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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완 Mar 23. 2025

카지노 게임 추천의 오돌뼈 찜

목 좋은 자리 탓일까? 재래시장 내 작지만 깔끔한 정육점의 손님은 좀처럼 끓이지 않았고, 그녀 또한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소풍, 운동회! 애들 크는 동안 한 번도 따라가질 못했어요. 오늘 같이 비 오는 날 우산? 그런 건 꿈도 못 꿨지.”


나는 카메라를 든 채 어린 아들이 떼를 쓰지 않았냐고 물었고, 그녀는 칼을 놓지 않은 채 대답을 이어갔다.

“애가 애 같지 않아서 내 속이 더 미어졌어요. 다른 애들처럼 울기라도 하면 나도 같이 소리라도 지르고 그러면 서로 속이라도 편했을 텐데. 뭔 놈의 애가 투정도 안 부리고 울지를 않아. 우리 아들은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애 속에서 어른이 자란 거지. 내가 바빠서. 먹고 사느라 우리 애를 그렇게 만들었어.”


그래도 사장님의 노력 덕에 아드님이 잘 자랐고 말하자 묻지도 않은 말을 쏟아냈다.

“그런 날 저녁이면 오돌뼈 찜을 해줬어요. 미안해서. 손님들은 모르지만 이게 얼마나 맛있나 몰라. 우리처럼 고기 만지는 사람들이나 알지. 우리 아들이 맨날 이런 것만 먹고 커서 고기 입맛은 또 일류야 일류!”


아이인데도 오돌뼈찜을 잘 먹었냐고 묻자 그녀의 입가에 자부심이 번졌다.

“PD님도 한 번 먹어 볼래요? 우리 아들처럼 환장을 할걸? 우리 애가 지 아버지 닮아서 말수는 적은데 오돌뼈찜 해주는 날은 카지노 게임 추천가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막 두 개 다 들었다니까. 이렇게.”


“어머니! 손이...... 이제는....... 아프지 않으세요?”

나는 어느새 그녀를 어머니라고 불렀고, 그녀도 자연스럽게 대답을 이어갔다.

“아.... 이손? 아프지. 맨날 아파. 삼십 년을 했는데도 이놈의 통증은 적응이 안돼. 그래서 우리 아들이........ 나도 처녀 때는 회사 다녔어요. 남편 고향으로 시집와서 먹고살려고 칼을 처음 잡은 거야. 내가 돼지를 발골하고 살 줄 우리 카지노 게임 추천도 나도 몰랐지. 난 말이에요. 내가 지금 하는 일. 살아온 인생, 하나도 안 부끄러워. 그런데 남들 앞에 손은 잘 못 내놓겠어. 먹고 사느라 억척같은 아줌마가 된 거지. 나도 아직 소녀인가 봐. 호호호호. 아휴 내가 주책이다. 진짜”

여전히 한 손에 고기를 움켜쥐고 다른 손에 칼을 든 채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웃는 그녀는 영락없는 소녀였다.


여자 혼자 시장에서 삼십 년 넘게 장사를 하며 뭐가 가장 힘들었냐고 우문을 던졌다.

“우습지. 우스워. 내가 여기까지 오는데 딱 이십오 년 걸렸어요. 저기 귀퉁이 보이지, 저기서 여기까지 오는데 그 세월이 걸린 거야. 힘든 거 다 말해 뭐 해. 지금 행복하면 그만이지. 젊은 여자라고 얼마나 괄시를 했는지 몰라. 힘은 부치는데 눈치까지 보이니 집에 가면 맨날 녹초가 되는 거야. 그래도 악착같이 버텼어. 오냐! 내가 힘은 좀 모자라도 여기는 네 놈들보다 더 단단하다.”

그녀는 마치 그 세월을 달려온 것 마냥 숨이 찼는지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말을 이어갔다.

“우리 아들 때문에 버티기도 했지만, 내가 이만큼 잘된 건 다 그 치들의 무시와 괄시 때문이야. 지나고 보니까 그때 그 사람들 고마워. 다들 친절했으면 난 아마 진즉에 이 일 그만두고 길거리에 나 앉았을 거야.”

인생은 악인의 얼굴을 한 선인 덕택에 버티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는 현답이었다. 어느 누구도 나이를 허투루 먹지 않고, 역경을 이겨낸 사람의 거친 말에도 철학은 담겨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뿐인 아들이 카지노 게임 추천 일을 잇겠다고 시장으로 들어섰을 때 심정이 어땠냐고 물었더니, 어머니는 인터뷰 내내 놓지 않던 칼을 처음으로 내려놓았다.

“그때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어요. 나는 내가 죽으면 죽었지. 우리 아들한테 이 일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거든. 아니 생각도 안 했지. 대학까지 나온 우리 아들이 왜 돼지를 잡아야 되냐고!

“그런데 어떻게 하게 된 거예요?”

