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어릴 때 누가 카지노 게임 줄을 서냐? 난 한 번도 안 서 봤는데?”
난 어릴 때 카지노 게임 줄을 서 본 적이 없다. 당연히 아이들은 줄을 서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이 순진하고 철없는 말로 인한 파장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전혀 몰랐다.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스쳐 지나간다. 풍선을 든 아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언니와 오빠, 깔깔거리는 아이들. 카지노 게임 전체가 행복한 소리로 가득하다.
“꺄아악! 꺄아악!”
커다란 비명 소리 쪽으로 절로 눈이 간다. 나도 모르게 우와, 하고 입을 벌린 채 보게 된다. 하늘 끝까지 올라갈 것 같던 바이킹이 순식간에 내려온다.
“꺄아악!”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웃는 모습이 재밌다. 이곳에서는 비명소리가 즐거운 소리가 된다. 모두가 행복해질 것만 같은 곳. 우리 가족도 그 안에서 행복으로 가득 찰 것만 같은 카지노 게임이다.
“카지노 게임야! 오늘은 말 탈 거야, 아니면 마차 탈 거야?”
익숙한 오르골 음악이 흐르는 회전목마를 가리키며 물었다. 선우의 시선은 이미 화려한 조명 아래서 뱅글뱅글 돌고 있는 회전목마로 가 있었다. 집중한 입술이 뾰족하게 솟았다. 엄마와 함께 선우의 손을 잡고 가까이 가니, 줄 서 있는 카지노 게임가 보였다.
“카지노 게임!”
“왔어? 이제 한 번만 기다리면 카지노 게임 차례다. 저기 옆에 가서 앉아 있어.”
우리 셋은 카지노 게임가 가리킨 하얀 벤치에 가서 앉았다. 선우와 나는 엄마가 사 준 추로스를 먹으며 음악과 사람들의 소리가 가득한 놀이공을 구경했다.
카지노 게임의 차례가 됐다. 우리는 카지노 게임 대신 회전목마 안으로 들어갔다. 기다림을 할 줄 모르는 선우를 위해 카지노 게임는 빠른 걸음으로 줄에서 빠져나갔다. 다음으로 선우가 좋아하는 꼬마 열차의 줄을 미리 서야 하니까.
우리 집에는 카지노 게임 가서 찍은 사진이 많다. 그런데 사진 속엔 항상 엄마, 선우, 그리고 나 이렇게 셋뿐이다.
놀이공원에서 카지노 게임는 선우와 나를 위해 줄을 서는 사람이 된다. 우리를 위해 카메라를 드는 사람이 된다. 피곤함을 이겨내고 우리를 놀이공에 데려가 준 카지노 게임. 우리가 웃는 동안 카지노 게임는 늘 뒤에 있었다. 조용히 나와 선우의 시간을 만들어주는 최고의 카지노 게임다.
친구들과 어릴 적 이야기를 하던 도중, 나는 별생각 없이 이렇게 말했다.
“야, 어릴 때 누가 카지노 게임 줄을 서냐? 난 한 번도 안 서 봤는데?”
“임효진, 넌 너무 곱게 컸어. 애들도 다 줄 서. 뭔 소리야.”
“아니, 애들이 줄 안 서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물론, 놀이공원에서 부모님과 함께 줄 서있는 아이들을 본 적은 있다. 하지만 그냥 몇 안 되는 부모님들이 그렇게 할 뿐이라 생각했다. 대부분은 우리 카지노 게임와 같은 줄 알았다. 심지어 내가 곱게 크다니. 쟤들이 뭘 모르니까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한 친구의 말이 있기 전 까지는.
“그럼, 부모님이 이혼하시거나 돌아가신 애들은 어떡해? 대신 줄 서줄 사람이 없잖아.”
친구의 말에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얼굴을 덮쳤다. 분명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겠지. 너무 부끄러웠다. 너무 창피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동생과 함께 자라다 보니, 나는사회적 약자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이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불공평한 시선과 폭력을 혐오했다. 그래서 더 부끄럽고 창피했다.
‘아, 나도 똑같구나. 사회가 약한 사람들을 보살피고 배려할 줄 모른다고 그렇게 큰소리치더니, 내가 그 사회였구나.’
충격적인 친구의 말 이후에 오고 간 대화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자리에 함께 앉아서 맛있는 빵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이미 다른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일기장에 글을 썼다. 이 날을 잊지 않기 위해서.
겸손해야 한다.
나만 누군가를 배려한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다.
항상 다른 시각에서 사람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다양한 아픔들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 정도면, 난 축복받은 사람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