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은 불을 끄지 않는다 14편
H가 큰길로 나왔을 때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소방차 여러 대가 그 집 쪽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여기가 남동소방서 관할이고 내가 빙 돌아온 게 약 25분 정도 되었으니 소방서에 신고된 것은 약 20분 전 정도 되었을 것이고 초등진화를 나선 사람이 없었다면 지금쯤 안방은 완전히 불구덩이에 휩싸였겠군'
H는 싸늘한 미소를 흘리며 화재가 일어난 집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도망쳐 나올 때는 멀리 돌아와서 시간이 제법 걸렸지만 큰길을 통해 직선으로 걸으니 1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큰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소방차는 큰길 전체를 막고 화재진압을 하고 있었다. H는 길 건너 편의점에 들어갔다. 노숙자가 술을 사 온 편의점이었다. 편의점 점원은 입구에 서서 건너편을 바라보며 기웃거리고 있었다가 H가 들어오자 얼른 계산대로 돌아갔다.
"어서 오세요. 뭐 드릴까요?"
"건너편에 불났나 봐요?"
"네 빈집인데 불이 났네요. 아까 노숙자 아저씨가 술 사갔는데 혹시 그 집에 있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요. 걱정되네"
"레종 블랙 하나하고 라이터 하나 주세요"
"네 5,000원입니다"
H는 오천 원짜리 한 장을 건네고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담배를 뜯어 한 가치를 꺼내 입에 물었다.
불은 이제 제법 크게 확산되었다. 방뿐 만이 아니라 2층까지 확대되었다. H가 서있는 편의점 앞에서도 검은 연기와 시뻘건 불길이 보였다. 길 건너편에서는 남동소방서 소방관들이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물탱크차 한 대가 저쪽에서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현장에 이미 화재진압 중인 2대의 물탱크 차가 있음에도 증파한 것을 보니 옆집으로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방지하려는 듯하였다.
H는 잠이 덜 깬 눈으로 웅성웅성 거리며 나와있는 주민들 사이에 다가가 섰다. 마치 그동네 주민인 것처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불구경을 하였다. 그러나 행복감과 만족감에 가득 찬 눈 빛만은 숨기기 어려웠다. H는 잠바에 달린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담배를 한 모금빨고 깊게 들이마신뒤 담배연기를 푸후하고 내뱉었다. 현장을 바라보는 H의 가슴에 더 이상 황홀감이나 절정감은 들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성취감 정도? 완성된 작품을 바라보며 만족해하는 작가의 마음 정도라고 할까? 지금은 오히려 담배의 향긋한 니코틴이 그를 더 만족시키고 카지노 가입 쿠폰. 손가락이 뜨거워질 정도로 타들어간 담배를 발로 비벼 꺼버리고는 그곳을 벗어나 일부러 10여분을 걸어간 뒤 택시를 잡아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H는 쏟아지는 뜨거운 물줄기 아래 멍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머리에 부딪힌 물방울이 다시 세 개로 네 개로 부서져 등줄기를 타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에이씨 하필이면 거기 나타나서 애써 열심히 준비한 걸 다 망쳐놨어. 그지 같은 늙은이. 거기 만한 장소가 없는데 다른 데를 언제 또 찾아? 죽어 마땅한 카지노 가입 쿠폰 같으니..'
H는 노숙자 늙은이를 생각하며 치솟아 오르는 화를 주체하기 어려웠다.
'카지노 가입 쿠폰 따위가 감히 천사를 영접할 준비를 하는 거룩한 의식을 망쳐놔? 감히? 내가 이 구원자의 거룩한 행위를? 그러니 카지노 가입 쿠폰 신세를 못 면하는 거지. 아주 잘 죽었어. 내가 죽인 거지만 아주 잘 타더구먼. 통쾌했어. 황홀했어. 그런데 황홀? 황홀은 아니지 않나? 구원자로서 성스러운 해방을 위한 행위를 할 때만 느껴야 되는 거 아닌가? 황홀이라는 건? 구원도 아닌 카지노 가입 쿠폰 따위를 없애는 행위에 황홀을 느낀다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닐까?'
H는 잠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스스로에게 다짐하 듯 말했다.
"아냐. 구원자로서 카지노 가입 쿠폰를 죽여 없애는 것은 당연한 행위야. 더군다나 성스러운 의식을 방해했으니 그놈은 죽어 마땅해. 뭐 카지노 가입 쿠폰를 죽이면서도 기분이 좋을 수도 있는 거지. 난 구원자로서의 정당한 행위를 했을 뿐이야. 그나저나 날짜와 장소를 다시 계획해야 되겠네. 흠 언제가 좋을까? 어디로 가볼까?"
