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자세'에 대한 소고
나는 시골에 산다. 작년 가을 외관상으로는 느닷없이 터를 옮긴 것처럼 보이지만 '엄마는 꿈을 이뤘네'라는 아들의 말에 비추어 기억을 거슬러보니 난 아주 오래전부터 '마당있는 시골'에서 살겠다 했고 시골로 가고 싶어 장기목표에도 그리 적었었고 글에도'시골로 가고 싶다.'로 곧잘 표현했었다. 그러니 느닷없는 우연은 필시 필연의 고리로 귀결되며나는 여기 이렇게 '숲', '창', '물' 사이에 앉아 글을 쓴다.
집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강이라고 하기엔 좁고 천이라 부르기엔 넓은강물이 흐른다.
나는 습관처럼강가나 다리 위에서 물끄러미... 수면을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물에 비친 나무와 하늘과 구름과 새들이 눈에 들어왔다.
강은 제자리를고요히 지킬 뿐,
참으로 많은 것들이 담겼다 흘러간다.
아니,
참카지노 게임 추천 많은 것들을 담았다 흘려 보낸다.
이 구름에서 저 구름을,
이 새에서 저 새를,
바람이 흔들어대는 나뭇잎의 요란함도
아무 것도 없이 덩그레한하늘도...
그저 그리품는다.
떼지어 날아들어 강물을 밀어내며 노니는 오리떼를 피해백로가 날아든다.
혹시 들킬까 방해될까 나무 뒤에 숨어 녀석의 나신을 본다.
날개를 물속에 넣었다 뺐다 목욕에 한창이다.
습관처럼 보는 강물이고 수면인데내 가슴이 유난을 떠는 순간이 있었다.
강물은...
오가는 어떤 것에도 참견, 거부, 애착이 없다.
강물은...
나무와 새와 구름과 백로를
부르지 않았다.
청하지 않았다.
기다리지도 그리워하지도 않았다.
나무와 새와 구름과 백로가강물을
그저 지나갔던 것이었다...
지나가고자 지나가는 것을 그대로 담았을 뿐,
지나가고자 지나가는 것에 자신을 열었을 뿐,
지나가고자 지나가는 것에 자신을 내줬을 뿐,
그저 그렇게 그 자리에 존.재.했을 뿐.
그저자기자리에서자신이품은수많은생명들을지키며
자기갈길을,자기속도로,그렇게흐르고있었을뿐이다.
자신이 품은 생명들을 지키는 것도 버거울텐데
오가는 녀석들이 담겼다 떠나든, 목욕을 하든, 물수제비를 뜨든 상관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물길을 흘러 갈길만 갈뿐이다.
서두르지도 쉬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그냥 묵묵히...
강은 그대로인데 수면이 변화하는 것.
고요하지만 유동적인 움직임을 갖는 것.
나는 이 강에 어울리는 존재이고 싶다.
나를 위해 존재했던 모든 생명들, 그 얼과 넋과 혼을그저 품고서
나를 지나가는 모든 것들,모든 이들을 있는 그대로 담았다 제 길 가는데에 힘을 보태며
그렇게 묵묵히 내 갈 길을 가야겠지.
그렇게 일관된 고요함으로 열려 있어야겠지.
그렇게 고요속에 고유(固有)하면 현상은 나를 거쳐 자기 갈 길로 가겠지.
그리하면,
강물이유심히 나를 관찰해도 부끄럽지 않겠지...
'굽이굽이돌고돌아다시그근원카지노 게임 추천되돌아가는강을보라!'그는자신이없는동안사람들에게무슨일이일어났는지,이를테면그들이보다위대해졌는지아니면보다왜소해졌는지를알아내고싶었다(주1).
강이 나를 보고 있단다.
내가 위대해졌는지 왜소해졌는지 강이 알고 싶단다.
강조차도 나를 보려하니
현상에 감각을 곧추세울 필요도
현상을잡아보려 힘쓸 필요도
현상을 오지 말라 막을 필요도 없음이다.
