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과 아쉬움, 그 언저리에서
카지노 게임를 마무리하는 글을 쓰게 되었다. 그동안 스물두 명의 시인을 만나 보았고, 그들의 삶과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카지노 게임는 지난 7월에 시작해서 계획대로라면 12월까지 끝낼 것이었다. 하지만 10월부터 개인적인 사정으로 카지노 게임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결국 4개월이 지연되어 이번에 마치게 된 것이다.
카지노 게임를 시작할 때도 상황이 안 좋아질 경우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카지노 게임를 미루지는 않으려 했다. 하지만 회사 업무와 개인적인 상황,사이버대 학업 등 도저히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고 변명해 본다.
사실 이 카지노 게임가 단순히 내 개인적인 글을 적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명의 시인의 삶에 대해서 조사하고, 시집과 평론, 가끔은 관련 논문까지 찾아서 읽는 것은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시집과 책을 읽는 것도 벅찼는데, 그것을 정리해서 글로 쓰는 것도 어려웠다. 글을 쓰다가 정해진 기일 내에 결국 마무리를 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글을 쓰기 시작하기는 했는데 도무지 어떻게 전개를 해야 할지, 마무리를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내 능력 밖의, 무리한 카지노 게임를 시작했다는 후회도 들었다.
위의 사진은 내가 갖고 있는 시집 중 카지노 게임를 위해 모아본 것인데, 이것도 일부이다. 카지노 게임를 마무리한 지금까지 저것보다 몇 배의책을 읽었다. 종이책으로 된 것도 있지만 전자책으로 된 것들도 많아서 모두 합치면 100 권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다.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시를 읽는 시간은 즐거웠다. 평전이나 관련된 책을 읽는 것도 좋았다. 다만, 여러 문헌에서 조금씩 다른 정보가 발견될 때면 어떤 것이 정확한지 자료를 더 찾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그만큼, 시인들의 개인적인 부분에서는 부정확한 것들도 많았다.
카지노 게임를 하면서 그러한 내용들도 언급은 했지만 부정확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은 읽어주시는 분들이 지적해 주시면 바로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카지노 게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작년 1학기에 <현대시인론 수업을 들으면서 과제를 위해 시인들에 대해 조사하게 된 것이었다. 몇몇 시인들의 작품을 분석하기 위해 그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사했는데 몰랐던 내용들도 있었고, 여러 가지를 알게 되어 더 많은 시인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또한 그 내용을 나 혼자만 알고 있기는 아까워 다른 사람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카지노 게임 초기 프롤로그에 적었듯이 '시인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던 것이다.
미디어문예창작학과 학생이라고는 하지만 국문학을 전공하는 것도 아니고, 관련 지식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덤벼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선 나의 밑천이 부족한 관계로, 글을 쓰다 보면 금세 바닥이 드러나곤 했다. 카지노 게임를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 것은 그러한 이유가 컸다.
특히, 카지노 게임가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더 정확하게는 김수영 시인에 대한 글을 쓸 때부터 그랬다. 사실 김수영 시인에 대해서는 욕심이 있었다. 다른 시인들보다 더 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책을 읽었다. 더 잘 쓰고 싶었는데 글을 쓰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시간만 잡아먹을 뿐이었다. 게다가 그 무렵에 가장 정신이 없었고, 일주일 정도 일본 여행을 다녀오게 되어 미뤄지게 되기도 했다.
한 번 미루기 시작하니까 그다음에는 '이왕 미룬 것, 더 미뤄도 되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이 들었고, 결국 한 달 이상 미루게 되었다. 그 부분은 후회한다. 미루더라도 한 주 이상은 미루지 말았어야 했다.
카지노 게임 수준과 퀄리티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각회 차를 보면 내용이나 형식, 수준에서 차이가 많이 느껴진다. 정성이 많이 들어간 글이 있었는가 하면, 시간에 쫓기듯이 급하게 쓴 티가 나는 글도 있다. 내가 그렇게 느끼는데 독자들이라고 모를까.
특히, 시 작품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분석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이는 이 카지노 게임의 목적이 시문학 또는 시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들의 삶이 시 작품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고, 어떻게 시로 표현되었는지를 보고자 한 것이기 때문이다. 간략하게 언급은 했지만, 시를 자세하게 분석하는 것은 이 카지노 게임의 목적도, 나의 능력치도 벗어나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관련된 내용을 더 찾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1990년대 이전부터 활동하던 시인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그 이후에도 좋은 시인들이 많이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정말 많은 시인들이 있다. 그들을 모두 소개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이는 내 능력과 여력이 부족한 탓이다.
또한, 소개했던 시인들 중에 일반인들이 잘 모르거나 의외인 인물들도 있을 텐데 (예를 들어 임화나 조명희 등) 그들을 굳이 소개한 것은 일제 강점기 때 우리나라 시문학계가 어떤 다양성을 보였고, 또 현실은 어떠했는가를 알려주고 싶어서였다. 그들은 고등학교 이하의 정규 교육과정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지만 그들 또한 시문학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유명한 시인이나 덜 알려진 시인이나 이 카지노 게임에서는 모두 동등하게 다루었고, 특히 유명한 시인의 경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 또는 시 작품의 세계가 사람들의 인식만큼 편협하지 않음을 보이려 했다. 어떤 시인이 몇몇 작품으로만 인식되고 평가되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가령, 저 사진에서 보이듯 김춘수 시인의 전집은 천 페이지 가까이 될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두껍다. 시인들 중에 열 권 넘는 시집을 낸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몇몇 작품만 알려져 있으니 어찌 안타깝지 아니한가.
그래도 어쨌든 카지노 게임를 끝내게 되어 아쉬우면서도 홀가분하다. 매주 숙제를 하는 것 같았던 이 카지노 게임를 마치고, 당분간은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을 듯해서. 재밌었고, 즐거웠고, 유익했고, 행복했다.
그런데 카지노 게임는 중독성이 있다. 부담감이 큰 만큼 성취감도 생긴다. 무엇보다 스스로 공부하게 된 것이 많아 앞으로 관련 공부를 하거나 글을 쓸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약속은 하지 못하겠지만, 다음에도 좋은 주제가 있다면 또 카지노 게임를 해 보고 싶다.
이 카지노 게임는 여기에만 둘 것이고, 출판이나 다른 곳으로 옮길 생각은 하지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상태를 그대로 두는 것은 부적절할 것 같다. 카지노 게임가 끝나기는 했지만 시간이 되는 대로 본문 내용을 좀 더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카지노 게임를 하면서 책임감도 느끼게 됐고, 한계와 문제점도 깨닫게 됐다. 만약 다음에 이런 비슷한 카지노 게임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전체적인 기획과 준비를 잘해 놓고, 어느 정도는 원고를 작성해 두고 해야겠다. 역시 카지노 게임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그분들이 이 카지노 게임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해준 가장 큰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