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hen King 2.
"형은슈퍼막강한어떤것이없으면하루도견디지못하는사람이었어요.그래서항상일을벌이곤했죠.물론저를끌어들인채말이에요."
킹이 다섯 명의 독자를 위해 글을 쓰고 있을 때, 형 데이브는 열 배가 넘는 독자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삼류라는 제목의 가족 소식과 마을 소식을 함께 담은 비정기 신문으로 말이다. 물론 데이브의 글솜씨가 킹보다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데이브는 직접 사건을 만들어 내는 재주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건전지를 사용해야 하는 과학 과제에서 전기 콘센트를 쓰는 바람에 마을 전체를 정전으로 만드는 일은 예사였다. 데이브는 그만큼 극적인 시간을 즐겼다. <삼류의 발간 역시 극적인 무언가를 찾던 중에 나온 아이디어였다. 글이 필요한 일이었기에 킹이 참여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미 다섯 명의 고정 독자를 가진 작가를 무일푼에 구하기는(심지어 인쇄를 비롯한 잡일까지 시키며)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킹 역시 노트에 자필로 작품을 써서 독자들을 찾아다니느니 보고 있자면 속이 터질 정도로 느린 인쇄기가 있는 데이브의 <삼류신문에 기고하는 편이 좋았다. 이렇게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삼류에 그들이 사는 마을은 발칵 뒤집혔다. 데이브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먼저 발칵 뒤집힌 것은 킹 쪽이었다. 낡고 느린 인쇄기는 도무지 신문을 뱉어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인쇄기에서 나오는 물질은 건강에도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데이브도 킹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삼류를 보다 극적인 신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작업 환경도 누구나 반할 정도가 되었으면 했다. 그러던 차에 데이브는 우연히 학교 근처에서 드럼식 인쇄기를 발견했다. 그것 역시 낡고 느린 인쇄기였지만 원래 인쇄기에 비하면 기차만큼이나 빠르고 정확했다. 평소에 3일 걸릴 일이 이틀이면 충분했던 것이다. 그렇게나 빠른 인쇄기로 데이브는 <삼류신문을 찍기 시작했고 소설 코너의 연재를 맡은 킹의 이야기는 가족을 넘어 한 걸음 먼 곳의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한 걸음 정도 멀리 사는 이들이었지만 말이다.
인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날이면 킹은 영화관을 찾았다. 마을에서 조금 먼 곳에 생긴 작은 영화관은 킹에게 허락된 새로운 문이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지금껏 종이 위에만 있던 이야기가 화면 가득 펼쳐지고 있었다. 물론 문을 열 때마다 통행료를 지불해야 했지만, 마법 같은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그 정도는 감당해야 했다. 특히 <함정과 진자를 보고 나왔을 때는 퇴근한 표 검사원을 찾아가 팁을 쥐여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최초로 본 컬러 공포 영화는 그만큼이나 압도적이고 큰 인상을 남겼다. 왜 아니겠는가? 종이 위에서는 '시체'라는 글자로 누워있던 그들이 코앞에 다가왔으니.
카지노 가입 쿠폰 영화관을 나와 집을 향해 걸었다. 꽤 먼 거리였으니 몇 번이고 방금 본 영화를 다시 상상할 수 있었다. 학교에 가서 당장 이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었다. 시체들의 역동적인 공포를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던 카지노 가입 쿠폰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머릿속에서 시체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토록 강렬한 시체의 얼굴을 밀어낸 주인공은 기차와도 같은 속도를 자랑하던 인쇄기였다. <삼류를 찍었던 바로 그 인쇄기. 카지노 가입 쿠폰 머릿속에서 점점 클로즈업되는 인쇄기를 보며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영화관 문 옆에 놓인 새로운 문. 그것을 열 수 있는 주문이 떠올랐다.
"저는그걸작을소설로집필하기로마음먹었습니다.물론집필만하려는것은아니었죠.저는그걸인쇄기로찍어학교에서팔아보기로한겁니다.”
다른 출판사나 작가들은 이런 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는지 킹은 알 수 없었다. 킹이 알게 된 것은 자신에게 이 정도 일은 단 이틀이면 충분했다는 것이었다. (원래 인쇄기였다면 3일이 걸렸겠지만 말이다) 킹은 <삼류로 갈고닦은 인쇄기술을 이용해 마흔 권의 책을 찍어냈다. V.I.B(Very important Book)라는 신고 안 된 출판사 이름까지 붙여진 그야말로 진짜 책이었다. 킹은 종이를 아끼기 위해 줄 간격을 줄이고 문단도 모조리 붙여 버렸다. 하지만 표지에는 한 장의 종이를 고스란히 사용했다. 이건 습작 노트가 아닌 진짜 책이었기 때문이었다.
마흔 권의 책을 앞에 두고 킹은 생각에 잠겼다. 책의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 고민카지노 가입 쿠폰. 킹은 이 책으로 주 정부에 세금을 내거나 <함정과 진자감독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권당 25센트라는 가격을 책정카지노 가입 쿠폰. 자신의 열혈 독자를 비롯해 최소한 열 권은 팔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정도면 극장에서 멋진 영화 한 편을 감상하기에는 충분카지노 가입 쿠폰. 킹은 부푼 꿈을 안고 가방에 40권의 책을 넣어 학교로 향카지노 가입 쿠폰.
