ‘의무방어전’이라고 불리는 의무의 섹스를 카지노 게임 추천. 나는 그 섹스가 너무나도 슬펐다. 우리는 성인이기에 성욕이 있고, 부부란 서로의 성을 배타적으로 소유하기에 그 성욕을 서로가 풀어주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너무나 슬펐다. 아니 알게 되어서 슬펐다. 결혼이란 실은 서로의 성적·경제적 권리를 배타적으로 소유하는 것에 대한 계약이라는 것을, 나는 5월의 아름다운 야외 결혼식에서 실은 그런 계약을 맺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너무나 슬펐다. 의무의 섹스를 하고 있으면 온몸으로 느껴졌다. 더 이상 남편도 나의 몸을 원하지 않고, 나도 남편의 몸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저 부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때로는 습관처럼 때로는 숙제처럼 섹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때 눈만 보면 달아올랐던 우리는 이제 서로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있어도 아무런 감흥도 느껴지지 않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 사실이 슬펐다. 이미 결혼을 해버렸기에 “결혼하면 원래 다 그런거야.”라는 선배들의 말을 위안 삼아 슬픔을 덮어놓고 지냈을 뿐이었다.


어느 날 남편이 나에게 섹스를 할 때 화장을 하면 안 되냐고 물었다. 나는 싫다고 했다. 이혼을 한 뒤 ‘그때 그냥 화장을 해줄 걸’이란 작은 후회가 들었다. 남편 역시 식어버린 우리의 섹스에 작은 불씨라도 지펴보고 싶었던 것이었을 테니까. 아니 어쩌면 남편은 나의 화장한 얼굴에서 자신에 대한 사랑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마저 의무처럼 느껴졌으니까. 만일 남편이 아닌 남자친구가 화장을 해달라고 했다면 나는 쉐도우 색깔부터 고민하고 있었을 테다. 만일 남편이 아닌 남자친구였다면 나의 맨얼굴을 보고도 달아올랐을 테고, 그 역시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셔츠를 입어주었을 테다. 나는 그런 관계를 원했다. 서로가 서로를 정말로 욕망하는 관계. 그때 알았어야 했다. 욕망은 사랑이 아니지만, 욕망 없는 사랑 역시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우리 둘 다 서로를 별로 만지고 싶지 않은 시점에 이미 우리의 사랑은 끝났던 것이다.



그래서였을 테다. 어떤 남자가 나의 몸을 욕망하는 게 그토록 황홀하게 느껴졌던 것이. 의무가 아닌 욕망으로 섹스하는 게 그토록 간절하게 좋았던 것이. 그의 몸이 좋았다. 그의 피부는 매끄러웠고 끌어 안으면 보이는 뒷 머리카락에는 어떤 아련함 같은 것도 묻어 있었다. 섹스할 때만 보이는 그의 눈동자가 슬프도록 좋았다. 그의 갑바에 손을 올리고 있으면 왠지 모를 안정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그는 내가 자기 몸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내가 갑바에 손을 올리고 있으면, “아, 나 옛날에는 갑바 사이에 라이터도 끼웠는데, 나 다시 키워볼까?”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아마도 나는 몸에 대한 욕망으로부터 한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게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나는 늘 몸이나 외모보다, 성격, 대화, 가치관 같은 것들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것들이 맞지 않으면 애초에 관심조차 가질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는 달랐다. 나는 그에게 여러 가지 매력들을 느꼈지만, 그 매력들은 결국 몸에 대한 끌림으로 귀결되었다. 그와 어떤 대화를 나누든 어떤 시간을 보내든, 그의 손을 잡고 싶고 그의 등 뒤에 매달리고 싶고 그가 나를 안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으니까. 만지고 만져지고 싶어서 관계가 시작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그와 나는 카지노 게임 추천으로 시작된 관계였다.


카지노 게임 추천으로 시작된 관계는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내가 그와 키스를 할 때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 당시 나는 해갈의 쾌감 너머 더 큰 기쁨을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내가 느낄 수 있는 최대치의 기쁨이 그저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는 기쁨이었기에, 이제 나는 물을 실컷 마셨으니 죽어도 된다고 소심하게 생각했던 것이었다. 우리의 관계가 그다지 밀도 높지 않았다는 것은 시간이 말해주었다. 나는 오직 ‘그’가 나를 만져주었기에 그토록 감격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가 아닌 다른 꽤 괜찮은 남자가 나를 만져주었어도 나는 똑같이 황홀해했을 것이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오직 ‘나’이기에 그토록 나를 원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가 보기에 꽤 괜찮아 보이는 어떤 여자가 자신과 몸을 섞고 싶어 했어도 그 역시 나에게 그랬던 것만큼 그녀를 원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서로에게 대체불가능한 관계가 아니었다. 남편과의 관계가 욕망 없는 관계였다면, 그와의 관계는 욕망 뿐인 관계였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그와의 관계에서도, 다른 누구로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너'와 '나'는 없었다.


