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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경은 Feb 22. 2025

네덜란드에서 석사유학을 하지 않았더라면

대신 영국 석사를 했다면 박사는 또 영국에서 안 했을 확률이 높음

나는 왜 네덜란드에서 석사유학을 했는가

대학교 때부터 유학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정확히어디로 가서 어떻게 해서 뭐가 되어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막연하게 유학을 가서 외국 생활을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다. 학부졸업하자마자 당장 유학을 갈 수 있는 가정 형편은 아니었어서 (그리고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성적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어서) 사회생활을 좀 하다가 돈 벌어서 내 돈으로 적당한때 가야겠다는 느슨한 계획이었다.회사를다니다가내가 너무 일을 잘하고 적성에 잘 맞으면 회사 생활이 좀 길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웬걸,딱 2년 만에 회사는 그만뒀다. 삼전에 막상 들어가니 나보다 디자인과 스타일링을 잘하는 사람들이 태반이었고, 그래서 열심히 배워가며 더 잘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냐면,그렇진 않았다. 사회생활이 딱 적성에 잘 맞는 느낌도 아니었고 (누군들 그러겠느냐만은), 제품 디자인 일이라는 것이 여자가 장기적으로 하기에는 몸이 힘들고 고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일을 시작할 때는 여자들이 많이 하지 않는 일이라서 내가 더 잘 해내보겠다는 어떤 포부가 있었는데, 왜 여자들이 많이 안 하는 일인 것인가 몸소 경험을 해보고 나니 나도 그만해야겠다 싶었다. 이 길이 내 길이 아니구나를 회사 생활 1년 차중반 즈음확신하고 영어 공부 및 유학 준비를 시작했다.영어 시험 점수를 받고,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지원서를 내고, 합격 통지를 받고, 유학학비와 생활비를 다 벌기까지 1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실무가 내 길이 아니니디자인 이론, 방법론, 디자인 역사, 디자인 전략 쪽으로 유명한 학교들을 좀 찾아봤었던 기억이 난다. 유럽으로 갈지 미국으로 갈지 (그당시 나의 해외 생활 로망은 이 두 지역이었고 다른 지역들은 안중에 없었음) 어디를 가면 좋을지 모르겠어서 디자인 이론과 방법론이 유명한 미국 학교 하나, 디자인 역사로 유명한 영국 학교 하나, 디자인 전략을 하는 네덜란드 학교 하나에 지원서를 냈었다. 그 당시 좀 더 가고 싶었던 학교는 미국/영국 학교였고,네덜 학교는 사실 선배들과 동기들이 이미 좀 많이 유학을 간 학교여서 안전빵 같은 옵션이었었다. 지원 결과, 미국 학교는 떨어지고 영국 학교와 네덜학교에 붙었다. 둘 중에 어딜 갈까 고민을 잠시 했는데,크게 다음과 같은 가지 요인에서 네덜 학교에 가기로 결정했다:

현실적으로 디자인 역사를 공부하고서 어디서 무슨 일을 해서 뭐 먹고살면 좋을까 잘 모르겠었다.

런던에서 1년 학비와 생활비는 네덜 2년 학비와 생활비와 같았다.

내가 영어를 잘하지 못하니 1년 영국 석사를 가서 잘 못 따라가고 망하느니 차라리 네덜 2년 석사를 가서 영어 공부라도 더 길게 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학부 갈 때도 안전빵을 갔는데, 석사도 나는 결국 안전빵을 가게 되었다(내가 이렇게 안전빵 인생인걸 지금 깨달음). 돌이켜보니 내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들온라인 카지노 게임 안전빵이라는 옵션을 가지고 가는 것이 참 중요했다. 앞으로 남은 인생온라인 카지노 게임도 괜히 혼자 똑똑하고 잘난 사람이라 착각하지 말고 내 안전빵 옵션들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된다.


네덜란드에서 석사유학을 해서 좋았던 점

네덜학교는 델프트 공대(Delft University of Technology)였는데, 여기서 석사유학을 해서 좋았던 점들은 아래와 같다.

유럽온라인 카지노 게임 사는 것이란 어떤 것인가 경험했고 마음에 들었다.

더치(Dutch) 디자인은 어떤 것인가 배웠다.

