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현, <이른 봄, 2020~2021
새 봄에 볼 수 있는 색은 새싹 연두부터 벚꽃 분홍, 철쭉 빨강까지 다양하다. 이 아름답고 여린 색감을 바탕에 혼합해 놓고 검은색 먹으로 그 위를 덧칠했을 때 주변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완성된 카지노 게임은 작가가 가진 개성을 뽐내고, 봄이 지닌 생명 기운을 발산하고 있다.
80년대 생이면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밥 아저씨의 카지노 게임 프로그램에서 가장 이해가 안 가는 순간이 있었다. 평온하고 부드러운 풍경을 완성해 놓고 전경에 갑자기 어두운 고동색을 죽 그어서 카지노 게임을 망쳐놓는 듯 보이는 순간. 하지만 완성된 카지노 게임은 언제나 그렇듯 안정적이면서 강약이 살아있는 훌륭한 풍경화였다.
내가 카지노 게임을 그릴 때 가장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이런 과감함과 에너지를 머금은 시원시원함이다. 스스로에게 늘 야박하게 구는 나는 “그러니 카지노 게임을 못 그릴 수밖에 없다”라고 자신을 타박하고 말았다. 그렇게 생각이 굳어진 지 20여 년이 흐른 뒤 두 번째 직장에 들어가고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어 찾은 힐링 취미가 식물 세밀화 수업이었다. 식물 세밀화를 그릴 땐 과감함은 금물이었다. 섬세하고 진득하니 관찰하고, 곱디곱게 한 겹 한 겹 쌓아 채색하는 능력이 가장 필요했다. 내 적성에 맞는 카지노 게임 장르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렇다. 어떤 한 가지 스타일이 정답일 수 없는데 멋대로 나에게 없는 부분을 이상으로 설정해 두고 나를 질책했던 것이다. 이런 셀프 디스가 그간 내 인생을 얼마나 주춤하게 만들었는지 돌아보면 안타깝다.
손동현의 이 카지노 게임이 좋은 이유는 내가 가진 재능과 다른 종류의 능력을 과감 없이 펼친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카지노 게임을 보아도 나는 자신감을 잃기보다 아는 맛에서 벗어나 새로운 맛을 찾은 아이처럼 순수하게 기뻐하고 즐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른 봄’인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