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안정'과 '카지노 쿠폰'의 불협화음을 견디는 길

“나는 카지노 쿠폰을 미화하고 싶은 건가?”

나의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 먹은 뒤 줄곧 따라붙었던 생각이 바로 이것이다. 내가 불륜을 했다는 사실 때문에 내가 불륜을 미화하게 될까봐 무서웠다. 그래서 처음부터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 철저하게 명과 암을 구분해서 쓰기로 마음 먹었었다. 지난 글이 불륜과 카지노 쿠폰의 밝은 면(명)에 대한 글이라면, 이번 글은 불륜과 카지노 쿠폰의 어두운 면(암)에 대한 글이다. 나는 이제 달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들여다본 뒤 달을 잘 떠나 보내주고 싶다. 지난 몇 년 간 나를 가장 혼란스럽게 했지만 또 매료시키기도 했던, 이 ‘불륜과 카지노 쿠폰’이라는 주제를 고이 접어놓고 이제 다른 행성을 여행하고 싶다. 하지만 고이 접으려면 반드시 힘껏 펼쳐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나의 못나고 미숙한 모습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한꺼풀씩 벗겨내보려 한다. 새살을 돋게 하려면 가끔은 생살을 찢어야 하는 법이니까.

나의 불륜은 왜 사랑이 되지 못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지난 글에도 썼듯이 나는 불륜을 했다는 사실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카지노 쿠폰 없는 관계를 유지하기보다는 카지노 쿠폰뿐인 관계에라도 뛰어들었던 것이 나를 더 기쁜 삶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틈을 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와의 관계를 지켜내지 못했다. 우리의 불륜은 사랑이 되지 못한 채 짧은 내연 관계로 끝이 나버렸다. 나는 불륜 관계가 여느 연인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와 ‘그’ 사이에 일어났던 미묘한 감정선은 서로를 좋아하는 두 남녀의 자연스러운 연애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불륜은 일반적인 연애와 근본적으로 다른 지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불륜은 처음부터 ‘삼각 관계’로 시작된다는 점이다. 불륜이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이 '삼각 관계'를 '둘의 관계'로 만들기 위한 지난한 투쟁의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그 투쟁의 과정을 시작조차 못했기에 불륜에서 사랑으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던 것이다.

