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 말
건강 검진
"이전과 변한 게 없네요."
지난번과 똑같은 말을 들었어.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다잖아. 오죽하면 변하지 않는 유일한 사실 하나는 모든 게 변한다는 것뿐이라고 하겠어. 이런 세상에서 내가 잠시나마 역행할 수 있어 짜릿했어.변하지 않았다고 말해 주는 그가 고맙기도 했고.물론그 말을 듣기 위해 애를 써야 했던 건 나지만 말이야. 6개월마다 보는 사이라면 작은 변화도 잘 보일 테니 믿을 만한 말일 거야. 빈말하는 성격이 아닌 것도 알겠고. 고맙다는 말을 하며 연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어.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며 다음에 만났을 때도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으면좋겠다고 생각했지.
지금과 같은 나를 6개월 간 유지하기. 그가 내게 준 임무였어.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변한다면 얼마나 변하겠어? 어렵지 않다고 속으로 큰소리쳤지만 6개월이 1년이 되고 2년이 되기 때문에 세월에 반해 매번 똑같이 주어지는 임무는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어. 다음 날은 다른 병원을 갔어. 또 다른 곳을 추적 검사하기 위해서였지. 오늘도 같은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나는 의사들의 무심한 듯 냉정한 표정이 좋았어.내 감정에는 관심 없는 게 잘 느껴졌거든. 괜히 나를 안심시키려는 느낌이 들면 더 무서워지곤 했어. 위로 뒤엔 내가 변했다는 말을 듣게 될 테니까말이야. 서로의 온도는 전염되니 차가운입에서 나오는 말이면 설사 나쁜 소식이라도 감정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겠다 싶었어.
검사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 의사는 초음파 사진을 보며 하나씩 설명을 해줬어. 내 눈에는 다 같은 혹처럼 보였지만 그는 혹마다 성질이 다르다고 했어. 그리고 주의 깊게 봐야 할 3개에 표시를 해뒀지. 6개월 뒤에 변화가 있는지 관찰하기 위해서 말이야. 설명이 끝나자 의사는 개수는 많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는 상태라고 하더라. 나를 관찰한 그의 총평이 아주 만족스러웠어. 나는 어제와 비슷한 횟수로 고개를 숙이며 진료실을 나왔어. 들어가기 전과 후는 공기가 달라 저절로길게 한숨이 내쉬어졌어. 속이 시원했어.
집으로 돌아오며 한달살이 할 때 아프면 먹을 비상약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아프면 서러운데 집 나가 아프면 그 마음이 두 배가 되잖아. 안 아프고 싶다고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니 준비라도 잘 해놔야지. 지내며 소소하게 아플 수 있다는 것도 염두해 두고 말이야. 내가 머물 곳에 약국과 병원이 있는지 또 어떻게 가는지 미리 알아두는 것도 필요할 거야. 이런 세세한 생각까지 하는 걸 보면 집 떠날 때가 정말 다 되어 가나 봐. 하루는 설레고 하루는 두려운 마음이 번갈아 오고 가. 오늘은 두려움이 조금 더 크네. 병원 탓으로 돌려야겠어.
나이를 먹을수록 내 몸에 추적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나는 6개월에 한 번씩 시험 치는 기분으로 병원을 가. 그래도 떼어내지 않고 함께해도 될 정도니 감사해야겠지. 병원 가기 싫을 때면 여드름처럼 혹을손으로 짜내는 상상을 하곤 해.안에 있는 장기를 밖으로 잠시 꺼냈다가 깨끗이 씻은 후 다시 넣는 거지.병원에서는 감정과 생각이 뒤섞여 이런 말도 안 되는 잡생각이 계속 든다. 어쩌면 예민한 환자의 복잡한 감정들을 다 받아내기 위해 의사의 표정이 비어 있는지도 모르겠어. 괜히 미안해지네. 다음에 갈 때는 내 마음에도 여유가 조금은 더 생길 수 있으면 좋겠어.
휴직한다고 주변에 다 말했으니 건강해지는 건 올해 내가 해야 할 첫 번째 의무인 것 같아. 다른 거 온라인 카지노 게임하지 말고 주어진 시간 잘 먹고 잘 자며 건강해지자.집을 떠나기 전에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오랫동안 고민한 후 결정한 휴직인데 힘이 없어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면 얼마나 억울하겠어. 올해를 잘 보낼 수 있으려면 몸에 큰 문제가 없어야지. 계획한 대로 한달살이 하며 잘 떠돌아다닐 수 있도록 말이야. 장소만 다를 뿐 내가 염두해둬야 할 건 마음 편안하고 몸 건강하게 지내는 것뿐인 듯해.마음을 꺼내 비누칠하는 시간이라 생각하자. 6개월 뒤에도 변함없기를.
대문사진 : 픽처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