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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테비 Feb 08. 2024

작은마음동호회, 윤이형 소설

24년 2월 8일 읽고 있는 책

어떤 때는 한 권을 완독하고 다음 책으로 넘어가기도 하지만 여러 권을 동시에 읽기도 한다. 지금 3권을 같이 읽고 있다. 내가 참여하는 책모임 중에 소설가의 단편 소설 하나씩을 평일에 읽고 인증하는 모임이 있다. 지난달은 김금희 작가 작품이었고, 이번 달은 윤이형 작가 작품이다. 윤이형 작가 이름을 처음 듣는 듯했는데, 한 편씩 읽어보니 어디선가 읽은 것 같아 자꾸 단편이 실린 곳을 책 뒤편을 열어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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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이 실린 곳을 보니 낯익은 간행물(?)도 있지만, 처음 보는 간행물도 있다. 이중 나는 ‘승혜와 미오’가 실린 테마소설집 <파인다이닝이 친숙하다. 은행나무에서 펴낸 테마소설집 시리즈 중 <세상이 멈추면 나는 요가를 한다, <사라지는 건 여자들뿐이거든요, <호텔 프린스 3권의 책을 읽었다.그런 이유 때문인지 분명 <파인다이닝을 구입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 갑자기 나올 수도 있다. 왜냐면 아래 그림이 내 책장 일부이기 때문이다.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을 구별하기 위한 방법으로 배열해 놓아서 책 위치를 거의 바로 찾는데… 아직 안 나오는 것 보면 기억의 오류가 의심되지만 이러다 갑자기 나올까 봐 섣불리 사지 못하겠다. 이 책의 여러 이야기 중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미오’가 가장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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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미오

테마소설집, 파인다이닝에 실린 만큼 소재가 음식이다. 이 이야기의 소재는‘밀푀유 나베’다. 워킹맘에 싱글맘인 이호 엄마를 대신해 이호를 유치원 하원 후 엄마를 대신해 아이를 돌봐주는 일을 하는 승혜가 화자다. 승혜와 이호 엄마 사이 계약에 요리 조항은 없지만, 비가 많이 오는 어느 날, 이호를 위해 승혜는 ‘밀푀유 나베’를 끓이기로 한다. 페이스북에서 본 밀푀유 나베는 승혜에게 적어도 세 명 이상 되어야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여겨진다. 승혜는 미오와 같이 살고 있다. 미오는 육식을 하지 않고 밀푀유 나베에는 고기가 들어가기 때문에 승혜는 미오와 절대 먹을 수 없겠구나 생각한다. 그림의 떡 같은 밀푀유 나베를 이호를 위해 준비하며 음식의 따뜻함에 승혜는 미오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29-30쪽
넓적한 전골냄비 맨 밑에 숙주를 깔고 다 우러난 육수를 부었다. 배춧잎과 고기와 깻잎을 겹쳐 페이스트리처럼 만든 무더기를 거대한 꽃 모양으로 차곡차곡 돌려 담았다. ‘밀푀유 millefeuille’는 천 개의 잎이라는 뜻이지만 이 냄비에 정말로 천 개의 잎이 들어가는 건 아니다. 냄비를 다 채우는 일이 생각만큼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에 카지노 게임 사이트 조금 놀랐다.
동그랗게 비워둔 가운데 부분에 느타리버섯과 팽이버섯을 넉넉히 채우고 십자 모양으로 칼집을 넣은 표고버섯 몇 개를 올린 후 뚜껑을 덮고 가스불을 켰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모양을 내는데 두어 시간쯤 걸릴 줄 알았는데 너무 간단해서 좀 허탈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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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쪽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호의 그릇을 들여다보았다. 맑은 국물에 담긴 배추와 고기 무더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미오는 왜 그렇게 고기를 못 견디게 싫어하게 되었을까. 카지노 게임 사이트 문득 생각하고는 자신이 그런 의문을 떠올렸다는 사실에 놀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게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다. 미오는 얼굴이 까만 대로, 너무나 좋아해서 목이 다 늘어난 티셔츠를 매일 입고 다니면 다니는 대로, 운동을 싫어하면 싫어하는 대로, 그냥 그대로 미오였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 또 그대로 승혜였는데, 점점 서로의 ‘그대로’가 못마땅해지는 일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와 미오 사이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연인 사이인 둘의 균열이 다시 메워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벼운 균열이길 바라지만 무거운 쪽으로 기울고 있음이 느껴진다.


