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모두 껍데기를 쓰고 살아간다
<그대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손은 2002년에 출간된 소설로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작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이다.
여성의 신체를 석고로 본뜨는 것에 천착했던 실종된 조각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남긴 수기 형식의 고백이다.
일종의 액자 소설 형태를 띠고 있다.
액자 밖에서는 화자인 '나'와 조각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여동생 이야기가, 액자 안에서는 소설의 주인공 카지노 게임 사이트, 그와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는 여성L과 E의 이야기가 중심축이 되어 전개된다.
껍데기는 조개나 게,
거북이처럼 단단한 걸 말해요.
하지만 껍질은 내용물에 완전히 엉겨 있죠.
사과나 배, 고양이와 개, 그리고 사람처럼.
- '그대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손, 285-286P -
이 책은 인간의 본질과 그 속에 숨겨진 내면의 상처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실제 감춰진 본연의 모습은 다른 것임을, 우리는 모두 자신의 껍질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껍데기 같은 탈을 쓰고 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소설 속 화자(H.작가)는 전신마비로 병원에 입원해있는 큰이모의 병문안을 갔다가 우연히 'K시 출신 신진 작가 초대전' 포스터를 접하고 전시회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조각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껍질 벗기'라는 라이프캐스팅 석고상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라이프캐스팅 : 인체를 직접 석고로 떠서 작품을 만드는 것)
1년 후 인사동에서 다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조각전과, 이듬해 봄 후배 선영이 출연하는 연극에서 소품으로 쓰인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조각을 연이어 접한 후 뒤풀이 장소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직접 만난다.
'나'는 그 자리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라이프캐스팅 모델 제안을 받고 수락한다.
다섯 달이 흐른 어느 날,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여동생(장혜숙)으로부터 오빠가 실종됐다는 뜻밖의 전화를 받는다.
여동생은 '나'에게 오빠가 유품처럼 남긴 글을 읽고 오빠를 이해할 수 있게 작은 단서나 설명이라도 해달라고 부탁한다.
여동생이 등기로 보낸 스케치북 가득 적힌 장운형의 글 첫 장을 장식하고 있는 것은 '그대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손'이라고 적힌 크로키 그림이었다.
'나'는 무엇에 홀린 듯 다음 페이지부터 읽기 시작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어릴 적부터 누구를 만나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이면에 뭔가를 솜씨 있게 감추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곤 했다.
평생 방종 속에서 살았을 뿐 핏줄을 남기지 않은 외삼촌의 장례식에서 상주 역할을 하던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엄지와 검지가 뭉툭하게 동강나있는 외삼촌의 오른손을 보며 죽음 앞에서 무력하게 드러나는 진실을 목도하게 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관찰 대상은 외삼촌에서 어머니로 확장된다.
평소 굳은 표정을 짓고 있을 때가 많은 어머니는 가족이나 식모 아주머니에게 살갑게 말을 건네는 일도 드물었다.
그러나 손님이나 아버지가 계실 때는 늘 웃는 낯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그런 어머니를 보고 하얀 탈바가지, 웃고 있는 딱딱한 탈바가지라 생각했다.
그 섬뜩한 환영 같은 이미지는 그의 뇌리 깊숙이 박혔다.
그후 오랫동안 그는 어머니가 누이동생이나 그를 꾸짖다가 용서의 뜻으로 지어주는 웃음을 믿을 수가 없었다.
차츰 그는 실수하지 않는 아이, 어른스러운 아이, 실은 집요하게 눈치를 살피고 결코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아이가 되어갔다.
그는 가리지 않으면 버림받고 추방되고 손가락질당한다는 것을 알고 철저하게 안경 뒤로 자신을 가리며 자신이 정성껏 빚은 탈 속에서 끊임없이 탐색하고 긴장한 채로, 감수성 예민한 아이로 자랐다.
이같은 가정 환경은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라이프캐스팅에 집착하는 조각가가 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듯하다.
내가 남들과 다르게 보고
생각한다는 것은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남들이 모두 진짜라고 생각하는 것을
집요하게 의심했고,
남들이 모두 만족하는 것들에
만족하지 못했으며,
남들이 전혀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보이고 들리고 냄새를 풍기고
만져지는 모든 것들의
안쪽을 꿰뚫어 보기 위해
나는 안간힘을 썼다.
- 그대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손, 83p -
조각가가 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느끼는 아름다움의 기준은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그것과는 다르다.
그는 무엇인가가 감정을 건드릴 때, 정신이 번쩍 들고, 혈관들이 살아나는 느낌을 받는다.
설령 이상하다고 일컬어지는 것, 모두가 꺼리는 것일 때도 있었다.
그의 미의 기준이 독특하다는 것은 이후 모델과 예술가로서 관계를 형성하는 여자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100킬로그램이 넘는 비만한 여대생 L의 손에서 아름다움을 느낀 그는 그녀에게 라이프캐스팅을 제안한다.
석고를 뜨며 그는 그녀에게서 일상 속에서는 전혀 드러나지 않지만 깊숙이 가라앉아있는 고통의 흔적, 짓눌림을 느꼈다.
그녀는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해 마음의 상처가 깊은 사람이었다.
그녀가 음식을 탐하게 된 이유는 비만이 되었을 때 의붓아버지의 몹쓸 짓이 비로소 멈췄기 때문이다.
L이 떠난 후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또 다른 여성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E를 알게 된다.
