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호
노른자를 터트렸을 땐
아빠가 투명해진 줄로만 알았다
둥글게 부푼 꿈은
누워 하늘을 보았으므로
흰자와 접시가 등을 맞대고
반대방향을 바라보아서
섞이지 않는 노른자와 흰자처럼
씻어도 씻어도
반숙의 노란 찌꺼기들은 끈질기게 달라붙어
멀어진 친구들처럼 대화를 이어갔지만
양계장에서 온 무정란은
다수라서 항상 외롭고
계란을 그의 문에 던졌을 때
튕겨져 나오던 모양으로 물줄기는 흐르고
수도꼭지를 잠근다
웃음을 띄운다
기억에 둥둥 뜬 그것은
씁쓸한 아빠의 입술 모양으로
마음을 흔들고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