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카지노 쿠폰 4편
전시(Ausstellung)는 광장에서 이루어진다. 미술관은 미술품과 관객, 예술가와 예술애호가의 만남의 광장이다. 이 광장은 민주주의의 광장과 전체주의의 광장으로 나뉜다. 민주주의의 광장은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와 같이 소란스럽다.끊임없는 대화와 설득은 상호 간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서로 간의 거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대화와 타협은 적정한 중간지대를 찾아내는 과정이 아니다.나와 너의 상대적 위치를 확인하고 그 사이에 어느 정도의 공간과 거리가 존재하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 장소에서 참여자이자 구경꾼인 시민들은 그들의 대화에 슬쩍 끼어보기도 하고, 거리를 두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광장은 수많은 의견이 전시된 공간이자 자신의 견해를 홍보하고 판매하는 시장이다. 반면 전체주의적 광장은 선언과 통제의공간이다.
페리클레스는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었다. 막강한 정치적 권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페리클레스는 공동체의 구성원을 설득해야 카지노 쿠폰 위치에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고대 그리스의 민주정이 가장 경계했던 것은 낮은 지지율보다 압도적 지지율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도편추방제는 인기 있는 정치인이 만장일치로 당선될 경우 모든 권력을 주는 대신 그를 공동체에서 추방카지노 쿠폰 제도였다.민주정의 최대의 적은 '독재'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히틀러는 1933년 3월 바이마르 공화국의 마지막 총선에서 43.91%의 지지율로 간신히 총리로 당선된 이후 같은 해 11월 나치독일로 선거를 치러 92.11%의 지지율을 기록하여 영구집권의 정당성을 마련했다. 히틀러의 정치적 행보는 토론과 설득이 아닌 선언과 통제였다. 전체주의의 광장에서는 다양한 견해는 반동으로 취급되고, 절대적이고 단일한 기준이 지배한다. 서양 문학의 시조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는아고라의 부재를 무법상태라고 말했다는 점이다. 가장 질서정연해 보이는 전체주의의 완전한 통제는 외적인 척도를 내면화한 '하나를 위한 질서'일 따름이다. 이 질서 속에서 개인의 질서는 일탈에 불과하다.
오늘날에는 내적 가치를 전달하는 자가 아니라 외적인 척도를 제공하는 자가 모범으로 여겨지고, 사람들은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그러한 척도에 자신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전시의 명령은 가시적인 것과 외적인 것의 절대화를 초래한다. - <투명카지노 쿠폰, 한병철, 34-35쪽
전체주의 카지노 쿠폰의 특징 중 하나는 유니폼(uniform)이다. 단일한(uni) 형태(form)는 한눈에 소속과 정체성을 파악하게 해 준다. '외적인 척도'는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단일한 기준카지노 쿠폰 끌어들인다. 중고등학교의 교복은 학생을 군인과 같이 효율적이고 일사불란한 훈련의 대상으로 대하려는 시도이다. 물론 과거 교복 폐지가 토론의 주제가 되었던 것은 빈부격차의 시각화를 막을 수 있는 의외의 효과가 인정되던 면이 있으나, 소속감의 과시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전시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나마의 효과(빈부격차의 비시각화) 마저도 책가방, 신발, 겨울용 방한 점퍼 등을 통해 실효성이 없음이 분명해졌다. 부르디외의'구별 짓기(La Distinction, 1979)'는 끊임없이 진행되었다. 중고등학교에서 그칠 줄 알았던 유니폼의 정체성은 특정 대학의 과잠(소속 학과의 잠바)을 자부심으로 여기거나, 그것으로도 만족하지 못하여 그 아래에 출신 고교를 수놓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민주적 광장에서도 자본주의적 부와 계급적 지위의 과시는 노골적으로 위계질서(Hierarchy)를 형성한다. 이와 같은 질서는 '카지노 쿠폰하게' 상위 계급에 대한 일종의 동경카지노 쿠폰 작동한다.
개인이 내적 가치를 알리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에 '나를 알아줘!'라고 소리 없이 부르짖는다. 칭찬에 목말라있는 사람은 아첨하는 자를 선호한다. 자신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은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홍보의 나태함으로 귀결된다. 자신의 매력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럴 정도로 충분히 부지런하지 못하다. 또한 자신도타인을 평가할 때 "한눈에, 딱" 알아차리고자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합의된 '인스턴트 평가의 도구'를 찾아내었다. 혈액형, 사주, 별자리, MBTI 등은 과학적 근거를 위장한나태한 평가의 단적인 예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스스로를 그러한 기준에 가두는 행태이다. 자신의 나태함을 변호하는 수단으로 "I" 라느니, "P"라느니 떠들어 댄다.
내적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나태함에 의해 실패로 돌아간 반면, 외적 가치를 높이는 것에는 열과 성을 다하게 된다. 외적 가치는 '전시적' 특성을 드러내기에 용이하다. 내적 가치를 성장시키는 산업보다 외적 가치를 성장시키는 산업은 '전시용'으로 사용되기에 적합하다. 각종 다이어트 식품, 운동복, 성형수술에 대한 광고는 도시의 중요한 벽을 점령하고 있다. 날씬한 몸매, 탄탄한 근육, 잡티 없는 피부 등은 유행에 따른 기준을 제시하며 끊임없는 소비를 부추기는 '동경'의 대상이 된다.
2012년작 영화 <은교에는 미국의 시인 시어도어 로스케(Theodore Roethke, 1908-1963)가 남긴 유명한 대사가 등장한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카지노 쿠폰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카지노 쿠폰 얻은 벌이 아니다.
'젊음'이 이상적 아름다움의 긍정적 모습을 띠는 것은 "동안"이라는 단어가 긍정적 평가로 쓰인다는 것을 통해 명백하다. "동안"은 외적으로 젊어 보이는 것을 의미할 뿐, 내적인 어떠한 가치도 평가하지 않는다. 결국 인간의 '얼굴'을 바라보는 대신 '페이스'를 통해 인간을 평가할 뿐이다. '페이스'에는 대화와 토론이 없다. 다만 평가와 소비만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더 이상 이면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반짝이는 표면은 해석학적 심층 구조를 지니지 않는다. 페이스 역시 그렇게 전시가치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투명해진 얼굴이다. 전시의 강제는 결국 우리에게서 얼굴을 빼앗아간다. - <투명사회, 한병철, 35쪽
영화 <은교에서 노교수의 젊은 여인에 대한 육체적 욕정만을 발견하고, 젊은 여인이 가진 노교수의 지성에 대한 욕정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인간성의 절반만을 보았을 뿐이다. 그녀가 결국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육체와 어느 정도의 지성을 가진 남성과 사랑을 나눈다고 해서젊음의 승리 혹은 카지노 쿠폰적 통념의 승리라고 볼 수는 없다. 그녀의 결정이 드러나기 전, 노교수의 잃어버린 젊음에 대한 동경과 은교의 가지지 못한 성숙함에 대한 동경이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은 '페이스'를 통해서는 이해될 수 없다. 한때 가졌던 것을 영원히 잃고 나서의 아쉬움과 영원히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르는 지성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얼굴'이 가진 시간성을 통해서만 이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