H는 다시 좋아진 기분에 콧노래를 부르며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로 가서 쓰러졌다.
엄마는 울고 카지노 가입 쿠폰.
싸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사방이 짙은 검은색으로 온통 둘러싸인 벌판이다. 눈앞에 비닐하우스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백열등 불빛 만이 H의 주변을 비춰주고 카지노 가입 쿠폰.
"엄마? 엄마? 엄마 어디에 있어?"
엄마의 울음소리만 바람을 타고 들려올 뿐 엄마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엄마? 엄마?"
H의 목소리는 점점 더 크고 날카롭게 암흑 속으로 퍼져나갔다. 그때 눈앞에 불투명한 비닐에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커다란 그림자였다. 2m가 넘는 키에 커다란 어깨 그리고 발목을 잡고 있는 쇠사슬을 질질 끌며 커다란 무엇인가를 손에 들고 걸어오고 카지노 가입 쿠폰.
"챠르르 착, 챠르르 착, 챠르르 착"
느릿느릿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몇 걸음만에 H의 바로 앞까지 걸어왔다.
"누구야? 뭐야? 엄마. 엄마 어디 있어?"
H는 두려움에 젖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죽을힘을 다해 엄마를 찾기 위해 소리를 질렀다. 그림자는 백열등을 등지고 서서 H를 쳐다보고 있는 듯 보였다. 그래서일까? 그림자는 더욱더 짙은 검은색으로 변해가며 암흑 그 자체로 변해갔다.
"뭐야 저리 가. 저리 꺼지라고. 이 카지노 가입 쿠폰새끼야"
"크크크크크 누가 카지노 가입 쿠폰지?"
"뭐?"
지하 동굴 속에서 퍼져 나오는 듯한 불쾌하고 어두운 저음의 목소리에 H는 깜짝 놀라 그림자를 쳐다보았다.
"말 안 들으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이번에는 손에 검은 허리띠를 들고 익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
"누가 카지노 가입 쿠폰지? 말 안 들으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누가 카지노 가입 쿠폰지? 말 안 들으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누가 카지노 가입 쿠폰지? 말 안 들으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그림지로부터 흘러나오는 불쾌한 느낌의 저음의 목소리와 아빠의 목소리가 동시에 검은 벌판에 가득 메우기 시작하였다.
"아악~! 잘못했어요? 아빠 아빠"
H는 벌떡 일어나 돌아서 종아리를 걷었다.
"누가 카지노 가입 쿠폰지? 말 안 들으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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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카지노 가입 쿠폰에요. 엄마가 카지노 가입 쿠폰여요. 맞아야 돼요. 맞아야 인간이 돼요. 엉엉엉"
울고 있는 H를 향해 검은 허리띠가 채찍처럼 쉭하고 날아왔다. H는 그 소리에 몸을 움찔하며 고개를 돌려 그림자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희미한 백열들 불빛 아래 그림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빠? 아니 공장장? 아니 그 노숙자? 대체 누구야 넌?"
그림자의 얼굴은 계속 바뀌고 카지노 가입 쿠폰. 아빠에서 공장장으로 다시 노숙자로 그리고 다시 아빠로 반복적으로 바뀌고 카지노 가입 쿠폰. 세 명의 얼굴은 불에 탄 흉측한 모습으로 H를 바라보며 계속 물어보고 카지노 가입 쿠폰.
"누가 카지노 가입 쿠폰지? 말 안 들으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누가 카지노 가입 쿠폰지? 말 안 들으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누가 카지노 가입 쿠폰지? 말 안 들으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H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겁에 질려 벌벌 떨며 울고만 있었다.
"누..가.. 버..레... 말...아....ㄴ어...."
갑자기 그림자의 말이 느려지며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H는 고개를 들어 그림자를 보았다. 그림자는 H의 가슴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H는 그 손가락이 향하는 곳을 보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아악 내 가슴. 내 가슴이 없어졌어"
손가락이 가리킨 H의 가슴은 사람머리 만한 크기의 구멍이 뚫려있었고 그림자보다 짙은 어둠으로 차 카지노 가입 쿠폰.
"아악~! 아악~!"
H가 경악하며 비어있는 가슴을 두 손으로 더듬자 갑자기 엄마의 절규하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황급히 엄마를 부르며 주변을 둘러보자 순간 엄청난 고통과 함께 H의 가슴에서 시뻘건 불덩어리와 함께 피가 폭포처럼 터나 와 사방을 적시었다.