강물이 맑다면 있는 그대로를 담을테고
혼탁하다면 오는 것조차 비추지 못하니
나의 할 일이란 게
나를 그저 맑게 곧게 곱게 강처럼지켜내면 될터이다.
자세는 내부의 드러남이다.
괴테가 어릴적 알았던 이 진리를 난 중년이 된 이제서야 깨닫는다.
그는 연극을 마친 후'어릴 적부터,내가 나 자신이나 세상을 바라볼 때의 내적인 성실함이 나의 외모에도 나타나(주2)'있다고말했다.
유동적인 나의 지성과 심성의 외현화다.내 육신의 연합이 고유속에 고요하면 그저 무엇이든 내게 담겼다 씻겼다 머물렀다 지나갈 것이고소란하다면세상 모든 것카지노 게임 추천부터 외면당하겠지. 그렇게 고요한 고유가 아닌 적막과 어둠의 고유로 홀로 남겠지.또한,나에게서 지나간 흔적들이 누적된 총체다.지금 카지노 게임 추천 눈빛, 말, 글, 손짓, 표정, 분위기,에너지... 나로 대변되는 모든 것은 지나간 모든 것의결과다.
강물이 자정력카지노 게임 추천 스스로를 맑게 하며 자기 갈길 가면서도품은 생명체들에게는 숨과 쉼을, 지나가는 모든 존재에게는 자신을 그대로 내어주듯 내 시간의 역사가 만들어놓은 지금의 나. 나의탁도와 순도에 따라 담길지 품을지 그러하지 못할지.. 가늠되겠지.자세는 품는, 품은것의 양과 질에 의해 판단, 비판, 평가되리라.
그래서, 자세는 결과의 근원이고일의 결과는 자세의 증거이다.
일이란좋은일,나쁜일,큰일,작은일을막론하고그것을마음속에두어서는(有)안됩니다.이'둔다',有자는한군데붙어있고얽매여있음을말하는것카지노 게임 추천正心(공심),助長(조장),計功(계공),謀利(모리)의각종폐단이주로여기에서생기기때문에마음에두어서는안된다는것입니다(주3).
퇴계는마음을집중하는것과얽매어 있는것에대한차이를설명했다.어떠한 결과를 위해카지노 게임 추천 심정과 언행에서안달을 느낀다면얽매어있는것이니 그저 마음을 두지 않고신독(愼獨)카지노 게임 추천 자체정화에집중하는 것이 우선되어야한다.
또한 그는 드러나는 모든 것은 '윤리적,도덕적인것을말한다기보다일상의모든행동거지에서마음이하나가되게하여성공적인수행을위한것(주3)'이어야 한다고 했다.퇴계가 김돈서에게 주는 서한에 앉고 눕는 자세, 궤좌(跪坐), 위좌(危坐), 언와(偃臥)까지 상세하게 알려준 것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인간이 행하는, 이미 몸에 배어 있는 작은 행동거지, 즉, 외적자세는 그 사람의 내적자세의 드러남이니 즉, 내적자세는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바탕인 것이다.
'자세가 모든 것이다.'라는 말은 진리다.
누가 보든 안보든 강물은 스스로를 정화하고 있었다.
신독이었던 것이다.
카지노 게임 추천 외적자세는카지노 게임 추천 지적,심적 연합의 드러남이다.
오관(五官)카지노 게임 추천 들어온 현상이 가슴카지노 게임 추천,
가슴의 진동이 머리의 지성카지노 게임 추천,
가슴과 지성의 주관으로 모든 세포가 반응하는 미세한 움직임은 다시 감각으로,
이 각각의 운동들이 어지럽지도 엉키지도 않게
자기 자리에서 자기 기능을 수행한다면
이 모두를 주관하는 나의 사상이 내가 원하는 그것을 '실제'로 창조해낼 것이다.
