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 Disclosure(Julian Assange)
스톡홀름, 2010년 8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은 중세 유럽의 정취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낭만적인 도시였다. 돌로 포장된 거리, 고색창연한 석조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바다를 따라 이어진 좁은 골목들은 수백 년의 시간을 품고 있었다. 그런 풍경 한가운데, 르네상스풍의 대형 회의장 로비 앞에 멋진 검은색 세단이 멈춰섰다.
차 문이 열리고 은발의 젊은 남자가 내렸다. 순식간에 인파가 몰려들었다. 언론 기자들은 셔터를 터뜨렸고, 일부 젊은 여성들은 마치 헐리우드 배우를 본 듯 환호성을 질렀다. 그는 무심한 듯 미소를 지으며 군중을 지나 건물 안카지노 게임 들어섰다.
그의 이름은 줄리언 카지노 게임. 그는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의 창립자였다. 지난 달 미군의 기밀문서인 아프카니스탄 전쟁기록(Afghanistan War Logs)이 폭로되자 그는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한편으로는 미 정보당국에게는 요주의 인물로 떠올랐다. 그러나 대중에겐 정부와 주류 언론이 숨기는 진실을 알리기 위해 싸우는 영웅이였다.
어산지는 이미 자신이 누군가의 표적이 되었음을 알고 있었다. CIA와 NSA는 그를 비공식적카지노 게임 추적하고 있었다. 그는 감시당하고 있었고, 도청과 감찰이 매일 이어지고 있었다. 정보기관들의 비공식 작전이 개시된 것이다.
그런 긴장 속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한 자유언론 컨퍼런스. 어산지는 이 자리에서 민주주의, 투명성, 언론 자유에 대해 열정적인 연설을 했다.
강연이 끝난 후, 복도 끝에서 두 명의 아름다운 여성이 어산지에게 다가왔다. 그녀들의 얼굴은 마치 아이돌 스타의 투어를 따라나선 팬처럼 상기되어 있었다.
"카지노 게임씨죠?"
첫 번째 여성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정말 존경해요.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두 번째 여성이 한걸음 다가서며 덧붙였다.
"오늘 저녁에 시간 괜찮으세요? 이런 기회는 흔치 않으니까요."
그녀들의 눈빛에는 선망과 설렘이 교차하고 있었다.
세계를 무대로 거대 권력과 맞서 싸우는 천재 해커, 그리고 스파이 영화에 주인공처럼 은발의 잘생긴 그의 외모는 젊은 여성들의 심장을 뛰게 했다. 스톡홀름의 낯선 밤바람은 이들을 더욱 로맨틱하게 만들었다. 그날 밤, 카지노 게임는 이 중 한 여성과 함께 호텔룸카지노 게임 향했다. 그 순간은 젊은 남녀의 자연스런 만남이였지만, 이 일은 곧 어산지의 기나긴 망명생활로 이어진다.
그러나 실제로 어산지는 스웨덴에서 체포되지 않았다. 초기 수사가 기소 없이 종결되자 그는 합법적카지노 게임 스웨덴을 떠나 영국 런던카지노 게임 이동했다. 런던에 도착한 어산지는 자유롭게 체류했지만, 몇 달 후 스웨덴 검찰이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스톡홀름의 밤이 그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희미해지던 2010년 12월, 런던. 회색 하늘 아래, 차가운 겨울비가 뿌리던 어느 아침, 경찰들이 그의 숙소로 들이닥쳤다. 현관문을 세 차례 강하게 두드린 뒤, 검은 제복을 입은 경찰관들이 영장을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줄리언 카지노 게임 씨. 당신을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로 체포합니다."
짧고 단호한 목소리. 카지노 게임는 무표정한 얼굴로 체포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는 이미 자신을 둘러싼 국제 정치의 함정을 감지하고 있었다. 경찰들은 그에게 수갑을 채우고, 준비된 검은색 승합차로 그를 이끌었다.
런던 경찰청에 도착한 후, 어산지는 유럽 체포영장(European Arrest Warrant)에 따라 공식적카지노 게임 구금되었고, 여러 법적 철차를 통해 스웨덴카지노 게임의 송환이 결정되었다.
