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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 Jan 09. 2025

카지노 게임 다견가정의 시대

초코, 알파, 카지노 게임, 두나, 세나 그리고 한 인간의 유랑생활



그러니까, '세 마리 정도면 다견가정이지'라는 생각을무참하게 부숴버린 것은역설적으로 그리고 전적으로 내 불찰이었다.

카지노 게임가 심장사상충에 걸렸다. 엄청 심하게.




카지노 게임카지노 게임의 눈물을 핥아주는 알파. 둘은 우애가 깊은 형제였다.


우리가 고양이 영역 본능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올백이를 잃었던 것처럼, 우리는 개에게 심장사상충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너무나 무지했다. 집에 은심이부터 삼촌네 강아지들까지 개가 8마리 살았지만, 누구도 파이처럼 크게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적이 없어서였다. 파이는 비쩍 말랐고 녹아내린 까만 비닐 같은 변을 보기 시작했다. 우리는 파이를 둘러업고 바로 동물병원으로 갔다. 파이는 바로 입원했다.


다행히 파이는 건강하게 퇴원했고, 옥상으로 올라갈 수 없었다. 한동안 카지노 게임 집에 살면서 요양하며 지냈다. 엄마인 초코와 딸들 두나, 세나와 함께. 파이는 정말 편안해 보였다.




시간이 많이 흐른 어느 날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푸들은 개들 중에서도 특별히 사람과 꼭 붙어사는 것을 좋아하는 종이라고 한다. 우리가 초코 일가와의 삶을 시작했던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이니,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알지 못했을 것이다. 개들은 매일 산책을 시켜주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많았던 시절이었다.


카지노 게임두나, 카지노 게임, 알파, 세나. 미용해야 할 때가 지난 더벅머리들이다.


나아가는 카지노 게임가 덧날까, 옥상에 올려 보내지 않고 지내다 보니 알파가 너무 외로워했다. 결국 알파도 실내생활을 시작했다. 다리 들고 오줌 싸는 버릇이 고쳐지지 않아 옥상에 살던 두 강아지는 실내생활을 너무나도 좋아했다. 진작 집에서 키울걸, 하면서 우리는 사투리로 '쌔가 빠지게' 집의 모든 기둥들을 걸레로 닦고 다녔다. 다섯 마리 강아지들에게 배변훈련을 시키는 일은 매우, 매우 힘들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다섯 마리 개들의 배변훈련이 아니었다. 다섯 강아지와 나를 '브레멘 음악대' 모양으로 유랑하게 만든 진짜 문제는, 바로 우리 건물이 팔렸다는 사실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을 졸업한 뒤까지 카지노 게임 가족의 집이 되어 준 건물이 팔렸다. 좋은 일이었다. 이 건물에는 외가 친척들의 목돈이 레이어 케이크 속 크림처럼 끼여있었고 은행 빚은 두툼한 시트처럼 깔려있었다. 이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아주 오랜만에 찾아온 것이다. 카지노 게임 건물은 꽤 오래된 매물이었다.


문제는 카지노 게임 가족의 거취였다. 아파트? 살 수 있는 금액이 나오지만 개 다섯 마리와 고양이 다섯 마리를 데리고 갈 아파트는 없었다. 그때, 엄마가 시골 카드를 꺼냈다. 시골로 들어가서 집을 짓고 살자는 이야기였다.


나는 면허도 차도 없었으므로 1차적으로 반대했다. 그러나 반대할 명분이 없었다. 그 건물에 내 지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마와 아빠가 가서 살 땅이나 집에 기여할 수 있는 돈도 없었다. 나는 당시 원룸을 얻어서 나갈 수 있는 돈도 없었다. 그러니 하자는 대로 해야 하는 처지였다. 게다가 원룸 같은 공간에서는 강아지들과 함께 살 수도 없었다. 고양이들은 더더욱.


카지노 게임는 시골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재산으로서의 가치나 입지 같은 건 부모님께 맡기고, 내가 내세운 조건은 단 하나였다. 축사 냄새가 넘어오지 않는 곳. 의외로 그게 꽤나 까다로운 조건이 되기는 했다.



카지노 게임부모님이 산 땅에 처음으로 강아지들을 모두 데리고 간 날. 알파와 파이, 두나, 세나는 모두 엄마 뒤를 따라갔는데 초코만 나를 보며 꼿꼿하게 서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땅을 샀다. 그리고 우리 집 동물과 인간들의 분산이동이 시작되었다. 함께 살던 삼촌과 미쯔, 하나, 막둥이는 작은 아파트를 얻어 이사를 갔다. 엄마와 아빠는 시골로 갔고 그곳으로 고양이 다섯 마리와 알파, 파이를 데려갔다. 그리고 나는, 경제관념이 너무 부족해 모아둔 돈으로는 보증금도 빠듯했던 나는 그 건물 한 칸에 세를 들어 초코, 두나, 세나와 함께 살기로 했다. 그런데 왜 다섯 강아지와 한 인간의 유랑생활이냐고?


부모님과 함께 시골로 들어간 알파와 카지노 게임가 집에서 탈출했기 때문이었다.




카지노 게임 유랑이라도 떠날 생각이었는지, 알파와 파이는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집을 탈출해 시골 땅과 그 주변을 싸돌아다녔다. 부모님은 퇴근 후 텅 빈 집을 발견했지만 함부로 찾으러 다닐 수는 없었다. 밤이면 차보다 멧돼지를 마주칠 가능성이 더 높은 곳이었다. 알파는 어딘가에서 밤을 새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제는 파이였다. 파이는 카지노 게임가 아닌, 카지노 게임 윗마을의 블루베리 농장주에게 발견되었다.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던 파이는 그분의 블루베리 농장과 도로 사이의 깊은 도랑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인근에서 개 짖는 소리가 오래 났었다고 했는데, 사람도 못 기어 올라올 정도로 깊은 도랑이어서 노인인 농장주도 쉽게 발견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알파는 도랑에 빠진 파이 주변에서 하루종일 짖다가 혼자 집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아찔했던 상황이었다.



(짖음 주의) 영상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회색 옷 입은 강아지가 파이다. 파이의 얼굴이 가장 선명하게 나온 영상이다. 공놀이 중인 강아지들.



가뜩이나 심장사상충을 앓고 몸이 약해진 카지노 게임와 자기들이 탈출해 놓고 한껏 겁쟁이가 된 알파는 결국 자기들이 살던 집으로 돌아왔다. 즉, 건물에 혼자 남은 나에게 돌아왔다.


나는 더 이상 카지노 게임 집도 아닌 건물에서 다섯 마리의 개와 함께 살게 된 것이다.



아직 초코, 두나, 세나만 실내생활을 하던 때다. 두나가 브레멘 음악대도 아니고 초코를 안은 내 등에 올라탔다. 사진도 씨가 되나? 카지노 게임는 둘이 더 붙은 유랑단이 되었다.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열여덟 마리의 고양이와 일곱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 살았고 그중 일부와이별했습니다. 그들과의 삶과 이별을 담은 이야기를 차근차근읽고 싶으시다면, 아래 <미처 하지 못했던 사랑의 기록 링크를 눌러보세요.떠나간 존재들, 그리고 제 옆을 지키고 있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 놓기 시작하던 시절의기록입니다.

/brunchbook/2005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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