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전 간보기
'이게 뭐야!'
순식간에 반항심이 올라왔어. 줄을 선 사람들은 일회용 식기구에 주어진 음식을 담고 있었어. 벽에는 '묵언'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웅성거리는 소리는 공기처럼 떠돌았지.예정 시간보다 늦게 도착해서 바로 저녁을 먹어야 했던나에게 질서 없는 공양간은 당황스러운 곳이었어.밥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발우공양을 하는 곳이 절 아니던가. 작은 절도 아니고 꽤나 유명한 절이 이렇게도 환경에 대한 개념이 없을 수 있나. 내가 바라던 곳과 달라 잠시 식기구 앞에서 씩씩거렸지만 나라고 별 다른 수가 있는 건 아니었어. 얼굴이 붉어진 채로 주어진 그릇과 수저를 쥐고 밥을 펐어. 그리고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식사를 카지노 게임. 절밥은 딱 플라스틱 맛이었어.
밥알을 씹으며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생각카지노 게임. 마음의 평화를 위해 찾아간 절에서 대뜸 화부터 내고 시작하다니. 지금 상태라면, 1박 2일 동안 혼자서 계속 툴툴거리다가 돌아갈 것만 같았어. 큰 마음먹고 온 곳에서 시간을 허투루 보내면 나중에 두 배로 억울할 수도 있잖아. 그래서 생각을 바꿔보기로 카지노 게임. 예기치 못한 이런 상황도 무슨 의미가 있을 거라고 말이야. 스님들이 수행하시는 곳이니까 나도 여기서 겪는 모든 일을 수행으로 생각하는 게 좋겠다 싶었지.정확한 뜻도 모르는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소리가 절로 나왔어.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싶은 나름의 절규였어.
3월부터 절에서 살기로 했잖아. 갑자기 산속에 들어가면 적응하기 힘들 수도 있으니 짧게라도 미리 경험해 보자 싶어 선택한 템플스테이었어. 카지노 게임를 많이 하고 온 것이 화근이었던 것 같기도 해. 아무튼 공양 시간 내내 불편하게 있다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저녁예불을 위해 대웅전을 찾았어. 산이라 더 어두운 듯한 저녁이었지. 스님 몇 분이 북을 치고 계셨어. 매일 새벽과 저녁 두 번씩 북소리를 내어 산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들에게 저녁에는 잘 시간이라고, 새벽에는 새 날이 밝았다고 알려 준다더라. 차가운 저녁 공기를 타고 북소리가 퍼졌어. 산세와 잘 어울려 내 안에 화도 조금은 누그러드는 듯했어. 일희일비하는 내 마음이 고스란히 보이는 곳이 절인가 싶었어.
이어서 저녁예불이 시작됐어. 대웅전 안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 북소리를 다 듣고 들어가니 앉을 곳이 카지노 게임서 벽에 거의 붙어 있어야 했어. 뒤에 들은 얘긴데, 그날 밤 행사가 있었더라고. 성지순례를 하는 신도 분들이참석하려고 오신 거고.스님뿐만 아니라 그분들도 불경을 다 외우신 듯했어. 나는 여유 공간 없이 주변에 딱 붙은 사람들이 신경 쓰여 예불에 집중하지 못했어. 부처님의 자세, 몸동작 하나하나가 다 이유가 있을 텐데 까막눈인 나는 불상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모르겠더라.대신, 스님과 신도들의 소리가 잘 맞는지 눈동자를 좌우로 굴려가며 확인했어. 삐딱한 시선으로 잘하는지 못하는지 평가하려는 교사의 못된 직업병이었지. 누가 누굴 평가하는 거야 싶었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얘기가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어. 그렇게 저녁예불 시간은 싱겁게흘러갔어.
다음 날은 비가 많이 왔어. 새벽예불은 3시 40분부터였어. 어제 봤던 분들이 그대로 대웅전 안에 계셨어. 사람이 없는 절을 카지노 게임하고 와서 그런지 나는 꽉 찬 공간이 여전히 불편했지만 어제처럼 산만하진 않았어. 빗소리와 예불소리가 조화롭게 들렸거든. 사람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며 문득 나는 모르고 그들은 알고 있는 어떤 것이 이곳에 있을거란 생각이 들더라.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어. 경내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불상 같았어.그리고 내가 이곳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만으로 내 안에서 불평도불편도 사라지는것이 신기했어. 예불 시간이 끝나고 스님이 죽비를 세 번 치셨어. 그때 경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소리가 멈췄지. 바깥에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만 들렸어. 고요함을 듣는 그 순간은다닥다닥 붙은 사람들이 있어 더 의미 있었다고 생각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똑따르르르...... 똑따르르르......"
새벽예불이 끝나고 옆에 계시던 분이 관음전으로 들어가시는 걸 봤어. 일반인도 들어갈 수 있는 곳인 듯해 나도 용기를 내서 따라갔지. 스님 한 분이 염불을 외고 계셨는데 대웅전 예불과는 달리 목탁을 두드리며'관세음보살'만 반복하시더라고. 이건 나도 아는 거다 싶어 스님을 따라 했어. 염불도 하고 절도 하고 말이야. 가끔 집중력이 흐트러져 경내를 둘러보며 스님을 관찰하기도 했지만 다시 집중하려고 노력했어. 작은 곳에서 소수의 사람이 있으니 마음이 더 안정되는 듯했어. 스님은 한 시간 꼬박 똑같은 박자로 '관세음보살'만을 외치셨어. 잘은 모르지만 수행자의 기운이 느껴졌어. 나도 학교를 늘 한결같이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순간, 휴직을 해야만 했던 나의 변덕이 스님의 모습과 대비되어 보였어.
관음전 염불이 끝난 후 숙소로 돌아오니 잠이 쏟아졌어. 아침 공양을 건너뛰었음에도 잠이 보약인지 자고 일어나니 몸도 마음도 든든하더라.아침 공양에는 일회용 식기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는 플라스틱 절 같았던 첫인상마저 깔끔하게 지웠어.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대웅전으로 가서 108배를 했지. 몸에서 열기가 올라오니 차가운 바닥도 따뜻하더라고. 주변에 사람이 있었지만 그들을 의식하지 않고 내 안에 집중카지노 게임. 마음을 바로 잡으면 곁에 사람이 많든 적든 상관없다는걸 부처님이 가르쳐주시는 듯카지노 게임.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마음은 가벼웠어. 부처님께 아무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108배의 답으로 어제부터 있던 두통까지 없애 주신 듯해 고마웠어.
기대하는 마음은 제대로 사물을 볼 수 없게 만드는 것 같아. 거기서부터 오해가 생기는 거더라고. 휴직을 하고 나면몸에 붙은 긴장감은 모두 떼어내고 부처님 같이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한창 1년 동안 할 것들을 계획 중이지만내 생각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늘 생각할래. 이번 휴직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우왕좌왕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고 말이야. 그래, 그렇다 하더라도내가 진짜 괜찮았으면 좋겠어. 관음절에서 들었던 '관세음보살'과 목탁 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것 같아. 지루했던 그때 1시간이 실은 내가 가야 할 곳을 보여주는 이정표였나 봐. 앞으로 나도 지루하게 편안한 길에서 두통 없는 하루하루를 쌓고 싶어. 카지노 게임 실망도 없이 오롯이 내 모습만으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