페이지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마흔 권이나 되었기에 가방이 제법 묵직했다. 아침에 학교에 올 때도 그랬고,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묵직한 이유는 달랐다. 등교할 때에는 책의 무게로,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는 수많은 동전의 무게로 묵직했다. 스티븐 킹 인생 최초의 베스트셀러를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킹은 입을 다물 새도 없었다. 쉬는 시간만 되면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독자들에게 책을 팔기 바빴다. 하교 시간이 되자 V.I.B출판사의 첫 책은 어느새 동이 나고 9달러라는 묵직한 돈이 가방을 채우고 있었다. 물론 그 돈을 서둘러 주머니로 옮기지 않은 것은 킹의 실수였다.
"이해할 수 없구나. 재능을 왜 이런 데 낭비하는 거니?"
거대한 팝콘과 콜라를 한가득 품에 안고 영화관에 입성하려는 꿈을 꾸기도 전에 킹은 교무실의 문을 먼저 넘어야 했다. 너무 큰 성공이 문제라면 문제였을까? <함정과 진자를 판 것을 선생님에게 들켜 버린 것이었다. 킹은 선생님의 지시대로 <함정과 진자를 산 아이들에게 다시 돈을 돌려주고 책을 회수했다. 엔딩이 마음에 들지않는 영화를 봤을 때철머 기분이 좋지 않아야 했지만 킹은 이상하게 힘이 났다. 반품된 <함정과 진자가 잔뜩 들어있는 가방도 그리 무겁지 않았다. 괜한 시간과 종이, 그리고 돈을 낭비했지만 그것은 선생님이 자신의 재능을 인정한 것으로 충분히 만회되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칭찬 이후 또 한 번의 허락을 받은 셈이었다. 킹은 여전히 눈 앞에 펼쳐진 무수히 많은 문을 열 자격이 있었다.
킹은 다음 문을 찾아 나섰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생님의 말을 반은 듣고 반은 무시해야 했다. 킹은 재능이 있다는 선생님의 말은 당연히 소중한 것을 모아두는 금고에 모셨두었고, 낭비하고 있다는 말은 쓰레기통에 내다 버렸다. 그렇게 재능만이 남은 킹을 원하는 곳은 많았다. 우선 교내 신문 <북소리에서 그에게 편집장 자리를 제안했다. 킹은 재능이 있다는 선생님의 말을 받들어 편집장 일을 시작했지만 이내 지겨워졌다. 그래서 킹은 <북소리를 만드는 일은 미뤄둔 채 <빌리지 보밋(The Village Vomit)이라는 이름의 해적판 학교 신문을 만들었다. 해적판 신문이었기에 신문에 담길 내용 역시 <북소리에 담기기 어려운 것들만 잔뜩이었다. 선생님의 별명을 그대로 부르며 풍자 기사를 실은 이 신문은 친구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큰 관심은 언제나 문제를 일으킨다는 법칙은 이번에도 틀리지 않았다. 수업 시간에 <빌리지 보밋을 읽던 친구가 선생님에게 들키면서 킹은 이미 익숙한 교무실의 문을 열어야 했다. 이번에도 재능과 낭비라는 단어가 잔뜩 들어간 훈계를 받은 킹은 더는 <빌리지 보밋을 만들지 않기로 약속하고 교무실을 나섰다.
킹을 가만히 내버려 두면 또다시 재능을 낭비할 것이 뻔하다고 선생님은 생각했다. 그래서 킹에게 지역 신문인 <리스본 위클리 엔터프라이즈의 스포츠 담당 기자 자리를 추천했다. <삼류부터 시작해 <빌리지 보밋까지…. 신문이라고는 이제 질리도록 만들어 봤기에 킹은 기자 일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하지만 강제로 열린 문에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인생에는 왕왕 있다는 것을 킹은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때로는 타의에 의해 결정된 방향이 훌륭한 목적지를 가리킬 때가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선생님의 강요로 스포츠 담당 기자가 된 킹은 그곳의 편집자 였던 존 굴드를 만나게 되었다. 이미 몇 번의 성공을 거두었고 열혈독자까지 있는 킹이었다. 기사 정도를 쓰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으스대며 첫 기사를 써서 존 굴드에게 가져갔다. 존 굴드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기사를 읽고는 연필로 기사를 수정해 나갔다. 킹은 스스로 생각지도 못한 곳에 더욱 완벽한 문장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이지 완벽한 방향으로의 수정이었다.
"좋지 않은 부분만 수정한 거야. 괜찮은 기사였어."
수정본을 건네며 굴드가 말했다. "수정한 이유를 설명해줄까?"라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원고에 그어진 밑줄과 돼지 꼬리, 그리고 체크 표시만으로도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존 굴드는 킹이 '재능'이라는 말에 스스로 침몰할 가능성을 삭제해준 것이었다. 킹 역시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고 기사글이었지만 존 굴드에게 자신의 글을 보여줄수 있는 행운이 찾아온 것을 감사했다.
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