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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은 Feb 25. 2025

20대와 30대 사이, 그 어드메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

온라인 카지노 게임 마지막 여행을 기록하며 30대로 나아가는 마음


온라인 카지노 게임!


대학생 때까지만 해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먼 미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면 진짜 어른이 될 줄 알았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매사에 능숙한 커리어 우먼. 뭐, 그 꿈은 첫 회사에 입사하고 와장창 깨졌지만.

이십 대 초반은 뭣도 모르고 정신없이, 이십 대 후반은 정신없이 취업 준비하고 회사에 다니며 보내다 보니 벌써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갔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걸쳐놓은 계획이 많았다. 아무래도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먼 미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었으니까. 운 좋게도,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전에 리스트의 목표를 다 이룰 수 있었다. 그 계획 중 굵직한 것만 나열해 보면 이렇다.





✔️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전에 회사에서 직급 달기

-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한 덕분에 연차를 빨리 쌓았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전에 목표만큼 저축하기

- 부모님께서 서울 월세 보증금을 빌려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서울에서 자리를 잡아 돈을 모을 수 있었다. 그렇게 모은 돈은 지금의 집으로 이사하며 전세 보증금에 보탰다. 빌려주신 월세 보증금도 전체 상환 완료다.


✔️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전에 책 출간하기

- 좋은 편집자님을 만난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이룰 수 있었다. 비록 이 책은 내게 글로 벌어먹는 삶을 가져다주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강연과 청탁이라는 재미있는 경험을 쌓았다.


✔️서른 전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여행 가기

- 고등학생 때부터 꿈꾸던 여행지였는데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접어두고 있었다가 스물아홉에서야 다녀올 수 있었다.



리스트의 계획들은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일 수도, 또 어떤 면에서는 쓸데없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은 내가 20대를 보내는 동안 삶의 굵직한 지표가 되어줬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전에 위의 일들을 다 해낼 수 있었던 것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 먹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밖의 자잘한 항목들도 물론이고.


하지만 리스트를 끝낸 게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나한테는 다음 계획, 그러니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후의 계획이나 목표가 없었다.


이 문제를 깨달은 건 리스트 가장 마지막 항목 <서른 전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여행 가기를 진행하던 때였다.

우리 여행의 목적지는 자브항이었다. 울란바토르에서 꼬박 3일을 달려 도착한 자브항에서 우리는 이틀을 머물렀다. 자브항을 떠날 때도 아직 여행은 3일이나 남아있었지만, 목적지를 등진다는 생각에 여행의 끝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자 한국에서 날 기다리는 것들이 떠올랐다. 휴가를 붙여 쓴 탓에 밀려있을 일들. 며칠 밤을 연이을 야근. 지친 나날과 파김치처럼 쓰러져 보낼 주말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계획이 끝난 후에 난 뭘 해야 할까. 또 뭘 할 수 있을까. 노동과 피로가 들어찬 나날에는 계획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그동안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넘긴 주변인들에게 건강이나 노후 대비에 대한 조언을 많이 들었다. 이 나이 되면 유지하는 것도 복이라고. 벌써 설렘은 줄고 대비해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들이 빼곡히 고개를 내밀었다. 나는 변화보다 권태가 더 두려웠다. 앞으로 무사하다면 50년은 족히 이어질 삶에 지레 지치고 싶지 않았다. 겨우 휴가를 내 도착한 자브항에서, 나는 나의 온라인 카지노 게임과 그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보낼 서울에 벌써 지쳐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에 돌아온 즉시 업무가 휘몰아쳤다. 원래부터 정규 퇴근 시간을 비집고 흘러넘치던 업무량은 일주일 휴가의 몫까지 이고 나를 덮쳤다. 이런 일이 있을까 봐 여행 가기 전 일주일을 내내 새벽 퇴근했는데, 나 없는 사이 일끼리 새끼를 쳤나 싶을 정도로 줄어든 게 없었다.