그와의 관계는 카지노 쿠폰으로 시작된 관계였다. 만지고 만져지고 싶었기에 만지고 만져지며 시작된 관계였다. 처음에는 오랫 동안 참아왔던 카지노 쿠폰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느낌이 너무나 강렬한 쾌감으로 다가왔다. 마치 제대로 된 음식을 못 먹고 있다가 갑자기 맛있는 음식들을 잔뜩 먹게 된 상황 같았다. 그래서 나도 그도 게걸스럽게 탐식을 했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그전까지 맛있는 음식을 별로 먹어보지도 못했고, 음식 자체를 잘 먹지도 못해 영양실조에 걸린 상태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몇 달 간은 음식을 먹느라 정신을 못차렸다. 문제는 그 탐식했던 시간을 서로에게 몰입했던 시간이라 착각했던 것이다. 그 착각은 서서히 벗겨졌다. 본능은 끝없이 채워지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니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고 해도 배불리 많이 먹으면 욕구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흐르며 카지노 쿠폰을 해소하는 쾌감은 점점 잦아들었다. 그러자 그 빈 자리에 그간 외면하고 있던 불안과 죄책감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불륜의 형벌이 있다면 영혼이 쪼개지는 느낌 아닐까. 해소의 쾌감이 잦아들자 불륜은 ‘삼각 관계’라는 사실이 온몸으로 실감되었다. 그와 함께 있을 때는 남편 생각이 났다. 남편과 함께 있을 때는 그의 생각이 났다. 그냥 생각이 나는 정도가 아니라, 남편을 쳐다보면 그의 얼굴이 겹쳐보이고 그를 쳐다보면 남편의 얼굴이 겹쳐보이기 시작했다. 남편과 대화를 하면 그의 얼굴이 떠오르고 그와 키스를 하면 남편의 얼굴이 떠오르는 식이었다. 그런 순간들이 많아질수록 나는 점점 내가 누구와 함께 있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히 이름을 잘못 부르는 실수라도 하게 될까봐 긴장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와 함께 있을 때는 남편 생각이 나서 그와 함께 있는 것 같지 않았고, 남편과 함께 있을 때는 그의 생각이 나서 남편과 함께 있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 일이 많아지니 점점 나는 그 누구와도 함께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내가 누구와 함께 있는지 혼란스러워지자 점점 내가 누구인지도 혼란스러워졌다. 마치 나를 이 땅에 발붙이고 살게 하던 중력이 갑자기 사라져버려 영혼이 붕 뜬 채 허공을 표류하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그 당시 집에 있든 택시를 타든 어디에 있든 “난 누구, 또 여긴 어디?”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나는 결혼의 안정감과 불륜의 쾌락을 둘 다 쥐려다가, 영혼이 길을 잃는 형벌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불륜이라는 ‘삼각 관계’로 시작되었다 하더라도, 나의 마음이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면 나의 존재가 혼란스러워지는 경험은 하지 않았을 테다. 만일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이 그이든 남편이든 한곳이었다면, 지금 내 몸이 어디에 있든 결국엔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몸을 움직이게 되었을 테다. 만일 나와 그가 몰두했던 대상이 ‘섹스’가 아니라 ‘서로의 존재’였다면, 욕정이 잦아들고 난 뒤에도 서로의 존재로 가득 차 있기에 불안이 싹틀 틈은 없었을 테다. 만일 내가 그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그와 함께 있을 때 그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남편 생각이 날 리 없었을 테고, 반대로 남편과 함께 있을 때는 그와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괴로워서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지경에 다다랐을 테다. 내 마음이 그를 향해 있었다면, 지금 내 몸이 결혼 제도 속에 있든, 그 제도 밖으로 나가는 게 당장은 어렵든 간에, 결국은 그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에 몸을 움직여 그의 곁으로 갔을 테다. 사랑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니까. 그리고 진정으로 함께하고 싶다는 건 나의 자리에서 몸을 움직여 무슨 일이 있어도 너의 곁으로 가겠다는 마음이니까. 그때 나는 남편에게도 그에게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나의 몸과 마음은 갈곳을 잃은 채 방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당시 나는 남편도 그도 사랑하지 않았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기에 삼각 관계 속에 있으면서도 아무하고도 함께카지노 쿠폰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누구와도 진정으로 함께 하고 싶지 않았기에 누구와 함께 있어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그에게도 남편에게도 향하지 못한 마음은 결국 갈곳을 잃은 채 허공을 표류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갈곳을 잃자 곧 몸도 갈곳을 잃어버렸다. 나는 남편과 함께 사는 집에 있어도, 그가 살고 있는 집에 있어도 마음이 불편해서 결국 혼자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누구에게도 향하지 못한 마음은 결국 내 주변을 정처 없이 맴돌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나는 삼각 관계 속에 있으면서도 혼자가 되었다.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오직 나만을 사랑하려고 한 댓가였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는 남편과의 관계도 그와의 관계도 그 시점에 다 정리를 했을 것이다. 내가 아무도 사랑하지 않기에 그 누구와도 함께하지 못한다는 걸 자각했던 그 시점에, 두 관계 모두 매듭지었어야 했다. 그렇게 철저히 혼자가 되어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지금처럼 아프게 되돌아보고, 사랑할 준비를 하며 한 사람이 다시 내 마음에 들어오길 겸허히 기다렸어야 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남편과의 관계가 끝났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결혼 제도가 주는 안정감을 놓치 못했다. 가족들이 축하해주고 사회가 공인해준 그 안정적인 관계를 내 손으로 부수어버리기 너무나도 무서웠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와의 관계가 사랑이 아닌 욕정이라는 걸 알아챈 뒤에도 그와의 관계를 놓지 못했다. 그와 섹스를 하며 욕정에 눈을 뜬 뒤 나는 섹스 그 자체에 집착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 마치 오랫동안 굶었던 아이가 갑자기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다시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될까봐 끊임없이 불안해하는 것처럼, 나 역시 욕정에 눈을 뜨고난 뒤 다시 섹스를 하지 못하게 될까봐 끊임없이 불안해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섹스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와의 관계를 놓지 못하는 이유가 그와 오래도록 함께 밥을 먹고 싶어서가 아니라, 단지 내가 다시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될까봐 불안해서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걸 알았던 시점에 난 그를 놓아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남편을 사랑하진 않지만 결혼 제도가 주는 안정감은 지키고 싶었던 것처럼, 그를 사랑하진 않지만 내 욕정이 채워지는 쾌감은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지키고 싶었던 건, 그도 남편도 아닌, 나의 안정과 나의 욕정이었던 셈이다.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악마는 결혼과 불륜, 그리고 욕정에 대한 짧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예브게니는 장래를 촉망받는 한 귀족 청년이다. 그에게는 젊은 시절 잠시 몸을 나누었던 스테파니다라고 하는 정부가 있었다. 시골 아낙에 한 남자의 아내이기까지 한 스테파니다는 예브게니의 입장에서 결코 함께할 수 없는 존재였다. 예브게니는 결혼 적령기가 되자 스테파니다와의 관계를 깔끔히 정리하고 너무나도 완벽한 신부인 리자를 만나 모두의 축복 속에 결혼을 한다. 그의 삶은 밝고 희망차고 안정적이고 평온하기만 하다. 모든 것은 뜻하는 대로 굴러가고 그 어떤 불화나 잡음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스테파니다가 예브게니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그가 다니는 길에 잠깐잠깐 나타날 뿐이다. 예브게니는 스테파니다의 모습을 보게 된 뒤 그 어떤 것에도 집중을 하지 못한다. 아내와 함께 있을 때도, 장모와 함께 있을 때도, 심지어 일을 할 때도 몸만 남은 빈 껍데기처럼 혼이 빠져 있다. 예브게니는 그렇게 살다가는 자신의 안정적인 삶이 완전히 파괴될까봐 무서워서, 온갖 일을 벌리고 스테파니다가 출몰하는 곳은 모조리 피해다니며 리자와 함께 먼 나라로 긴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스테파니다의 망령은 더욱 더 끈질지게 예브게니를 따라붙는다. 결국 예브게니는 자신이 스테파니다에 대한 카지노 쿠폰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음을 직감한다. 그는 스테파니다를 '악마'라고 칭하며 서랍에서 피스톨을 꺼내 그녀를 찾아가 방아쇠를 당긴다. 이 소설은 특이하게도 두 가지 결말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결말에서 예브게니는 피스톨을 꺼내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