E는 L과 달리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지만 그녀 역시 육손으로 태어나 어릴 적 상처를 입었고, 손가락을 떼낸 진한 흉터를 콤플렉스로 안고 살아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 여성이다.
겉으로는 화려하게 웃고 있지만 눈빛도 표정도 살아있지 않은 데드마스크 같은 E의 내면에서 숨겨진 아픔을 발견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그녀의 얼굴과 몸을 석고로 뜨며 묘한 교감을 나눈다.
처음에는 손가락을 감추려 했고, 손가락을 감추기 위해 모든 것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감춰야 했지만 뼈까지 투시하는 듯한 장운형의 눈을 보고 E는 더 이상 아름다운 껍데기 속에 감춰진 상처를 감출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에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여섯 개의 손을 지닌 채 살아가야 했던 어릴 적 이야기를 꺼낸다.
비만 여대생 L이 카지노 게임 사이트을 외계인이라고 표현했 듯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여자들을 홀리는 독특한 마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눈, 감춰진 상처를 들여다보는 눈.
그의 시선은 그녀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했고 애써 쓰고 있었던 탈을 더 이상 숨기지 못하고 벗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소위 예술 작업인 라이프캐스팅 과정이 큰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작가는 다른 소설에서도 화가를 등장시키곤 하는데 예술이 고통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려고 한 듯하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작가의 다른 소설 <바람이 분다, 가라에서도 중심 인물들의 직업이 화가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작가는 작품을 구상할 때 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듯하다.
소설 속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조각하는 이유를, 해독할 수 없는 생의 비밀들을 두 손으로 빚어냄으로써 마치 그것들을 체득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일종의 최면요법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조각은 그를 이 세상과 연결되어 나가게 만드는 삶의 동력이었다.
전시회에서 미술 작품들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예술가들은 우리들과 사뭇 다른 시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같은 사물을 보고도 형이상학적으로 해석해 내는 솜씨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처음 받은 느낌은 그녀의 손이
몹시 차갑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손은
예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비척비척 몸을 일으켜,
미간을 모은 채 그녀의 두 손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녀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손......
내가 처음 보는 이 손들은
대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대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손' , 294p-
작가가 책 제목을 왜 '그대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손'으로 지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손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과 소통하고, 타인과 연결되는 매개체이자, 우리의 내면을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이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손을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다고 하나 보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L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작고 통통한 L의 손이었다.
비대한 그녀의 몸과 비교하여 부조화를 이루는 손. 그녀의 손은 그의 가슴의 전극을 건드렸다.
그래서 그는 그녀의 손을 성스러운 손이라고 말했다.
육손이었던 E에게 왼손은 감추고 싶은 상처였고, 드러낼 수 없었던 비밀이었다.
겉모습이 화려한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은 예쁘지 않은 손이었다.
E는 몸을 석고로 뜨는 작업을 하면서도, 끝까지 한 손가락을 떼낸 흉터가 남아있는 왼손을 펴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은 그런 그녀의 손을 차갑다고 느꼈다.
그녀의 상처가 고스란히 들어있는 손, 세상 밖에 당당히 내놓을 수 없는 손은 당연히 카지노 게임 사이트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작가의 소설 <노랑무늬 영원에 실렸던 '왼손'이라는 작품에서도 손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통제를 벗어난 왼손이 결국은 자신을 해친 것처럼 손은 자신의 욕망을 의미하며, 그것을 제어하지 못하면 파국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이 소설을 읽고 그동안 무심코 봐왔던 사람들의 손을 유심히 관찰하게 되었다.
크기가 어떠하든, 예쁜 손이든 못생긴 손이든 각각의 손에는 그들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책을 읽다 보니 내 손도 라이프캐스팅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삶의 껍데기 위에서,
심연의 껍데기 위에서
우리들은 곡예하듯
탈을 쓰고 살아간다.
때로 증오하고 분노하며
사랑하고 울부짖는다.
이 모든 것이 곡예이며,
우리는 다만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잊은 채.
- '그대의 카지노 게임 사이트 손', 313p -
'껍데기'와 '껍질'. 언뜻 비슷한 두 단어의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껍데기'는 사회가 요구하는 외적인 모습, 즉 타인에게 보여지는 이미지와 역할을 의미한다.
반면 '껍질'은 그 속에 숨겨진 진짜 자아와 상처를 상징한다.
누구나 각자 지니고 있는 상처가 있다.
우리는 상처라는 껍질을 감추기 위해 껍데기라는 탈을 쓰고 살아간다.
단순히 외적인 변화만으로는 진정한 치유와 성장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각자의 껍질 속에 숨겨진 상처를 인정하고, 그것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야 한다.
결국, 장운형이 라이프캐스팅 석고 조각상을 통해 보여주려고 한 건 누더기 같은 껍데기가 아니라, 그 속의 컴컴한 공동(空洞)이었는지도 모른다.
* 공동(空洞) : 물체 속에 아무것도 없이 빈 것, 또는 그런 구멍
2년 후 '나'는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유고전에 초대받는다.
그곳에서 한 쌍의 남녀를 목격하고 쫓아가는데 군중 속으로 홀연히 사라진 그들을 결국 놓치고 만다.
그 남녀는 아마 실종된 카지노 게임 사이트과 E가 아니었을까.
그들은 자신들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껍데기를 벗은 채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