어산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성범죄 조사였지만, 그는 그 이면에 숨겨진 정치적 함정을 읽어냈다. 스웨덴으로 송환될 경우, 미국 정부가 곧바로 자신을 인도 요청할 것이 분명했다. 이는 단순한 수감이 아니라, 미국 법원에서 간첩법(Espionage Act) 위반 혐의로 종신형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단순한 피의자가 아니라, 진실을 카지노 게임한 정치적 망명자로서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언론 자유, 정보 자유라는 이상이 떠올랐다. 어산지는 자신이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더 큰 싸움 — 권력과 정보 통제에 맞서는 전선의 상징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산지는 2012년 6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카지노 게임 들어가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다. 그날 이후, 그는 육체의 자유를 잃은 채, 세계를 상대로 한 정보전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2012년 6월,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
대사관 내부는 런던의 잿빛 하늘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그날 오후, 테라스 난간에 검은색 페도라 모자를 눌러쓴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건물 맞은편, 창가에 숨어 쌍안경을 들이댄 남자들의 시야에 그 은발의 모습이 포착됐다. 감시망은 끊임없이 좁혀지고 있었다.
줄리언 카지노 게임.
망명지에서 그는 에콰도르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 당시 에콰도르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는 반미 성향이 강했고, 언론 자유와 주권을 내세우며 미국의 압박에 맞섰다. 어산지에게 망명 지위를 부여한 것은 단순한 인도적 조치가 아니라, 미국의 힘에 맞서는 정치적 선언이었다.
카지노 게임는 스톡홀름의 밤을 곱씹으며 울분을 삼켰다.
'누구의 손길이 작용했을까? 누가 이런 정교한 올가미를 꾸몄을까?'
그의 의심은 점차 오바마 행정부의 실세들에게로 향했다. 힐러리 클린턴, 존 브레넌, 제임스 클래퍼… 이름들이 떠올랐다. 많은 생각이 스쳐갔지만 망명자의 신분카지노 게임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고 울분을 삼켜야만 했다.
'지금 미국 정부는 금융 세력과 결탁한 전쟁광들이다. 전 세계를 자신들의 통제 질서 아래 두려는 글로벌리스트들... 내가 사람들을 깨워야 해.'
시간이 흐르고 세상에서 어산지란 이름이 지워져 갈 무렵, 드디어 그에게 복수의 기회가 찾아왔다. 2016년, 미국 대선이 달아오르던 무렵이었다.
'Guccifer 2.0'이라는 해커 그룹이 그에게 접선해왔다. 그들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서버를 해킹해 수만 건의 내부 이메일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해킹된 이메일 안에는 세상을 뒤흔들 만한 카지노 게임거리들이 가득했다.
'세상에... 이건 세상을 바꿀 정보야. 그런데 왜 나를 택한 거지?'
사실 Guccifer 2.0 팀은 러시아 정보기관였다. 그들은 카지노 게임와 위키리크스가 가진 국제적 신뢰도와 파급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카지노 게임의 가슴은 다시 뜨거워졌다.
'이거야. 그들의 실체를 세계 만방에 카지노 게임할 완전한 기회. 그리고 세계는 다시 나를 주목하게 될 거야.'
현실 세계의 멀더. 세계를 뒤흔드는 진실 카지노 게임자. 그는 다시 태풍의 핵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16 미 대선을 격랑카지노 게임 몰고간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카지노 게임 사건'이란 폭탄이 터지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훗날 이 일은 큐아넌을 탄생시킨 '피자게이트' 음모론카지노 게임 확장 될 것 이였다.
2016년 7월, 위키리크스(WikiLeaks)가 폭로한 민주당 전국위원회(Democratic National Committee, DNC) 내부 이메일은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메일에는 민주당 지도부가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황,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과 월스트리트 거대 금융권 간의 밀착 관계, 언론과 정치권 사이의 은밀한 공모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대중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미 깊어진 엘리트에 대한 불신과 반글로벌리스트 정서가, 이번 카지노 게임를 기점으로 일대 분출했다. 경제적 상처 위에 쌓여온 분노는 이제 정치적 저항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메일 공개 이후, 특히 민주당 주요 인사였던 존 포데스타(John Podesta)와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은 온갖 유언비어와 음모론의 표적이 되었다. 포데스타의 이메일에 등장하는 피자와 치즈 같은 단어들은 이상한 암호로 해석되었고, 이는 곧 비밀리에 운영되는 아동 성착취 네트워크를 뜻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뿐만 아니라, 포데스타와 그의 형 토니 포데스타(Tony Podesta)가 소장한 기괴한 미술 작품들, 손가락에 새긴 수상한 문신과 그 상징성, 심지어 레이디 가가(Lady Gaga)와 '루마니아 마녀'로 불리는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ć)가 참여한 것카지노 게임 알려진 '스피릿 쿠킹(Spirit Cooking)'이라는 사탄적 의식까지, 다양한 의혹과 괴담이 네티즌들의 아고라 마당에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음모론은 단순히 2016년 선거에서 우발적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었다. 1990년대에는 캐시 오브라이언(Cathy O'Brien)이 "트랜스포메이션 오브 아메리카(Transformation of America)"라는 저서를 통해 미 정계 최고권력자들이 아동을 납치해 세뇌시키고 성착취한다는 음모론을 퍼뜨렸다. 이는 오랫동안 반미·반글로벌리즘 정서 속에서 미국 정부와 엘리트층을 향한 불신은 끊임없이 증폭되어 왔다. 이는 단순한 정치 프로파간다를 넘어서 상대를 악마화 하는 전형적인 음모론 컬트의 징조를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놀랍게도 이 분위기에 편승하는 전략을 썼다.
