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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은 Mar 24. 2025

서울 직장인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 재미없어

설렘 없는 비행, 낯섦 없는 여행, 그래도 어딘가 익숙해서


너무 피곤해서였을까, 공항까지의 택시 아저씨가 길을 잘못 들어서였을까. 오랜만에 타는 비행기는 전혀 설레지 않았다. 코로나 전에는 제발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막상 비행기는 불편했다. 오랜만에 탄 비행기는 저가항공이라 자리가 좁았고, 설상가상으로 앞뒤로 사람이 꽉꽉 차 있었다. 8월이 몽골 여행 성수기라는 걸 나는 비행기에서야 깨달았다.


내 뒤에는 어린이 세 명이 주르르 탔는데, 애들이 비행하는 다섯 시간 내내 떠드는 통에 잠을 계속 깼다. 잠이 온다 싶으면 날카로운 목소리가 넘어왔고, 잠들락 말락 하면 의자가 흔들렸다. 그렇다고 애들한테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 비행기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어수선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출발 며칠 전, 커다란 국적기가 난기류를 만나 크게 흔들렸다는 뉴스를 봤다. 기내식 시간이라 안전벨트를 맨 사람이 많지 않았고, 심지어 누군가는 비행기 천장에 머리를 박기도 했다고. 그 비행기가 몽골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라고 들은 통에 비행기를 타면서도 불안했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비행기는 내내 흔들렸고, 비행기 안에는 불안감이 감돌았다.


내 뒤의 아이들만 신나 있었다. 비행기가 철렁, 내려앉듯 흔들리는 동안 나는 목숨 걱정을 했다. 그런데 애들은 그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비행기를 타는 게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라고 좋아하더라. 참 겁이 없다 싶으면서도 기분이 묘했다. 이런 부분까지 즐기는 아이들이 귀엽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난기류를 즐기기엔 나는 조금 나이가 많았다. 나이 먹는다고 목숨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더라고.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회사 일에 치이면서도 여행이 마냥 즐거울 거라고 생각하며 버텼다. 하지만 난기류를 견디며 비행기에서 내린 나를 맞이한 건, 기대에 가려져 있던 피곤함이었다. 무언가를 즐기기에 나이가 든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비행기는 점점 땅에 가까워졌고, 비행기가 공항에 가까워지는 동안에도 땅에는 건물 하나 보이지 않았다. 간간이 작은 게르 하나, 혹은 가축을 모아놓는 용도의 울타리가 보였지만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몽골에는 남한의 열다섯 배 정도 되는 땅덩이에 남한의 십 분의 일도 안 되는 인구가 살고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낮은 독립 국가라는데, 사람으로 닭장처럼 꽉꽉 찬 비행기에서 바라보니 초원이 더 푸르게 느껴졌다. 비행기 그림자를 똑똑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발아래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야말로 바라고 기다리던 초원이었다.


우리 비행기는 동행들보다 하루 먼저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도착했다. 그 말은 우리에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 관광의 시간이 하루 주어졌다는 뜻이었다. 먼 서부로 달리는 우리 여행 코스에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 수도 일정이 없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사실 여행사를 끼지 않아도 여행할 수 있는 곳이라 아쉬움은 없었지만, 그래도 수도가 궁금하기는 했다. 우리는 하루 일찍 몽골에 도착한 덕분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1박을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동행장 신비를 통해 공항 픽업을 신청해 두었다. 신비는 가이드를 알아볼 수 있게 가이드의 사진을 메신저로 보내주었다. 등산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낀 사진이라 과연 알아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가이드가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먼저 알아보았다. 공항 탐앤탐스 앞에서 기다리라는 말에 반신반의했는데, 가이드는 정말 탐앤탐스 앞에서 온라인 카지노 게임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이드가 한국말로 유창하게 인사를 하는 바람에,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아직 인천공항이라고 착각할 뻔했다.


우리의 가이드 투메는 한국에서 영상 편집을 전공한 뒤, 몽골에 돌아와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한국말을 잘했는데, 특히 말의 흐름이 부드러워 인상 깊었다. 우리를 놀라게 한 건 투메 팔의 깁스였다. 말을 타다가 떨어졌다고. 대부분의 몽골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말을 타는 법을 배우기 때문에 말타기가 익숙하지만, 그럼에도 말에서 떨어질 때에는 어느 한 군데 부러질 각오를 해야 한다고 했다. 투메는 비록 팔이 부러졌어도, 우리에게 단단한 첫인상을 남겼다.


공항 주차장에는 눈에 익은 브랜드의 차들이 많았다. 우리는 투메의 도요타를 타고 온라인 카지노 게임로 향했다. 공항 뒤쪽에는 광활한 초원이 펼쳐져 있었는데, 시야 방해 없이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신기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시내로 들어갈수록 길에 먼지가 일었다. 20분에 한 번씩은 초원의 허리를 벤 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들을 보게 되었다. 토끼나 다람쥐처럼 보였다.

간간이 게르들과, 또 뜬금없이 공사 중인 높은 건물들도 보였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시내는 한국과 다르지 않다고, 투메가 이야기해 줬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아파트에 살기를 원하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구의 반이 수도인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모여 살며, 서울과 마찬가지로 도시가 과포화 상태라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시내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차들이 많아져 도로가 막혔고, 한글로 된 익숙한 간판과 편의점이 나타났다. 몽골에서 마냥 대자연을 기대했던 나는 조금 창피해졌다. 할리우드 영화들에서 비추는 서울의 모습을 진짜 서울이라고 믿어버리고 한국행 티켓을 끊은 외국인의 심경이랄까.