불어닥치는 일들은 몽골에서 가져온 기억들을 금세 풍화시켰다. 서울에 돌아온 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는데 몽골에 다녀온 게 작년 같았다. 밀린 일들이 마무리 된 후, 다시 원래의 루틴을 되찾았을 때에는 몽골에 갔었나, 싶을 정도로 달라진 것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앞으로의 삶이 이렇게 지속된다면, 반짝이는 추억과 특별한 목표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애써 수집해 온 반지들을 모래밭에서 홀랑 잃어버리는 것처럼 사는 것. 그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후의 삶일까?


여행에서 돌아온 지 어느덧 6개월, 나는 이제야 몽골에 대해 쓴다. 6개월이 흐르는 사이 계절은 여름에서 겨울로 바뀌었고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되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거실 밖에는 눈이 내린다.

평범한 매일의 권태에 묻혀 사라질뻔한 이 기억을 다시 꺼내는 이유는, 몽골에 다녀왔다는 게 실감 나지 않을 정도로 먼 과거처럼 느껴짐에도 몽골에 대해 쓰는 이유는, 그 여행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전의 내가 많이 묻어있었기 때문이다. 몽골에서 쓴 일기에는 몽골, 자연, 문화나 동행에 대한 내용 이상으로 내 이야기가 많았다. 여행에서 새삼스레 발견한 내 성격, 사람을 대하는 태도, 도전에 대한 고민, 태도…. 생애 처음 당도한 낯선 나라에서도 나는 내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잡생각이 많은 거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나를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20대 마지막 여행에서 적어온 메모들은 나의 20대에 대한 회고였다.


이렇게 위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라고 떠들어댔지만 사실 만으로는 아직 스물여덟이다. 비록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후 거창한 삶의 목표나 이상은 없어도, 그래서 죄금 삶이 지루하고 재미없어 보일지라도 그건 아직 내가 제대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맞이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20대와 30대 사이 중첩된 어드메, 나는 권태에 대한 유예를 받고 이 글을 쓴다. 모래사장에서 반지를 찾기 힘들면 반지를 잃어버리지 않으면 된다. 나는 몽골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 그리고 그 경험을 받아들인 내 모습을 잃어버리지 않게 글로 남기기로 했다. 그때의 감동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즐거운 경험을 기록하는 삶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도 잃어버리다 보면 대충 어디에 떨어트렸는지 감을 잡을 수 있듯, 이 두려움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하다 보면 이겨내는 방법도 알아낼 수 있을 거다.


즐거운 시간이 끝나면 우울한 마음이 들고, 목표가 마무리되면 번아웃이 온다. 지금까지의 목표였던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다다른 지금 내가 허한 마음을 이끌고 헤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겠지. 이 붕 뜬 시기를 끝내기 위해서 필요한 건 결국 시간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이후의 나를 어떻게 끌어갈지를 고민할 시간. 그러기 위해서 나는 20대를 정리한다. 몽골 여행에 대해 적는 건 내 나름대로의 이삿짐 싸기다. 아쉬웠던 건 놓고 좋은 것들만 골라 30대로 가져갈 예정. 나름 멋지다.


부디 이 단단한 결심이 여행 기록을 마무리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기를, 또 이 기록이 마무리될 때쯤 더 단단한 어른으로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럼, 자브항에 대한 나의 소개를 끝으로 이 긴 서문을 마무리한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수도 울란바토르와 서쪽으로 12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자브항에서는 다양한 자연 풍광을 볼 수 있다. 바다처럼 넓은 호수도, 가축들이 베어 먹어 짧뚱한 풀들이 무성한 초원도, 모래사막도 모두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시베리아와 인접한 곳에서는 만년설도 볼 수 있다. 오랜 풍화로 드러난 암반 때문에 길은 험하지만,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자연을 모아둔 것 같은 장소라서 얼마나 머무르던 자브항을 떠나기는 아쉬울 것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어 발음이 생소한 탓에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자브항, 자브한, 자프항, 자프한 등 여러 발음으로 불리고 있다. 나는 반년 전 어느 날, 온라인 카지노 게임 여행 카페에서 발견한 여행 동행 모집 글의 소개에 따라 이곳을 자브항이라 부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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