“우리 아들이 나 닮아서 황소고집이야. 아니 자라면서 한 번도 내 속을 썩인 적도 없고, 말을 안 들은 적이 없거든? 근데 무슨 맘을 먹었는지. 그냥 다음 날부터 가계를 나와서 말도 없이 일만 하는 거야. 그러고 어영부영 있다 보니 이 세월이 지났어.”

지금도 그때의 결정을 후회하느냐고 물었더니 어머니는 다시 칼을 집어 들고 고기를 쓸며 웃었다.

“좋아요. 너무 좋아. 우리 아들이지만 속도 깊고, 일도 잘해요. 아들이랑 같이 일하는 복 받은 여편네가 세상에 얼마나 있겠어. 그리고 우리 아들이랑 같이 일하면서 장사도 더 잘되고, 복덩이야 복덩이. 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마침 병원을 다녀온 아들이 품에 한 아름 약봉투를 들고 가계에 들어왔다.

“피디양반! 우리 아들이 인물도 좋고 나 보다 말도 더 잘해. 어서 오세요.”

무슨 약이 이렇게 많냐 는 질문으로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아들로 이어졌다.

“아.... 다 카지노 게임 추천 약이에요. 혹시 카지노 게임 추천 손 보셨어요? 맨날 부어있어요. 침이라도 좀 맞으라고 말씀드려도 장사하는 사람이 가계 비우는 거 아니라고. 그러라고 제가 온 건데.”


카지노 게임 추천가 아드님을 못 믿는 거 아니냐고 농담조로 묻자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카지노 게임 추천 마음에 들려면 십 년도 더 걸릴걸요. 아니 어쩌면 영원히 서툰 아들로 살겠죠. 그래도 카지노 게임 추천랑 일해서 좋아요. 회사 다니느라 못 먹던 뒷고기도 자주 먹고, 오돌뼈찜은 매일 먹어도 안 질려요.”


어린 시절, 철없었을 때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지 않냐며 혹시 카지노 게임 추천가 시장에서 일하는 게 창피하거나 소풍에도 못 오는 게 속상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저도 내색을 안 해서 그렇지. 창피하고 속상할 때도 많았어요. 근데 카지노 게임 추천 속상할까 봐 티를 안 내려고는 했는데, 안 그래도 카지노 게임 추천가 힘든데 저까지 그러면 카지노 게임 추천 더 힘드니까. 제가 다른 애들보다 좀 빨리 어른이 된 거 같긴 해요. 그래도 애는 애잖아요. 카지노 게임 추천도 눈치채셨겠죠. 그래서 이제라도 더 잘해드리려고 해요”

당신의 어머니는 한 번도 당신 때문에 속상한 적이 없었으며, 늘 그분의 자랑이었다고 나라도 말해주고 싶었다.


아들에게 서울에서 회사를 그만두고 시장으로 돌아온 이유를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 이건 방송에 안 나갔으면 좋겠는데.”

내가 이 가계에 들어온 이후 처음으로 카메라를 내려놓자, 아들이 말을 이었다.

“전 집이나 학교보다 시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시장이랑 카지노 게임 추천 가계가 놀이터였죠. 시장이 좋았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를 위해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회사 일이 서울 생활이 너무 힘들었어요. 사실은 카지노 게임 추천를 위해서 시장으로 온 게 아니라 저를 위해서 시장으로 돌아왔어요. 그렇게 말하면 카지노 게임 추천가 속상해할까 봐 그냥 말없이 일을 돕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자식은 어린 시절에도 카지노 게임 추천를 속이지 못하듯이, 어른이 돼도 속이지 못하나 봐요. 카지노 게임 추천가 어느 날부터인가 저한테 일을 가르쳐주기 시작했어요. 눈치채신 거죠. 제 눈치 보느라 말은 안 하시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 마음 다 알죠. 저를 혼내는 대신 위로해주고 있다는 걸.

‘괜찮다. 다 괜찮아. 너는 뭐든지 해내는 내 아들이야.’

카지노 게임 추천는 이제 시장도, 시장사람들도 다 좋아해요. 얼마 전에는 저랑 술 한잔 하시고 저랑 일하는 게 꿈같이 좋고 정말로 행복하다고 하셨어요.”


다 큰 남자 둘이 대낮의 시장통에서 울음을 터트리기 일보직전의 위급상황에 몰렸다. 그때 어머니가 우리 둘을 불렀다. 마치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놀고 있던 어린 자식들을 부르듯이

“밥 먹으라!”

“네! 금방가요.”

“어서 이리 와요. 내가 오돌뼈찜 했어. 우리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 아냐? 나도 칼 내려놓고 피디님도 그 카메라 좀 내려놓고. 내가 입도 빠르지만 손은 더 빨라. 입에 맞을지 몰라도, 이리 와서 한 술 같이 떠요. 어디 가서 밥도 못 먹고 일하는 거 카지노 게임 추천가 알면 얼마나 속상하겠어.”


처음 먹어보는 오돌뼈찜은 솜이불처럼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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