그와의 관계는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욕망 뿐인 관계는 욕망 없는 관계보다 뜨거웠지만, 뜨거웠던 만큼 빨리 식어버렸다. 나는 그와의 관계를 남편에게 털어놓았고, 그후 이런저런 일들을 거친 뒤, 남편과 이혼하게 되었다. 이혼을 한 뒤 가끔 친한 친구들이 물어보았다. 그와의 관계도 남편과의 관계도 다 끝나버렸는데 너는 그때의 일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그때마다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진심이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니까. 물론 다시 돌아간다면 남편과의 관계를 먼저 정리하고 그와의 관계를 시작했을 것이고, 남편과 이혼하는 과정에서 서로 불필요하게 주고받았던 많은 상처들을 최대한 줄일려고 애썼을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후회한다. 하지만 그때 내가 그런 선택을 했던 것에 대해서는 후회하지 않는다. 욕망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욕망뿐인 관계에라도 뛰어드는 것이 더 기쁜 삶으로 가는 길이라는 걸, 나는 온몸으로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제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내 삶을 살아가는 ‘윤리(ethics)’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와 부적절한 관계를 시작하고 나서 나는 카지노 게임 추천에 눈을 떠버렸다. 아마도 그것이 금지된 관계였고, 몸으로부터 시작된 관계였기에 그간 억누르고 있었던(심지어 있는지도 몰랐던) 카지노 게임 추천이 한꺼번에 터져버렸던 것이었을 테다. 지하철에 타면 온갖 몸 좋은 남자들이 다 성적 대상으로 보였다. ‘쟤랑 자면 어떤 기분일까?’ ‘와, 쟤는 허리가 진짜 섹시하다.’ 머리에 음란마귀가 낀 것처럼 그런 생각들로 가득했다. 그때 알았다. 이제 갓 스무살이 되어 섹스에 대한 금기가 풀려버린 남자 아이들의 정서 상태가 바로 이거라는 걸. 여자인 나는 섹스에 대한 금기가 더 깊고 은밀하게 걸려 있기에, 서른을 훌쩍 넘어 불륜까지 저지른 뒤에야 비로소 스무살 남자 아이의 정서 상태가 되었던 것일 테다. 한때는 터져버린 나의 카지노 게임 추천이 너무나 저주스러웠다. 이제 나는 섹스를 계속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 같았고, 좀만 괜찮은 남자가 보이면 일단 섹스 생각부터 떠오르는 내 자신이 감당이 안됐다. 대체 이 억눌린 카지노 게임 추천은 얼마나 많은 남자랑 자야 해소가 되는 것인지 진심으로 막막했던 적도 있었다. 몇 번의 욕망뿐인 섹스를 지나 한때는 그냥 몸이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고 싶었던 적도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나의 카지노 게임 추천을 저주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나의 카지노 게임 추천에 대한 글을 공개적으로 쓸 수 있을지 정말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없었기에 이 연재를 해야겠다고 처음 생각하고 무려 2년 동안 계속 시작하질 못했던 것이다. 이 글을 쓰기 전에도 며칠 동안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거실과 방을 왔다갔다 거렸다. 여전히 내가 나의 카지노 게임 추천을 긍정하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욕망 없는 섹스, 욕망 뿐인 섹스를 지나 이제 충만한 섹스를 하고 싶다. 오직 ‘너’이기에 나를 만지는 것이 의미가 있고, 오직 ‘나’이기에 너를 만지는 것이 의미가 있는, 그런 섹스를 하고 싶다.


한때 나는 왜 그렇게 만지고 만져지는 것을 욕망하는지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가 나를 만져줄 때 나의 테두리가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내가 너를 만질 때 너의 테두리를 느낄 수 있듯, 네가 나를 만질 때 나의 테두리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너의 손길로 나의 테두리가 그려질 때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아무에게나 그려지고 싶지가 않다. 나를 가장 섬세하고 아름답게 그려줄 수 있는 ‘너’의 손길을 따라 그려지고 싶다. 그리고 너의 몸이 단지 매끈하고 근육질이어서 만지고 싶은 게 아니라, 어둠 속에서 너에게 간절히 닿고 싶은 마음으로 네 몸을 만지고 싶다. 그렇게 너에게 닿고 싶은 마음으로 너를 따라 그렸을 때 '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그려질 수 있을 테니까. 그런 ‘너’를 찾고 싶다. 나는 이제 카지노 게임 추천을 응축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 그저 카지노 게임 추천을 참았던 시기, 그저 카지노 게임 추천을 흘려보냈던 시기를 지나, 이제 카지노 게임 추천을 응축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 진정한 섹스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때로는 열녀가 되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가장 아름다운 손길로 만져줄 ‘너’가 나타났을 때, 벌거벗은 몸으로 너에게 말해주고 싶다. “너였구나. 오래 기다렸어.” 그리고 벌거벗은 그의 몸을 만져주고 싶다. 나의 손길로 그를 다시 그리고, 그의 손길로 내가 다시 그려지고 싶다. 그것이 지금 내가 기다리는 섹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