40쪽
미오는 아무것도 망각하지 않고 아무것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니 최소한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았고, 버려야 할 것은 가차 없이 버리는 사람이었다. 어디서나 자신이 퀴어임을 자랑스럽게 밝혔고, 가족이 그것을 받아주지 않자 가족과 절연했다. 혐오 발언을 보면 그냥 지나가지 않고 반드시 댓글을 달거나 항의했으며, 승혜의 눈에는 시간과 에너지의 과도한 소모로 보이는 그런 행동들을 결코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미오와 승혜의 분명한 차이가 보인다. 승혜는 그저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인물이라면, 미오는 ‘거침없이 사는 사람’이다. 어느 날 일이 일찍 끝난 미오가 연락도 없이 놀이터로 찾아와 이호에게 말을 해버렸을 때, 승혜는 정말로 화가 났다.(49쪽 인용)

49쪽
-안녕!
미오는 태연한 표정으로 놀이터 벤치에 앉아 이호에게 말을 걸었다.
누나, 이 누나 누구야? 이호가 동그랗게 눈을 뜨고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물었다. 누나 친구야?
-친구가 아니고 애인이야. 우린 서로 사랑해서, 같이 살아.
미오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얼굴이 점점 난감한 표정으로 변해가는 것을 천천히 바라보다가, 가방에서 초코바 하나를 꺼내 이호에게 주고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나 버스 정류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었다.

둘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결정적 사건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밀푀유 나베를 보며 일련의 일들을 떠올린다. 이때 이호 엄마가 집으로 돌아왔다. 이호 엄마는 세 명이서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한다. 저녁 자리에서 이호가 엄마에게 묻는다.


56-57쪽
-엄마, 근데 누나는 여잔데, 왜 여자 애인이랑 사랑해서 살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몸이 한순간 굳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호 엄마가 물었다.
-저번에 그 누나 놀이터에 왔었다. 나한테 초코바 줬어. 카지노 게임 사이트 누나 애인.
그렇구나, 이호 엄마는 피곤한 음성으로 말하고는, 잠시 말이 없다가 말을 이었다.
-이호야, 엄마는 매일 회사에서 늦게 오지?
-응
그게 좋은 거야 나쁜 거야? 엄마는 좋은 엄마야, 나쁜 엄마야?
나쁜…. 중얼거리던 아이가 혼란에 빠져 말을 멈추더니, 조금 후 다시 말했다. 음, 모르겠어. 엄마는 그냥 원래 그렇잖아.
-그래, 원래 그렇지.
-응.
-엄마도 모르겠어, 엄마가 좋은 엄만지 나쁜 엄만지. 엄마는 그냥 엄마지, 회사에서 늦게 오지만 그래도 엄마지. 마찬가지야. 세상에는 다른 누나랑 사랑해서 같이 사는 누나도 있는 거야. 그냥 원래 그런 거야. 그건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모르겠어.
-그래. 엄마도 모르겠어. 모르는 건 그냥 모른다고 하면 되는 거야. 아마 그건 우리가 좋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는 일이 아닐 거야. 알았지.
(중략)
피곤에 젖은 엄마와 졸음에 겨운 아이가 묵묵히 밥을 먹었다. 어쩐지 목이 메어 더 먹을 수 없을 것 같았지만, 카지노 게임 사이트 국물을 한 숟갈 더 떠서 입에 넣었다. 이런 맛. 궁금했는데, 생각과는 달랐다. 심심하고, 슴슴하고, 대단한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너무 아무렇지 않은 맛이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필요한 맛이었겠지. 심심하고, 슴슴하고, 아무렇지 않은 맛. 마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그저 있는 사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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