순간 H는 커다란 비명을 지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냐 아냐 난 잠들지 않았어. 결코 꿈이 아니었단 말이야. 그 뜨거움, 그 소리, 피부에 느껴지는 아픔.... 이건 꿈이 아니야. 꿈이 아니었어? 지금도 이렇게 생생하게 느껴지는 데 꿈이라고? 아냐. 아냐"
H는 이마를 타고 침대로 떨어지는 식은땀을 닦을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정면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습관적으로 쳐 놓은 암막 커튼만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꿈인가? 아닌데 분명 현실이었는데. 아니 내가 착각한 건가?"
망연하게 정면만 쳐다보는 H에게 갑자기 오른쪽 눈 끝에서 무언가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H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한 순간 얼음이 되어버렸다. 그리고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야 H~! 너 요즘 무슨 일 있냐? 여자고민?"
기절했다가 간신히 정신 차린 H가 출근하자마자 친구인 성중이가 다가와 놀리 듯 말을 걸었다. 머리가 부서질 듯 아팠던 H는 순간 짜증이 확 솟아올랐지만 꾹 참으며 말했다.
"여자는 무슨? 그냥 요즘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그래"
"요즘 우리 관할은 큰 사건이 없어 출동도 별로 안 하는데 뭐가 피곤해? 밤마다 야동 보냐?"
"야동은 무슨? 아무튼 생각하는 게 저질이야 저질"
구급대에 이선희 구급사가 지나가다가 성중의 말을 듣고 째려보면서 한 마디 한다.
"뭐 볼 수도 있지. H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
"됐네요. 내가 말을 말아야지. 에휴!"
"아! 어디가? 미쓰리 우리 같이 커피라도 한잔 할까?"
"전 이미 마셨어요. 바쁘니까 집적거리지 말고 가보세요, 유부남이 어딜 응큼하게 넘봐요?"
"그럼 이 총각은 어때? H 뭐라 말해봐"
성중이가 H의 등을 이선희 구급사 쪽으로 살짝 떠밀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H는 이선희 구급사를 좋아하고 있었다. 아직 고백한 것은 아니고 일종의 짝사랑이었다. 이를 알고 있는 성중이는 기회가 올 때마다 H를 밀어주고 있었다. 물론 언제나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기회를 날려버리는 H를 보며 가슴을 팡팡 내려치는 일이 대부분이었지만.
"괘 괜찮으면 한잔 하실래요?"
"아니에요 진짜로 마셨어요. 그리고 지금 어제 출동했던 사건 서류정리 때문에 좀 바뻐요. 나중에 사주세요"
"아~! 네. 네네"
이선희 구급사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구급팀 쪽으로 총총총 걸어갔다.
"오우 마이 쁘렌드! 잘했어. 그렇게 계속 좀 들이대란 말이야. 오늘은 웬일로 커피 먹자는 소리를 다 했데?"
"아니 뭐 그냥.."
"그래 그렇게만 해. 니가 한마디라도 하면 이 행님이 잘 연결해 줄테니. 음 하하하하"
"야~! 시끄러워 나도 서류정리 해야 돼 바빠"
"니가 뭐가 바빠? 사건도 없었는데. 참! 어제 남동서쪽 노숙자 한 명 불에 타 죽었다더라. 그래서 우리 쪽도 야간 빈집 순찰 강화하라고 하던데?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뭔 야간 빈집 순찰까지? 그런건 경찰에 맡겨놓으면 되지. 암튼 우리 소장이 이번에는 진급에 목숨 걸은 것 같아"
"노숙자? 어쩌다?"
"뭐 뻔하지 술 먹고 추우니까 철거 중인 건물에 들어가서 불 피우다가 몸에 옮겨 붙은 거지"
"실화라고?"
"뭐 이불을 둘러쓰고 있어서 반이상 타버려서 검시도 필요 없이 그냥 확정 지었나 보더라고. 다른 인화물질도 없었고 정황증거가 워낙 확실해서 그렇게 결론 냈더라고"
"그래? 그렇군"
"싱겁기는.... 그리고 오늘 야간 순찰은 나하고 같은 조로 만든다? 순찰 돌다 정왕우동에서 얼큰하게 우동이나 고춧가루 듬뿍 넣어서 한 그릇 하자고"
H의 어깨를 탁치며 제자리로 돌아가는 성중이는 야릇하게 배시시 웃는 H의 미소를 결코 보지 못하였다. 악마처럼 냉정한 눈 빛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