내가 원하는, 아니, 내가 마땅히 쓰여야만 할 삶을 위해나는 강처럼 모든 것에 '열려' 있어야겠다.하지만 이러한 '열린 정신과 마음'이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일지라도받아들인 것들이 제각각 움직이게 하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마치,
강물이 미생물부터 암모니아까지
모든 것을 담아
나 역시 나의 통제와 조율을 가미하여
'원하는 바'가 가는 길에 합당하도록나의 고요를 고집하겠다는 의미다.
나라는 사람의 본성을 일관되게 지키겠다는 의미다.
이것이
모든 것을 열어 담되스스로를 혼탁시키지 않는 기본을 지키는 자세인 것이다.
'나에게 나무를 베는 데 6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날을 가는데 4시간을 쓸 것이다.'
유명한 링컨의 명언이다.
링컨이 4시간 도끼날을 갈았던 사실은
나무를 베어야만 하는이유에 대한 수용과
주어진 조건 모두를이해한 지각과
그것들을 오로지 받아들인 그의열린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하카지노 게임 추천 방향을 지목했기 때문이며
이 마음은 목적하는 바를 위해
시간의 함수 안에서 도끼날을 가는 기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결과를 위한 효율적인 실천이었다.
나 역시 내가 원하는, 내가 쓰여야만 할 그 방향에서의 결과를 위해
무딘 날에 손이 베이지,
제대로 선 날에 손이 베이지 않는다.
왜 날이 선 칼이 필요한지에 대한 목적과
날선 칼이라는 도구에 대한 이해와
그것을 사용할 시기적절함이 모두 연합되었을 때
'칼날을 가는' 행위에 혼이 담기고
'칼날을 가는' 행위가 나의 깊은 뿌리가 되어 태풍에도 날 지켜줄 것이다.
이렇게 제대로 날세운 칼 앞에
우리는
'서슬이 시퍼런' 기(氣)를 느낀다.
제 아무리 엉뚱하고 기이한 현상들이 오더라도
그 모두를 담아내어 정화시키는 혼란 속에서도
자기 자신을 꼿꼿하고 한결같이 유지시킬 수 있는 기(氣).
어디론가 향한다면
무언가를 갈구한다면
어디선가 솟구치려면
나는 '서슬이 시퍼런' 기를 위해내면의 '칼'을 가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원하는 것이 가치있는 위대한 결과일수록더 길고 깊은 일관으로 날을 갈아야 한다.
책과 글과 사유의 결이 같은 이들과 맘껏 사유하며 지낼 수 있는 자연속공간.
책과 글과 사유의 결과로서 정신의 물질화를 이뤄낼 인간.
책과 글과 사유의 자체정화, 자체동력, 자체자전의 순환을 만들어낼 시간.
이 모든 것들을 위해 제대로 쓰여야 할 내가 되고 싶다.
내면의 칼을 가는 것은 강물이 자체해독력카지노 게임 추천 끊임없이 자정하며 맑고 고요함을 유지하는 것처럼 나 역시 그렇게 나를 해독하며새로운 창조를 위해 강에, 자연에, 세상에, 사람에어울리는 내가 되어그 곳에'없으면 안되는 존재'로서 나에 대한 타당성을허락받도록 만들어내야 한다.
'실체로서 창조되어야만 하는 것'은'타당'이라는 명분을 지닌'이치'의 길에서만 용인된다.
'이치'가가는 길에 '나'라는 사람이 타당한 명분을 지닌 자라 판단한다면
분명 '적당'한 때에 '합당'하게 실체로서 드러내줄 것이다.
그러니,
내가 매일 해야할 것이라곤
책과 글과 사유를 일상삼아
내면의 고유성을 고요히 유지하며 외면의 유동성이 자연스레 흐르게
모든 것을 담고 품고 정화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외에
달리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주1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2000, 책세상
주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시와 진실, 2007, 동서문화사
주3 퇴계선집, 이황 1993, 현암사
https://cafe.naver.com/joowonw/12681
[지담연재]
월 5:00a.m.[삶을 묻다]
화5:00a.m.[엄마의 유산]
수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목 5:00a.m.[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금 5:00a.m.[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토 5:00a.m.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하여]
일 5:00a.m.[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