좋은 시설과 교수진(아마도 거의 세계 최대 규모)이 있는 학교에서 체계적이고 폭넓은 양질의 교육을 받았다.

네덜 회사들과 일할 기회들이 있어서 이 나라에서 일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 경험했다.

영어를 좀 잘하게 되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사귀었다.

시간이 지나고좋다고 생각하는 것들도많다.네덜에서 공부하고 일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 영국 생활에 대해서 큰 불만 없이 살 수 있는 것 같다. 델프트 공대에서 만난몇몇소중한 인연들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다.가끔 네덜 여행을 가는데 그러면 반갑고 좋다. 델프트 공대는 갈 때는 몰랐지만 다니고 나니 생각보다 더 좋은 학교여서 잘 갔다는 생각이 든다.


네덜란드에서 석사유학을 해서 안 좋았던 점

네덜델프트 공대에서 석사유학을 해서 안 좋았던 점들은 다음과 같다.

더치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는 건 아닌데 더치 특유의 발음이 있어서 알아듣기 쉽지 않았고, 생각보다 영어공부가 저절로 되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수업은 영어였지만 조모임 같은 걸 하면 더치애들은 계속 더치로 말해서 좀 짜증 났다 (물론 한국에서 내가 석사생인데 조별 과제를 할 때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과 섞여 있었다고 상상하면 나도 한국말을 많이 했을 것 같긴 하다.)

잠시 더치 회사들과 일할 때 공식적인 미팅은 영어로 했지만 미팅 전후에 더치들이 다 더치로 얘기하는 걸 보면서 이 나라에서 더치를 못하면 못 살아남겠구나 싶었다.

더치를 배워야 할 것 같았지만 영어도 잘 못하는데 무슨 더치까지 배우나, 싶기도 했고 언어 자체가 거친 발음도 그렇고 별로 배우고 싶은 욕구가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기도 했다.

더치 교수들/학생들이 너무 다이렉트하게 '이건 별로다', '그건 이상하다' 하는 식으로 말하는 것에 아닌 척했지만 좀 상처받았다.

더치 교수들도 그렇고 학생들도 그렇고 '우리가 이렇게 잘났지'하고 말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그런 느낌이 나는 것 같은 것이 나와 결이 잘 맞는 것 같지 않았다.

서유럽 날씨를 처음 경험해 보는 거라 비가 많이 오고 겨울이면 항상 너무 깜깜한 시간이 많은 것이 우울했다 (지금은 익숙한 일상임).

언제였는지 모르겠는데 영국 지인네 놀러 가는 길에 지갑 소매치기를 당했고 (아마도 그 소매치기범이 어떻게 카드 비밀번호도 알아냈는지) 그 당시 한 학기 생활비를 다 털리는 어이없는 짓을 당했다.

기억 속에 네덜 석사 유학 생활은 나름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인데 적어놓고 보니 마음에 안 드는 게 많았고, 그래서 아마도 단기 여행이 아닌 이상 내가 네덜에 다시 가서 일을 한다거나 산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석사유학을 하지 않았더라면

네덜과 영국에서 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 네덜이아니라영국 디자인 역사 석사과정을 선택했더라면, 런던온라인 카지노 게임 1년 아주 신나게잘 놀았을 것 같다. 영어는 1년 만에 네덜 2년과 비슷한 느낌으로 늘었을 수도, 더 잘하게 되었을 수도, 더 못 하게 되었을수도 있을 것 같다. 확실한 건 첫 학기는 영국 영어에 적응하느라 좀 학점을 말아먹었을 것 같다. 영국 석사 1년을 하고 말아먹은 학점으로졸업하는 시점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제 뭐 해 먹고살지 엄청 고민했을 것도같다.서유럽의 혹독한(우울한) 날씨를 영국에서 처음 경험하고, 또 영국에서 첫 외국 생활, 첫 유학 생활의 난이도 높은 어려움을 겪고,우연히 영국생활을 오래 한 다른 한국인들이나 외국인들로부터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듣기라도 했다면, 박사를 영국에서 할 생각은하지 않았을같다. 그러면 박사를 해야겠다 생각한 어느 순간,날씨가 좋은 미국 캘리포니아라든가 호주,혹은비영어권나라들(이탈리아나 스페인이랄지)박사를생각을 했을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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