투메는 우리를 숙소 앞에 내려줬다. 우리가 몽골에서 유일하게 직접 예매한 숙소였는데, 깔끔한 현대식 호텔이었다.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우리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조금은 예민한 상태로 밖으로 나갔다. 구글지도로 찾은 현지 식당에는 사람이 꽉 차 있었다. 우리는 반 강제적으로 한 시간 동안 근처 시내를 구경했다. 중간에 목이 말라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슬프게도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물가마저 서울을 닮아 있었다. 우리는 익숙한 냄새가 나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서 여행지의 낯섦을 찾기 위해 헤맸다.


가장 가까운 관광 스팟은 국영백화점이었는데, 그곳은 동대문 DDP 앞 굿모닝 시티를 닮아있었다. 사실, 굿모닝 시티보다 한국인이 더 많았다. 이날 한국인들의 대화를 귀동냥한 덕분에 한국에 사갈 기념품을 대강 추려갈 수 있었다. 백화점의 다른 층에서는 몽골 기념품을 팔았는데, 나는 그것보다 스탠리 텀블러가 한국보다 저렴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았다. 국영백화점 앞 광장에서는 신학기 어린이들을 위한 팝업 겸 행사가 열리고 있었는데, 블랙핑크가 프린트된 노트가 많았다.


그렇게 한 시간 동안 밖을 돌아다닌 끝에 우리가 가고 싶었던 식당에 자리가 났다. 여러 가지 음식을 먹어보고 싶어 주문했는데, 음식 서너 개의 베이스가 비슷했다. 우리가 시킨 건 비건인 야호를 위한 용과 샐러드와 튀긴 만두 호쇼르, 만두가 들어있는 뽀얀 칼국수와 볶음 국수였는데, 호쇼르, 칼국수, 볶음국수 모두 다진 양고기를 베이스로 해서인지 맛이 비슷했다. 샐러드를 시키지 않았으면 밀가루와 고기만 있는 헤비한 식단에, 각 음식이 한국 식당의 두 배 만해서, 우리는 음식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몽골 음식에 큰 기대를 했던 건 아니지만, 이제껏 쌓아온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음식으로 충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게 패인이었다. 설렁탕 두 그릇을 먹은 듯한 위장으로 식당을 나섰다.


다음날 여행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또 멀리 갈 수 있는 시간도 없어 우리는 해가 지기까지 몽골 칭기즈칸 광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한국의 광화문 광장의 네 배만 해보이는 광장 한복판에서는 몽골 청소년들이 앞바퀴를 들고 자전거를 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가히 칭기즈칸의 후예처럼 느껴졌다. 칭기즈칸의 커다란 동상 앞에서 사진 찍는 한국 패키지 관광객들, 반자동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타고 광장을 가로지르는 어린이들. 돌바닥으로 깔린 광장 주변은 광화문처럼 현대적인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제야 뭔가 내가 관광지가 아닌, 몽골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장에 가만히 앉아 해바라기를 하면서, 야호와 이런 대화를 나눴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 어때?”

“그냥… 사람 사는 곳 같아.”


내가 사는 도시에서 충족할 수 없는 기대를 남이 사는 곳에서 충족하려 한 내가 웃겼다. 나는 여행일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삶이니까.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부지런함은 서울과 닮아 있었고, 그건 좋든 싫든 내가 이 도시의 삶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남의 삶의 터전에서 낯섦을 찾기보다는, 여유를 만끽하기로 했다. 비록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는 내가 기대하던 새로움이 없었지만, 서울에서 내가 하루를 지탱하게 만들었던 익숙한 상냥함이 있었다. 과일 무게를 재는 법을 알려준 백화점 직원분과, 번역기를 써가면 식당 정리 시간을 알려준 점원분.


나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 롤러코스터 같은 비행기에도 겁이 나고 긴 비행시간이 피곤하다. 낯선 도시에서 신기함을 찾아도, 도시의 고단함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도시는 내가 아는 그 모습 그대로 바쁘게 움직였고, 그것 하나는 여행을 준비하느라 뾰족해진 내 심경을 어루만졌다. 우리는 익숙하게 온라인 카지노 게임에 녹아들었다.


그러고 보니, 온라인 카지노 게임가 서울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온라인 카지노 게임의 건물은 한국보다 높이가 낮다. 그 덕분에 우리는 광장에서 해가 건물 뒤로 넘어가기 전까지, 따듯하게 달궈진 벤치와 돌 의자의 온기를 오래 만끽할 수 있었다.


퇴근 시간이 되었는지 주변에 차들이 늘어나자 야호가 재채기를 시작했다. 야호의 먼지 알레르기가 본격적으로 도지기 전에, 우리는 다시 국영백화점에 가서 컵라면과 과일 몇 개를 더 샀다. 물이 귀하고 척박한 몽골에서는 감자와 당근 같은 뿌리채소 외의 잎채소나 과일이 귀하다. 한국에서도 백화점 과일이 비싸기는 했지만, 몽골 국영 백화점의 새까만 자두에 비할 수는 없다. 까맣게 잘 익은 자두는 이상하게 퍼석했다. 우리는 낯선 몽골의 과일을 숙소로 가져와 다음날부터 이어질 긴 여행을 준비하기로 했다.


익숙한 도시와 마지막 안녕을 고하고 낯선 평원으로 떠나기 전, 온라인 카지노 게임는 싸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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