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연호 Mar 29. 2025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린 시절

어린 병사에게 유일한 구원은 환상뿐인 세계에서 써내려간 시

안녕하세요. 그동안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몇 안되는 독자분들께 인사를 한번도 안 드려서 한번 해봤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 글을 읽으셨다면 영화를 필요 이상으로 좋아하는 일반인이거나 시네필이라고 보아도 좋겠습니다. 더 깊고 더 어려운 영화를 가져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1960년대 소련의 흑백영화를 하나 가져왔습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작품이죠. 영화사에서 가장 뛰어난 감독을 고르라면 꼭 오르내리곤 하는 그 이름입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아예 가장 좋아하는 감독으로 꼽기도 했구요.


바로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데뷔작인 <이반의 어린 시절입니다. 장면장면이 모두 독창적이고 영화사적으로도 중요한만큼 자세히 해설할 예정입니다. 긴 글이 되겠네요. 하지만 영화를 이미 보신 시네필분들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자신있거든요. 못 보신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드리자면 <이반의 어린 시절은 소년병 이반의 죽음과 비극을 다룬 영화입니다. 시간도 1시간30분 정도로 짧고 감독의 다른 영화에 비한다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더 재미도 있구요. 꼭 보시기를 추천드릴게요. 제 글을 읽고 보셔도 좋고 보고 읽으셔도 좋습니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콜린, 갈트세프


먼저 인물입니다. 소년병 이반은 아이이지만 어른스러운 인물입니다. 영화의 제목은 이반의 어린 시절이지만 사실 이반에게는 어린 시절이 없습니다. 나치에게서 가족을 잃은 그가 바라는 것은 복수뿐입니다. 그는 군인들의 간절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생사가 오가는 마지막 작전에 참여하고자 하죠. 전쟁이 끝나고 갈트세프는 교수형당한 죄수의 명단에서 이반을 발견합니다. 이반의 심문실을 돌아보는 갈트세프의 주위로 이반의 비명 소리가 환청처럼 오버랩됩니다. 현대영화에 자주 쓰이는 연출을 1960년대에 쓴 감독의 천재성이 빛나는 장면입니다. 정황상 이반은 고문당했음에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혹은 열지 못했죠. 그는 글을 쓸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는 정보를 기억하기 위해 솔방울들을 모아 탁자에 늘어놓는데요. 이는 감독의 유작 <희생과 동일한 연출, 동일한 오브제 활용입니다. 이반의 남아있는 순수성을 보여주죠. 이렇듯 복수에 잠식된 이반이지만 그의 소원은 꿈과 환상에서 다르게 나타납니다. 영화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전개를 보입니다. 꿈의 해맑은 소년 이반과 현실의 냉철한 군인 이반이 대조되어 비극성을 심화하는데요. 환상 속의 해맑은 소년은 여동생과 어머니와의 재회를 소망합니다.


두번째는 콜린입니다. 그는 반대로 아이같은 어른입니다. 비록 나이가 많지만 이반과 막역한 전우 사이이기도 합니다. 예쁜 여장교 마샤에게 충동적으로 키스하거나 종종 철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세번째는 갈트세프입니다. 그는 이야기의 화자입니다. 그는 소년병 카지노 게임 사이트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반과 처음 만났을때 그는 이반이 군인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믿지 못하기도 합니다. 마샤를 짝사랑하는 그는 그녀를 전쟁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모진 말과 비난을 일삼습니다. 그의 심리를 드러내주는 대사로 여기는 너가 있을 곳이 아니야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아이인 이반과 여자인 마샤에게 각각 한번씩 하죠. 다르게 말하면 그는 전쟁이 가져다주는 참상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물의 이중적 의미와 키노아이


자, 이제 타르코프스키의 세계관에 대해 알아봅시다. 타르코프스키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순간, 그의 영화들은 하나의 거대한 연작시이자 예술작품이 됩니다. 그는 원소를 이용한 상징을 자유자재로 활용합니다. 그의 8편의 걸작에서 물, 불, 공기, 흙, 나무는 공통된 이중적 의미를 공유합니다. 그리고 말인데요. 지금부터는 장면해석과 병행해야겠습니다. 그의 세계관의 또다른 특징이라면은 꿈과 환상을 들수 있습니다. 이반은 작중 총 4개의 꿈이나 환상을 경험합니다. 오프닝에서 새처럼 하늘을 나는 환상. 우물에서 어머니와 함께하는 꿈. 여동생과 함께 사과를 먹으며 트럭에 앉아있는 꿈. 엔딩에서 어머니와 재회하고 여동생과 탁 트인 초원을 달리는 환상입니다.