"워싱턴의 늪을 말리겠다." ("Drain the swamp!") <<Donald Trump, Campaign Rally, Florida, 2016.10.24
"딥스테이트를 정부에서 뿌리 뽑아야 한다." ("We are fighting the deep state.") <<Donald Trump, Interview with Fox News, 2018.04.26
"우리 정부는 썩은 부패로 가득하다. 이제 이 부패한 체제를 끝낼 때다." ("Our government is riddled with corruption, and it's time to end the rotten system.") <<Donald Trump, Campaign Rally, Florida, 2016.10.24
"미국 언론의 약 80%는 국민의 적이다." (“About 80 percent of the media are the enemy of the people.”) <<Donald Trump, Rally Speech, West Virginia, 2018.08.21
군중은 열광했다. 미국 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음모론 프레임을 하는 대통령 후보가 대중적 지지를 받는 상황이 펼쳐졌다.
2016년 11월 8일,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의 당선되었다. 그러나 그 동시에 음모론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단순한 정부 불신을 넘어, 주류 미디어와 정치권이 거대한 비밀 조직과 연결되어 있다는 조직적인 음모를 믿는 대중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오랫동안 주변부에서만 맴돌던 다양한 음모론들이 이제는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플랫폼을 통해 주류 담론의 경계까지 침투했고, 거대한 반엘리트 서사가 미국 사회를 휘감기 시작했다.
2016년 12월 4일, 워싱턴 D.C. 북서쪽에 위치한 '코멧 핑퐁(Comet Ping Pong)'이라는 피자가게.
검은색 후디를 입고, 몸에는 반자동 소총 AR-15와 권총을 장착한 한 남성이 마치 특수부대원을 연상시키며 매장 안카지노 게임 돌격했다.
"아이들을 구하러 왔다!"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는 에드거 매디슨 웰치(Edgar Maddison Welch), 28세였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6시간을 달려 이곳에 도착했다.
매장 안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손님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드렸고, 종업원들은 뒷문카지노 게임 도망쳤다.
그의 머릿속에는 분명 4chan에서 본 지하 동굴과, 구조를 요청하는 가엾은 아이들의 환영이 어른거리고 있었기에 마음이 다급했다. 손에는 AR-15 라이플 소총을, 어깨에는 강력한 조명 장비를 장착한 그는, 매장의 모든 공간을 일일이 수색했다. 그러나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텅 빈 창고와 평범한 닫힌 공간들뿐이었다. 그가 상상한 '비밀 감옥'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밖에서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곧이어 확성기를 통해 경찰의 경고가 들려왔다.
"당장 무기를 내려놓고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라!"
웰치는 속카지노 게임 중얼거렸다.
'이럴 리가 없어. 이럴 리가 없어.'
그는 경찰의 투항 권고에 따라 조심스레 가게 밖으로 걸어나왔다. 손에 들고 있던 AR-15 소총을 땅에 내려놓고, 머리 위로 두 손을 올리자, 곧바로 경찰 특수기동대(SWAT) 대원들이 달려들어 그를 제압했다. 다행히 추가적인 총격전이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 기묘한 사건은 90년대 밀리셔(Militia) 운동가들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구식 반정부 무장집단이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진화된 신종 음모론 신봉자였다. 이 일은 곧 다가올 큐아넌(QAnon) 운동의 등장을 예고하는 전주곡과도 같았다.
2017년 10월 28일, 미국의 인터넷 커뮤니티 4chan에 'Q'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익명의 사용자가 첫 번째 메시지를 남겼다.
"힐러리 클린턴은 동부 표준시 오전 7시 45분에서 8시 30분 사이에 체포될 것이다" ("Hillary Clinton will be arrested between 7:45 AM - 8:30 AM EST")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사건에서 촉발된 의혹들은 큐아넌(QAnon)이라는 거대한 음모론 세계로 확장되었고, 진실과 거짓, 불신과 광신이 뒤섞이는 새로운 정보 전쟁의 시대가 열렸다.
한편, 미국 워싱턴에서 4,500마일 떨어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에서는 이 '음모론 전쟁'에 개입하는 미지의 부대, 이른바 '트롤부대'가 활동을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