예브게니 역시 두 가지 카지노 쿠폰 사이에 끼어있다. 자신의 안정적인 삶을 지키고 싶은 카지노 쿠폰과 자신의 본능을 따르고 싶은 카지노 쿠폰. 예브게니에게 그 두 카지노 쿠폰은 각각 ‘아내 리자’와 ‘정부 스테파니다’의 존재로 형상화되어 양쪽에서 그를 짓누른다. 나 역시 그랬다. 그와 함께 있으면 남편의 얼굴이 떠오르고 남편과 함께 있으면 그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은 나 역시 안정과 욕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갈등했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있으면 나의 안정적인 삶이 깨질까봐 두려워서 안정을 상징하는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이고, 남편과 함께 있으면 나의 본능을 따르고 싶은 마음이 억제될까봐 두려워서 욕정을 상징하는 그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이다. 예브게니는 결국 안정과 욕정 사이에 껴서 갈등하는 고통을 견뎌내지 못했다. 그는 피스톨을 쥐고 고민했다. 처음에는 리자를 죽이려 했다. 자신을 본능에 따라 살지 못하게 하는 ‘안정’이라는 존재를 벗어날 수 없으니 없애버리려 한 것이다. 하지만 예브게니는 리자를 죽이지 못한다. 그 다음에는 스테파니다에게 총을 겨눈다. 자신의 안정적인 삶을 위협하는 ‘본능’이라는 존재를, 따를 수 없으니 없애버리려 한 것이다. 그녀만 사라진다면 자신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금의 안정적인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었으니까. 첫 번째 결말에서 그는 스테파니다(본능)을 죽이지만 결국 정신병원에 갇혀 생을 마감한다. 두 번째 결말에서 그는 스테파니다를 향한 총부리를 돌려 자신을 향해 겨눈다. 안정과 욕정, 사회와 본능, 과거와 미래 사이에 껴서 갈등하는 고통을 견디지 못해 결국 그 고통에서 영원히 벗어나려고 한 것이다. 그렇게 그는 리자와 스테파니다를 없애지 못해 결국 자신의 존재를 없애버린다.

