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A구 반지하 원룸 (하)
반지하에 살 당시나 지금이나딱히 반지하에 산 다는 것이 부끄러운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그때를 회상하며 글을 써보니 조금은 창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자취방에 대해 말해야 하는 타이밍이 오면 애써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굳이'내 방은 반지하인데~'하는 말은 안 했던 거 같다.학교카지노 쿠폰 멀다는 핑계로 친구들도 부른 적 없다.그리고 마음속 어떤 곳에서는 부끄러운 것 보다도 굴욕적인 순간들이 있었던 것도 같다.
전에도 언급한 영화 '기생충'에서 아주 훌륭한 연출로 잘 보여주었듯 '위'와 '아래'가 시각적으로 명백히 나뉘는 공간이 주는 묘한 감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내가 살았던 곳은 반지하라는 점만 빼면 아주 깔끔하고 자취방 치고는 넓은 방인데도 그랬다. 그 순간이 정점을 찍는 순간은 역시 창문에서 사람 다리가 보일 때였다.
내가 살았던 곳은 거실 하나, 방 하나인 1.5룸이고 나는 친구와 함께 그곳에서 살았다. 거실은 화장실 발매트보다 조금 큰 현관을 열자마자 훤히 보이는 곳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히 하나 있는 방을 나눠 쓰기로 했다. 가장 공평한 구조로 배치하다 보니 방양쪽으로 침대와 책상을 쌍둥이처럼 마주 보고 둔기숙사 같은 형태를 띠었다.
학기 초엔 신입생 환영회니 개강총회니 동아리 OT니 아니면 그냥명분 없는술자리같은약속에 싸돌아다니느라 집카지노 쿠폰는 정말 잠만 잤다. 자연히 잠만 자는 공간인데자취하는 친구들 중에선 내가 제일학교카지노 쿠폰멀리 살았고 막차를 신경 써야 했어불편했다. 하지만 월세를 그만큼 아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지하철 통학을 하던 생활이 무색하게 함께 살던 친구가 두 달 만에 학교를 그만두고 방을 빼는 일이벌어졌다. 이는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우리는 일단 최소 1년은 함께 살았어야 하는 약속이 있었다. 그 이유가 없으면 내가 그곳에 방을 구할 필요도 없었으니까!
여러 논의가 오가고, 내가 다시 새로운 방을 구하고 이사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 등과 친구가 갑작스럽게 예정에 없던 퇴거를 하는 것을 고려해서 계약이 종료되기까지 남은 기간 동안친구가 부담하던 만큼의 월세를 계속 받는 것으로 결정했다. 동거라는 건 기숙사 생활과는 완전 다른 일이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다.
기숙사와 다른 점은 집안일이 꽤 많다는 점이었다.쓰레기통이 가득 차면 나가는 사람이 내다 버리자 같은 말들을 여러 번 나누고 이제 좀 적응할 무렵에 난 다시 혼자 살게 되었다. 이 이후로 누군가와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졸지에 나는 학교카지노 쿠폰 먼 곳에서 혼자 1.5룸 반지하에서 살게 되었다.처음엔 억울하다고 생각했지만 금세 혼자 사는 생활에 익숙해졌다. 친구의 침대와 책상이 없어지고 나서도 나는 더 큰 책상을 사지 않았다. 그 작은 책상카지노 쿠폰 뭔가 했던 기억은 잘 없다.
대신 거실에는 아주 작은 TV(거의 모니터 정도 크기였다)가 옵션으로 딸려있었는데, 나는 그냥 그걸 계속 틀어놓았던 것 같다. 딱히 보는 TV 프로그램도 없으면서, 그 소리가 작게 틀어져 있으면 사람 사는 집 같은 느낌이 났다. TV 앞에 접었다 폈다 하는 앉은뱅이 식탁을 항상 펼쳐두었다. 거기서 밥도 먹고, 아주 가끔 일기도 썼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엔 큰맘 먹고 치킨을 시켜 TV 앞에서 먹기도 했다.
내가 사는 곳이 반지하라는 실감은 여름에 났다. 옵션으로 딸려있는 벽걸이 에어컨을 틀어놓아도 항상 내 방은 습했다.
화장실은 아주 좁아서 샤워 한 번 하면 두루마리 휴지에 물이 다 튀어휴지가축축해지고 변기가 있는 곳 천장은건물 계단이 지나가는 곳이라 대각선이었다. 당연히 화장실엔 창문이 없으니 화장실을 환기시키려면 화장실 문을 열어두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름의 반지하는 방의 창을 열어두어도 항상 습했다. 여름이 한창일 무렵 우연히 벽과 붙어있는 침대 헤드 뒷부분을 봤는데 온통 곰팡이라 한참을 물티슈로 닦아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내가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던 것은 역시 아직 이때까지는 집보다는 숙소나 기숙사 개념으로 방을 써서였을 것이다. 시험기간엔 도서관카지노 쿠폰 밤을 새우느라, 시험이 끝나면 학교 앞카지노 쿠폰 노느라이때까진집카지노 쿠폰딱히 나만의 시간을 보낸 적이 많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느꼈던 불편함은집을 구할 때는 신경 쓰지 못했던 집 '밖'의 문제였다.집을 구할 때에는지하철역과 친구의 학교까지의 거리만 생각했고, 낮에만 가봤다. 그냥 조용한 주택가 같았고 역과의 거리도 도보 7분으로 아주 좋았다. 하지만 직접 살아보니, 밤의 골목은 꽤 무서웠다. 역에서 집까지 가는 길엔 뜨개방이나 미용실 같은 작은 가게들이 있었는데, 이른 시간에 모두 문을 닫고 주황색 가로등이 왠지 무서워 항상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 근처에는 편의점도 없고, 역 근처로 나가야 했다.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슈퍼'가 있었지만 오후 8시쯤에 문을 닫았다. 이 슈퍼는 이사 나갈 때쯤 CU로 바뀌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덥석 계약했던 내 첫 자취방의 계약기간이 끝이 났다. 첫 자취고, 반지하이지만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는 다행히 없었다. 하지만 이 1년의 경험으로도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방으로 이사 가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우선, 가장 하고 싶었던 학교 앞으로 이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