우물에서 어머니와 물을 뜨는 환상부터 살펴봅시다. 이반은 어머니에게 우물에 별이 비쳐보인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도 동그란 불빛이 우물에 비치죠. 불빛에 손가락을 뻗은 이반은 순식간에 우물안으로 빨려들어갑니다. 곧 두레박이 끌려올라가고 이어지는 포격에 어머니는 죽어 쓰러집니다. 양동이에 담은 물이 쏟아지죠. 이반은 우물에 갇히고 맙니다. 이 장면에서도 그렇고 다른 장면에서도 어머니와 여동생은 무조건 비를 맞거나 물과 관련된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와의 재회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소망임을 고려하면 물은 치유나 구원을 상징한다고 해석해야 합니다. 동시에 물은 깊은 우울과 빠져나올 수 없는 늪의 이미지를 가집니다. 이반이 헤엄치며 기지로 돌아오는 장면이나 떠나는 장면을 생각해본다면요.


그리고 이반이 우물에 갇힌 장면은 어머니의 죽음으로 복수심에 전쟁에게 사로잡혀버린 이반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카메라를 이용해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우물은 카메라입니다. 불빛은 카메라의 불빛이죠. 이 영화는 카메라로 담은 이반의 이야기임을 드러내주는 것입니다. 이 발상만을 활용해 극찬을 받은 영화가 최근 개봉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조던 필의 <놉이죠. <놉의 UFO, 진 재킷의 내부구조와 흔하지 않은 직사각형의 우물 구조는 동일합니다. 카메라의 내부이죠.




불의 이중적 의미


불도 비슷하게 해석해보면 좋습니다. 기관총과 폭약으로 대표되는 파괴와 고통의 이미지를 가짐과 동시에 따듯한 보금자리로서의 의미도 가지고 있죠. 이반이 도착한 은신처에는 벽난로와 굴뚝이 그를 보호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불은 이반의 분노한 표정과 오버랩되죠. 이반이 탈영한 장면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됩니다. 탈영한 이반은 폭격에 무너진 폐허에 남은 한 노인을 만납니다. 남은 것은 벽난로와 굴뚝, 우물, 문뿐이었죠. 노인은 굴뚝과 벽난로는 포격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말합니다. 이는 노인에게는 아직 보금자리가 남아있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아니면 완전히 반대로 포격으로 인해 노인에게는 파괴와 고통의 이미지가 무한히 상영되고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죠. 한편 이반은 떠날 때 우물에 빵과 물을 올려두고 갑니다. 그는 구원을 소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원소들은 상대적으로 역할이 미미하니 감독의 다른 영화들 해석에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분량이 걱정되네요.


이반과 여동생의 트럭 키스 장면은 그 자체의 영상미도 매우 아름다운데요. 이반이 사과를 건네자 여동생이거절하며 표정을 바꾸는 장면은 독특하게 연출되었습니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카메라 패닝에 독보적인 재능을 보입니다. 여동생이 표정을 바꾸는 장면도 패닝인데요. 차이점은 카메라를 회전시키지 않고 여동생 역의 배우가 카메라를 돌아 연기합니다. 왜 이런 고된 방식을 택했는지는 모르겠네요. 아마 더 완벽한 영상미를 위한 집착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사과는 제가 생각하기에 행복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죽음으로 인해 마땅히 누렸어야 할 행복을 누리지 못한 여동생. 여동생의 죽음으로 잃어버린 행복을 줄줄이 흘리는 이반. 그리고 땅에 흩뿌려진 사과를 먹는 말들의 이미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프닝과 엔딩의 환상은 일종의 영화적 허용입니다. 현실에서는 죽음으로밖에 구원받을 수 없었던 소년병을 자유로운 새로, 혹은 가족과 함께하는 행복한 소년으로 만들어 배려하고 있는 것이에요.