톨스토이와 카지노 쿠폰 아내 소피아

나는 이 소설을 결코 거리두고 읽을 수가 없었다. 예브게니의 선택이 마치 나의 실존적 선택처럼 느껴졌으니까.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톨스토이가 내 귀에 대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다시 예브게니의 상황에 처한다면 이제 너는 어떻게 할래?” 나는 이제 알고 있다. 스테파니다는 어느 날 불쑥 그냥 나타나는 것이다. 한 사람이 내 마음에 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도 통제할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꽂힌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카지노 쿠폰은 그냥 생기는 것이고 한번 생긴 카지노 쿠폰은 내가 어떤 수를 써도 없앨 수도 없다. 그것을 없애려 한다면 스테파니다에게서 벗어나려고 계속 이곳저곳으로 도망다니던 예브게니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도망다니다가 너무 괴로운 나머지 스테파니다를 저주하며 죽음으로 몰고 갈 것이다. 세상에 카지노 쿠폰을 외면한 채 도망다니며 사는 이들이 얼마나 많던가. 그 카지노 쿠폰을 결국 저주하여 자신의 삶마저 저주하게 된 이들은 또 얼마나 많던가. 카지노 쿠폰을 따르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 때문이다. 예브게니가 스테파니다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리자 때문이다. 이때 자신의 카지노 쿠폰을 따르지 못하는 것이 너무 억울하여 자신을 붙들고 있는 사회(구조)를 원망할 수도 있다. 처음에 예브게니가 리자를 죽이려 했던 것처럼. 하지만 리자를 죽인다고 해도 예브게니는 자신의 카지노 쿠폰을 따라 제대로 된 삶을 살아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리자가 사라져도 예브게니는 ‘아내를 죽인 남편’이라는 사회적 시선에 붙들려 또다시 괴로워했을 테니까. 그래서 예브게니는 '사회'와 '본능(적 카지노 쿠폰)'이 일으키는 불협화음을 견디지 못한 채 결국 영원한 고요 속으로 도망간 것이다.

이제 나는 '사회'와 '본능' 사이에서 일어나는 긴장감을 조금은 더 견뎌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스테파니다’가 마음에 들어왔을 때, 나는 이제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한다. 카지노 쿠폰은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대신 그녀를 향한 내 마음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조용히 들여다보고 싶다. 내가 진정으로 그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응축될 때까지. 그렇게 내 카지노 쿠폰을 내가 충분히 존중한다면, 내 카지노 쿠폰을 가로막는다고 ‘리자’를 원망할 일도 없을 것이다. 오히려 언젠가 내가 스테파니다를 따라갈 수도 있기 때문에, 리자와 함께 하는 동안 최대한 리자에게 잘해주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렇게 나는 ‘사회’와 ‘본능’을 둘 다 존중하며 '나'라는 존재 역시 지켜낼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역량 있는 이는 ‘안정’과 ‘욕정’ 사이의 불협화음을 자신만의 매력적인 음악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 테니까. 나와 예브게니는 그 불협화음을 견뎌내지 못했기에 그 무엇도 연주하지 못한 채 혼자만의 거대한 고요 속으로 빨려들어갔던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Qf0NQ6303zQ

이제 나는 ‘안정’과 ‘카지노 쿠폰’을 너머 ‘사랑’을 하고 싶다. 제대로 된 음식을 못 먹어 불만족스러웠던 삶도, 맛있는 음식을 실컷 탐식했던 삶도 지나, 이제 빵쪼가리를 나눠 먹어도 ‘너’와 함께 먹기에 충만해지는 삶을 살고 싶다. 섹스도 마찬가지다. 의무의 섹스에 불만족스러웠던 삶도, 쾌락의 섹스에 탐닉했던 삶도 지나, 이제 손만 잡아도 섹스보다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나눌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잠시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것만으로도 앞으로 삶을 살아갈 의미를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 찰나의 접촉을 평생 몸에 새긴 채 따스히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먹었던 평범한 밥과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손잡았던 기억이 그 어떤 맛있는 음식과 격렬한 섹스보다 더 큰 기쁨이라는 걸 이제는 아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할 테다. 나의 자리에서 몸을 움직여 더욱 더 그의 곁으로 옮겨갈 테다. 그렇게 사랑을 지켜낼 테다. 이것이 지난한 혼란과 고통의 시간을 지나 겨우 만들어낸 나의 사랑의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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