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혈전 이후의 견공사회와 독립 없는 돌봄의 세계
그날의 일기토 이후, 우리는 '언젠가 네 강아지가다시 같이 지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완전히 버렸다. 그리고 조용히, 완전한분단을 준비했다.
모아둔 돈을 탈탈 털어 작은 농막을 구입해 알파와 카지노 가입 쿠폰를 이사시켰다. 현재 나는 그곳을 작업실로 쓰고 있는데,말이 작업실이지알파, 카지노 가입 쿠폰와 함께 그곳에서 살다시피 한다.
이제 초코와 두나,알파와 카지노 가입 쿠폰는 아예마주칠 일이 없어졌다. 알파와 카지노 가입 쿠폰가 창문을 통해산책하는초코와 두나를 보고짖을 때가 종종 있을뿐이다. 초코와 두나가 사는 우리 집에서는 알파와 카지노 가입 쿠폰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으니 정말 다행한 일이다.
어찌 보면 세나와 두나의 격전이 나를 절반쯤 독립시킨 셈이다. 식사는 가족들과같이 하니까 완전한 독립이라고 할 수는 없기는 하지만, 강아지들이 모두 강아지별로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는 독립할 수 없겠구나 생각했던 내 삶에도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작년 1월의 불완전 독립 이후로 우리 집 견공사회는 평화시대에 접어들었다. 초코와 알파의 나이 든 모습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는 것 외에는 큰 변화 없이 편안하게 보낸 2024년이었다. 개인적으로 많이 바빴던 기간이었고, 그래서 강아지들에게 못해준 것도 많았지만 그래도 작은 농막이나마 구입해 네 강아지들이 부딪치지 않도록 한 것은 작년 한 해 가장 잘한 일이다.
분단 이후, 네 강아지는 모두 각자의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초코는 많이 진행된 백내장 때문에 앞이 거의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냄새나 소리, 행동 같은 것으로 우리 가족을 구분한다. 밤에는 기저귀를 차고 자야 하고, 소파를 오르내릴 때도 쉽게 넘어져버리지만 산책을 할 때만큼은 날아다닌다. 움직임을 조절하기 힘든지 날아다니다 데굴데굴 굴러버려 깜짝 놀랄 때도 있지만 말이다. 식욕도 넘친다. 식사 후에는 거실에서 가족들 품에 안겨 쓰다듬을받는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두나는 초코의 비위를 찰떡같이 맞추며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살고 있다. 늘 할머니 초코를 배려하는 천사 같은 두나. 나와 지낼 때보다 경쟁자가 한 마리 줄어서 원하는 만큼 사랑받으며 살고 있다. 아침마다 엄마는 초코, 나는 두나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데 산책할 때만큼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려고 욕심을 내서 엄청 빨리 산을 오른다. 세나와의 갈등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어서인지 점점 더 예뻐지고 있다.
알파도 나와 편안하게 지내고 있다. 처음에는 농막의 통창을 이용해 통창 밖의 마당에서만 배변을 하게 하려고 간식을 이용해 열심히 훈련을 시켰는데, 신장과 콜레스테롤 문제로 간식을 금지당했다. 그래서 그냥 내가 열심히 똥오줌을 치우기로 했다. 처방사료를 먹으면서 관리 중인 알파지만 역시 세월은 세월이라 백내장이 많이 진행되어서 시야가 많이 좁아졌다. 그래도 여전히 아침에는 산책, 밤에는 공놀이로 짱짱한 체력을 유지하며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이 모든 일의 시작, 세나도 잘 지내고 있다. 결국 알파까지 축출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경쟁자가 줄어든 데다 초코, 두나와 마주칠 일이 없으니 긴장도가 많이 떨어져 한층 더 편안해 보인다. 여전히 알파와는 애정 경쟁 중이라 밥 가지고 싸우는 일이 잦아서 양손으로 한 마리씩 직접 밥을 먹이기는 해야지만. 여전히 내 머리나 얼굴 옆에 누워서 자는 것을 좋아하고, 넷플릭스를 볼 때도 손은 자기를 만지도록 권유 같은 강요를 한다. 여전히 귀엽고 새치름한 공주님이다.
오은영 박사님을 통해 알게 된 명제가 있다. '자녀 양육의 목표는 자녀의 완전한 독립'이다. 반려동물과의 삶은 그 지점에서 자녀 양육과는 완전히 반대편에 선다. 반려동물은 인간이 완전히독립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야생동물들이 어미를 통해 배우는 생존술을 인간은 가르칠 수 없다. 인간은 같이 사는 동물을 영원한 아기로 만든다. 그러니 반려인과 반려동물은 둘 중 하나의 생명이 다할 때까지는 혼자가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도 있었을 존재를 영원한 아기로 만든 책임을 져야 한다.
작년 봄, 파이의 아내이자 두나, 카지노 가입 쿠폰의 엄마인 미쯔가 암으로 죽었다. 1년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던 미쯔가 파이보다 더 오래 살고 죽은 것이다. 작은 모텔 방에서 과자만 먹으며 길러졌던 미쯔가 열 살을 넘길 수 있었던 것은 삼촌의 지극한 보살핌 덕분이었다. 삼촌은지금도, 먼 미래에도미쯔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을 것이다.
미쯔의 죽음을 기점으로 나는 우리 집 푸들들의 여행을 조금씩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많이 살아도 20년이 고작인그들의 삶. 그저 보호자와 함께인 것이 최대의 행복인 그들의 삶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나와 그들의, 독립 없는 돌봄의 세계가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2005년부터 2024년까지, 열여덟 마리의 고양이와 일곱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 살았고 그중 일부와이별했습니다. 그들과의 삶과 이별을 담은 이야기를 차근차근읽고 싶으시다면, 아래 <미처 하지 못했던 사랑의 기록 링크를 눌러보세요.떠나간 존재들, 그리고 제 옆을 지키고 있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 놓기시작하던 시절의기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