군복과 십자가


영화의 클라이막스 장면은 포탄이 기지에 쏟아지는 동안 포복 자세로 기며 악몽을 꾸며 독일군의 군복을 바라보는 이반이 두렵냐고 소리지르는 장면과 그런 이반을 말리러 온 갈트세프에게 이반이 눈물이 고인 눈으로 비장하게 자신은 포탄이 두렵지 않다고 외치는 장면입니다. 이반은 왜 포탄을 두려워하지 않을까요? 이어지는 몽타주 장면을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몽타주는 땅에 박힌 십자가의 이미지와 우물에서 이반이 어머니에게 언급했던 뻐꾸기 소리가 음향으로 깔리는 장면입니다. 그러니까, 이반은 숭고한 희생과 어머니와의 재회를 바라고 각오하고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습니다.


또 이 장면은 콜린과 카지노 게임 사이트 차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콜린이 마샤와 키스할 때, 그는 양발을 참호의 양끝에 걸친 채로 마샤를 들어올려 키스합니다. 십자가로 못박히지 않고 현실의 행복을 쫒는 콜린과 못박힌 십자가처럼 희생을 각오하고 오직 환상에서만 이룰 수 있는 행복을 쫒는 이반을 대조하는 장면이죠. 한편 전쟁이 끝나고 매달린 군복은 가족과 집단자살한 독일군 괴벨스의 시체의 이미지와 보여집니다. 마치 카지노 게임 사이트 두렵냐는 물음에 괴벨스가 분신자살로 응답한 듯한 전개이죠. 여담으로 저는 이 장면에서 시인 이상의 산촌 여정이 떠오르더군요. 이상의 옷들이 그의 잃어버린 가족들처럼 줄지어 걸려있는 부분말입니다. 천재들은 전부 비슷한가 봅니다.




종과 거울


그리고 영화에는 타르코프스키의 다른영화에 등장하는 소재들이 쿠키처럼 등장합니다. 먼저 종이 등장하죠. <안드레이 루블료프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영화에서 종은 기적을 상징합니다. 이반이 악몽을 꿀 때 그는 도르래로 전등을 천장 높이 매달아 놓습니다. 그순간 전등은 종으로 변하고 이반은 종을 마구 울려댑니다. 그가 칼을 던지자 전등은 끝내 꺼져버리고 말죠. 이는 기적을 간절히 바랬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한 기적을 형상화한 장면입니다. 한편 도르래로 매단 전등은 끌어올려진 두래박과도 비슷합니다. 저는 이반을 영화 속 환상에 머무르게 하고 싶었던 어머니가 이반의 기적과 구원을 간절히 바랐다는 암시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또 거울도 등장합니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거울이라는 영화를 후에 만들죠.


추가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감독의 데뷔작 <이반의 어린 시절과 유작 <희생은 조응하는 부분이 매우 많습니다. 특히 전자의 오프닝과 후자의 엔딩은 수미상관으로 이어지죠. 놀랍습니다. 이 점은 <희생을 해석할 때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은 이 영화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지만 놀랍게도 소련 당국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소련의 군인 이반이 행복하게 묘사되지 않았다는 이유였죠. 하지만 예술에 한해서는 굽히지 않는 사람이었던 감독은 유명하지만 가난하게 평생을 도망자 신세로 살았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한국영화의 선지자 나운규 감독과도 유사한 점이 좀 있다고 보여지네요. 먼 길 오셨습니다. 여기까지 다 읽으신 분들이 계신 방향으로 절을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상입니다.


소년 이반의 죽음과 소망을 다양한 상징과 뛰어난 연출로 다룬 영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어린 시절입니다.




평점 4/5점.




카지노 게임 사이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